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노동자와 휴가
더 많은 휴가가 필요하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여름휴가 기간이 지났다. 이번 휴가는 올림픽과 함께 한 이들이 많았을텐데 그 이유로 휴가가 휴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유급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일 뿐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간이다.
많은 연구 결과들을 보면 휴가를 적절히 활용한 노동자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 견줘 사망률도 낮고 삶의 질도 높다. 특히 ‘과로사’로 이르는 심장과 혈관계 질환과 뇌출혈 등 뇌혈관계 질환 때문에 생기는 사망이 줄어든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생기는 수면 장애, 만성피로 등도 휴가를 보내면 상당 부분 개선된다.
하지만 단순히 휴가를 가는 것만으로 이런 건강 증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휴가를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휴가를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휴가의 기간과 질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다고 하는데, 휴가가 실제적으로 쉼의 효과를 내려면 일과 관련된 것을 모두 잊을 만큼의 기간이 필요하다. 더불어 그 기간만이라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이 시간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휴가 기간에 휴대전화 등을 통해 일과 관련된 연락을 받는다면 휴가 효과는 크게 줄어든다. 때문에 휴가는 그 기간이 길수록, 휴가 장소가 직장과 멀수록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 연구들은 휴가가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최소한 4주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외국의 법정 휴가일수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은 20일 이상의 유급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법정 유급 휴가가 없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휴가 외에 제공하는 법정 유급 공휴일이 5-13일 가량 된다. 그리고 일부 나라는 여름 휴가를 법으로 명시해 이 기간에 법정 유급 휴가를 주도록 권장하고 있다.
물론 주요 나라 노동자들도 법적으로 휴가 기간이 보장돼 있다고 해서 그 휴가를 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휴가 기간은 직장의 인력 수준, 노동자의 고용 형태, 개인의 경제적 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인력이 부족한 직장이나, 비정규직으로 고용됐거나, 개인의 경제적 상태가 넉넉지 못하면 휴가 기간은 짧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의 법정 연차 유급 휴가는 15일이다. 그리고 근속년수 3년이 지나면 매2년마다 1일씩 증가하고 최고 25일까지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법정 유급 공휴일은 노동절과 주휴일 외에는 없다. 국경일 등의 공휴일은 법적으로 강제하는 유급 공휴일이 아니다. 이를 유급으로 할지는 노사간 합의에 따른다. 여름 휴가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유급 휴가로 할 것인지 여부는 법정 사항이 아니고 단체협약 사항이다. 그리고 한국은 여름 휴가 여부는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100인 이상 4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하계휴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계휴가 일수는 평균 4.2일로 전년대비 0.2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40시간제가 시행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하계휴가 일수가 증가세로 반전된 것이다. 2004년 이후 하계휴가 일수가 늘어난 해는 리먼사태가 발생했던 2009년을 포함하여 올해가 두 번째이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작년 4.8일에서 올해 5일로, 중소기업은 3.7일에서 3.9일로 각각 0.2일씩 증가하였다.
하계휴가일수가 증가한 기업의 34.8%는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생산량 감축’, 21.7%는 ‘비용 절감’을 주요 이유로 지목하였다. 다시 말해 휴가 일수가 약간이라도 늘어난 이유는 경제가 어려워 공장이 잘 안돌아갔기 때문이지 노동자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에 견줘 법정 연차 휴가 기간은 짧은 편이다. 그조차도 없는 이들이 적지 않고, 가더라도 너무 짧게 간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건강을 위해 더 많은 휴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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