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잇따른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기업살인법이 제정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단은 산재사망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   

  지난 2월 7일 대우조선해양 컨테이너선 위에서 선박건조작업을 하던 입사 1개월 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20여 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추락사한 노동자는 곧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8살의 청년이었다. 지난 1월에는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내 2도크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머리 위로 325톤짜리 선박 블록이 떨어졌다. 한 노동자는 즉사했고 이 사고로 8명의 노동자가 심한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 15일 조선소 특수선 선체 3공장에서 선박 받침대 이동 작업을 하던 정규직 노동자가 받침대 아래에 깔려 사망했다. 3개월 동안 세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이 참사는 모두 해양플랜트 부문 세계 1위라고 자랑하는 거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일어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42억 8천만달러의 이익을 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연이은 산재사망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침통을 금할 수가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한 해 동안에 6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사망했고, 이 때문에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뽑은 2010년 ‘최악의 산재기업’에 선정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도 사측에서는 이러한 산재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전무했고, 정부 또한 이런 살인 기업들에 대해 솜방망이 규제와 처벌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고용노동부는 기업주에게 불과 몇 백 만원의 벌금으로 산재사고에 대한 죄를 물을 뿐이고, 조선업 자율안전관리제도를 통해 사업장 안전감독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대우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잇따른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은 대우조선해양의 고용구조에 기본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9천 여 명의 신규채용 중에 90%에 해당하는 8,200명을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로 고용했다. 대우해양조선의 경우 생산 공정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약 70%가 사내하청이며, 최근 수주가 늘어난 해양플랜트는 약 90%의 노동자가 사내하청으로 채워져 있다.

  

 정규직 노동자에 비하여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대부분 안전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데다가, 근속연수가 오래되어야 습득할 수 있는 작업장에서의 안전에 관련한 각종 정보를 숙지하지 못하는 채로 작업 현장으로 투입된다.  또한 조선소에 근무하는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건설 업무에 투입이 되는데, 사측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 기간 단축을 요구함에 따라 산재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 본연의 의무” 라며 “내실 있는 윤리실천”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윤리경영’과 ‘지속가능한 경영’ 에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최대주주가 한국산업은행(31.26%)이고 그 다음이 한국자산관리공사(19.11%), 나머지 11% 정도를 미래에셋(6.14%)과 국민연금공단(5.04%)이 갖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최대 주주인 준공기업인 셈이다. 결국 정부가 18살 청년을 비롯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고용의 90%를 비정규직 사내하청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매우 부끄럽게도 OECD 중 산재사망 1위 국가다.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다.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지난 3월 14일 여수산업단지 대림산업 폭발로 인한 사상사 17명 중 15명, 특히 사망자 6명 전부는 다단계 하도급의 단기 계약직 노동자였다. 이들의 죽음도 제대로 된 안전시설도 없이 시간 단축 등 기업주들의 탐욕이 부른 끔찍한 사고였다. 결국 한국의 산재 사망 사고는 이윤만을 최상으로 하는 기업주들의 탐욕과 이에 대해 아무런 규제도 없는 정부의 태도가 낳은 구조적인 문제다.

 산업재해는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예방 조치들이 미흡한 경우 그것들이 누적되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업에게 자율적으로 안전에 대한 조치를 맡긴다는 것은 스러져간 수많은 생목숨을 단 돈 몇 푼으로 보상하려는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안전보건 규제 완화와 자율안전관리제도를 즉각 폐기하고, 안전보건 규제 강화와 더불어 책임 있는 근로 감독을 시행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불법파견을 철저히 감독해야 하며, 현대자동차와 같이 불법파견 판결이 난 곳은 즉각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시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유해위험작업은 외주화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법령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지금 거듭 되풀이 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더불어 말단 책임자에 대한 단순 처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안전에 대한 교육과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을 때 그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수 있는 ‘기업살인법’을 제정이 시급하다. 우리는 죽음과 절망의 일터에서 신음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날까지 이러한 사회적 장치 마련을 위해 이들과 함께 싸울 것임을 밝혀둔다.(끝)

 

2013. 3. 27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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