기고 1. (아래에 기고글 하나 더 있습니다.)


노동부장관님, 노동자가 산만해서 죽었다고요?

[기고] “노동부에서 만든 TV 광고,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20대 청년 두 명을 집어삼킨 용광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사흘이 지나고 있지만 시민과 노동자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노동건강연대에서 사고가 일어난 다음날인 9월 11일 사고기업 캐스코의 소유주인 LS전선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때도 트위터에서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피켓을 들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시민들이 ‘용광로 사고를 검색해봤다’ ‘가슴 아프다’ ‘산업재해이니까 회사 책임이다’ 같은 말씀을 많이 해주었다. ‘청년유니온’은 성명을 통해 ‘언제까지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을 안타까운 사고로 잃을 것인가’ 호소하였다.

‘경남청년희망센터’는 이번 사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논평을 발표하였다.

경남지역 철강산업협회에 속해 있는 철강 업체는 총 6개의 업체이며, 종사자는 3700여 명입니다. 여기에 하청업체와 소규모 주물공장까지 합치면 더 많은 노동자가 용광로와 쇳물의 위험에 처해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경상남도와 노동부는 지역 철강산업체에 대한 안전점검과 하청업체 및 중소기업들에 대한 안전장비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로서 두려움과 안전대책을 원하는 절절한 마음이 묻어난다. 그러나 용광로 사고가 난 시간 TV 뉴스전문채널에서는 아래와 같은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광고를 보면 부주의하고 정신 나간 노동자, 개념 없고 산만한 노동자가 발랄한 음악을 배경으로 죽어나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만들었다. 화면 하단에는 2011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숫자 2114명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조심조심 코리아’ 라는 음성으로 마무리된다.

한 달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사고 4명 사망, LG화학 청주공장 8명 사망(8월 23일에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온 이후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도시철도시설공단 경의선현장 1명 사망, LS전선 용광로 2명 사망. 찰나에 닥쳐온 재앙 앞에 눈 감지 못하고 세상 등진 노동자들이다. 더 많다. 기삿거리가 되지 못한 채 죽은 분들은 몇 배로 많다.

노동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부주의하고 산만한 노동자니까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해도, 이 영상을 틀었어야 하는가. 정말 이렇게까지 만들었어야 하는가.

용광로 사고가 일어나자 재벌그룹의 계열사인 회사 측은 현장을 봉쇄하였다. 노동자들은 밤샘근무를 연이어 하였고, 회사가 기계를 새로 교체하여 무리하게 투입했다는 증언이 있다. 사고 현장에는 119 구급대와 경찰이 먼저 도착했을 것이고 이어서는 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사고 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왔을 것이다.

부주의해서 죽은 노동자들인데 사고 원인은 뭐 하러 조사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조심하면 안 죽을 수 있는데 ‘돈’ 들이고 ‘사람’ 들여 정책은 뭐 하러 만드는가. 한 달 사이에 폭발로, 화재로 노동자의 죽음이 멈추지 않다. 노동부 장관은 아무 느낌이 없는가.

노동부 장관은 공감하는가. 쇳물이 언제 쏟아질지 몰라 정부의 대책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이 보이는가. 공감한다면, 예기치 못한 죽음에 가슴 미어질 노동자의 가족과 시민의 애도 앞에서, 저와 같이 죽어간 노동자를 모독하는 광고영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기사원문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20912174458&section=03

기고 2.


‘무개념’ 노동부, 경악스런 TV광고

[기고] 당신들은 사람들이 죽는게 우스운가?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 , 노동건강연대 회원


덥다며 이까짓 거 하고 안전모를 벗어버린 노동자가 건물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수박 한 통이 떨어져 박살나는 장면이 이어졌다. 공장 안에서 시시덕거리며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한 노동자가 다른 이와 부딪히며 작업복이 롤러에 끼었다.

이윽고 롤러 반대편에서 납작한 마른 오징어가 튀어 나왔다. 근심걱정 없어 보이는 한 ‘라이더’ 청년이 헤드폰을 쓴 채 철가방 오토바이로 곡예운전을 한다. 행인들이 깜짝 놀라 눈살을 찌푸린다. 청년은 옆 골목길에서 달려오는 미니버스를 보지 못한다. 다음 장면, 바퀴에 놀린 튜브에서 토마토케첩이 찌익 하고 뿜어져 나온다.

경쾌한 음악이 깔리고, 수박, 오징어, 케첩이 등장할 때마다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2114라는 숫자판과 함께 진지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해 2114명의 실제 상황, 아직도 웃을 수 있습니까?”

YTN 뉴스 중간, 짤막한 광고 때문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정읍에서 쇳물을 뒤집어쓰고 DNA 흔적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 두 명의 노동자, 광화문 한복판 건설현장에서 혹은 청주 화학 공장에서 스러져간 노동자 열두 명, 그리고 일일이 사연을 담을 수 없는 더 많은 이들. 이들은 그저 안이하고 정신머리가 없었던 것일까?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매년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그렇게 정신 나간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일까? 한국의 노동자들은 모두 어디 나사가 하나 빠진 인간들이란 말인가? 이건 흡사, 여자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밤늦게 돌아다녀서, 어린이들이 모르는 사람을 넙죽 따라가는 바람에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것이니, 알아서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만 같았다.

모두 기억할 것이다. 작년 여름 이마트에서 냉동기를 보수 중이던 노동자 네 명이 질식해서 숨졌던 사건을. 이 사건으로 이마트 법인과 탄현지점장은 각각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40명이 숨졌던 코리아2000 물류창고 화재사건에서도 사업주는 2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을 뿐이다. (바로가기 ☞ : 2백만 원, 2천만 원 )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산재가 일어나도록 방치한 기업주를 거세하거나 손목을 자르라는 게 아니다. 평생 감옥에 가두어두자는 것도 아니다. 기업주들이 노동자의 목숨을 대가로 돈을 벌어들이고, 100~200만 원 벌금만 내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짓을 계속하는 이 악순환을 노동부가 끊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한가롭게 노동자 탓을 하는 캠페인 동영상이나 만들고 있다. 한심하다. 슬프다. 그리고 두렵다. 사실 이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안타까운 죽음들을 두고, 이렇게까지 냉혹할 필요는 없었다. 희대의 악당이라는 영화 속의 ‘조커’도 불타는 돈더미를 보면서 냉소했을지언정,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지는 않았다.

노동부에게, 산업안전공단에게 묻고 싶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건 화도 아니고, 짜증도 아니다. 그저 질문이다. “당신들은 노동자 죽는 게 정말 웃긴가?” 

기사 원문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20913140915&section=03 

* 최근 이슈화된 산재사망 사고만 정리해 보았습니다. 

1. 2012년 8월 13일 국립현대미술관 화재 사건(시공사 GS건설) 정리 (4명 사망)                      

http://laborhealth.or.kr/resource/30832 

2. 2012년 8월 20일 경의선 공사현장 추돌 사고 정리(1명 사망, 8명 부상)

http://laborhealth.or.kr/resource/30976 

3. 2012년 8월 23일 LG화학 청주공장 폭발사건 (8명 사망)

http://laborhealth.or.kr/resource/31076 

4. 2012년 9월 10일 LS전선 계열사 용광로 사망 사건(2명 사망)

http://laborhealth.or.kr/resource/31120 

5. 전봇대 전기 전선 설치, 수리하는 전기원 노동자의 지속적 사망 

http://laborhealth.or.kr/resource/30405

 

언론에 보도되지 못한 수많은 산재사망 노동자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노동부 장관은 허탈한 이 마음을 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