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시작 女학생 1시간 만에…“사장님…”

[청소년 노동인권](7) 다쳐도 자기 탓해야 하는 알바생의 비애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1. 갈비집에서 알바 시작한지 한 시간 만에 화상 입은 빛나

손님들은 미어터지고, 주문은 쏟아진다. 일을 시작한지 한 시간, 정신없는 빛나는 주방에서 갓 나온 된장찌개를 쟁반에 옮기다가 결국 뚝배기를 엎질렀다. 무서워서 조심했는데도, 이내 손과 팔은 심하게 화끈거렸다. 그렇게 아픈데도 일에 지장이 생길까 눈치를 봤다. 조심하지 그랬냐며 빠르게 청소하는 주방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주눅이 든다. 병원을 가고 싶지만, 어찌 해야할지 전혀 모르겠다. 눈물이 쏟아진다.

#2. 피자 배달하는 지우

오토바이를 타는 일이 위험하기는 하다. 특히 요즘처럼 눈이 얼어 골목마다 빙판길이다. 양 발로 조심히 미끄러지지 않게 지지하며 운전을 하지만, 늦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한 지 보름, 오늘따라 핸들이 헐겁지만 배달을 한다. 괜찮겠지 뭐 했지만, 과속방지턱에서 오토바이는 미끄러져 버렸고, 다리와 발이 심하게 다쳤다. 접촉사고도 아니다. 보험도 안된단다. 내 다리는 안중에도 없는 걸까? 사장은 오토바이 수리비 많이 나오겠다며 혼자 중얼거린다.

일하다가 실수로 냄비를 엎지르고, 오토바이가 넘어지고, 청소를 하다가 바닥 기름때에 미끄러져 크게 넘어졌다. 치료비는 누가 부담해야 할까.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공간은 대개 한정되어 있다. 식당, 피자나 치킨집, 주유소,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등 주로 시급으로 임금을 주는 곳들이다. 그래서 일하는 청소년 스스로 정식 노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급 알바에게 쥐어지는 알바비 말고 무엇이 자신의 보호막인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어느 패스트푸드점은 직원 복지로 4대 보험에 가입해준다는 내용을 크게 적어놓았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왜. 4대 보험 중 산재보험은 1인 이상 직원을 고용하는 경우 당연히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기 때문이다. 사장 1명에 알바생 2명이건, 알바생 10명이건 풀타임 노동자가 없더라도 들어야 한다. 다들 안 들고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에 ‘산재보험’ 들었다고 자랑스럽게 플래카드를 붙이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보통 알바를 하는 곳은 산재보험에 가입해야만 하는 곳이다. 따라서 노동재해가 발생하면 정당하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좋다. 그런데, 내 실수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과실 책임’이다. 노동자의 실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소리다. 실수로 지하철에 우산을 놓고 내리는 것처럼, 일하다가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실수로 사고가 난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일하다가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업장이든 위험은 항상 존재하므로, 국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사업주에게 최대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게 의무를 지우고, 만약 다쳤을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통해 마음 놓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험제도를 운영한다. 큰 회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가 오해하면 안된다. 산재보험은 1인 이상 사업장의 의무가입 사항이다. 또한 회사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노동자는 산재보험을 신청하면 된다. 산재보험 처리를 해주기 싫어서 안 들었다고 거짓말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냥 신청하면 된다. 알바생은?. 당연히 신청할 수 있다. 일을 시작한지 한 시간 만에 사고를 당하고 죄책감에 주눅이 들어버린 고등학생 빛나도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위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자.

포털사이트에서 알바생 화상, 배달사고 등을 검색해봤다. 사고를 당한 질문자들은 서러움이 묻어나는 글을 쓰고, 답변자들은 ‘네 생명은 네가 지켜야 한다’ ‘사장도 난감하겠다’는 등의 댓글을 단다. 학생이라 전제하고 불쌍하다는 듯 삶의 태도를 가르친다. 그러나 산재보험이 치킨집에도, 갈비집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일 못해서 치료받는 기간의 휴업급여도 받을 수 있고, 심한 노동재해의 경우 재활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에 대한 언급은 가끔씩 찾을 수 있는 전문가 답변에서나 볼 수 있다. 씁쓸하다.

부디, 알바생이라고 시급 적게 받는 것도 서러운데 다쳤을 때조차 자신의 잘못이라고 회사에 미안한 마음 가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주 확연하게 고의로 다치지 않은 경우, 4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할 때는 산재보험으로, 그것이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으로 치료비를 사업주가 부담해야 함을 잊지 말자.

누가 다치고 싶어서 일하겠는가. 일하기 싫어 변명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아파도 참는 우는 범하지 말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엔 반드시 전문적으로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다루는 단체에서 상담받을 것을 부탁한다. 또 하나, 시간을 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읽어보거나 학교에 교육을 요청해볼 것을 부탁한다. 건강과 노동인권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기사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152126181&code=9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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