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조치없는 구멍숭숭대책, 정부는 “갑”에게 책임을 확실히 지우라

                                                                  ㅡ 노동부 중대화학사고 예방대책 논평

고용노동부는 오늘(5월22일) ‘중대 화학사고 등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화학사고와 원하청관계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것이다. 이 대책의 주요 내용은 사고 발생시 사법 및 행정 처리 확대, 도급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유해, 위험작업 범위 확대, 원청의 안전보건관리 책임 강화,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체계적 관리 대책 등이다.

이번 대책은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중대재해의 원인을 제대로 짚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고용노동부가 분석한 대로 최근 사고는 사업주의 안전 경영 의식 부족, 위험의 외주화 경향 확대, 안전보건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 미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이번 대책은 그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대책의 방향은 잘 잡았지만, 개선 대책의 수준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안전수칙 미준수로 화학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법처리, 특별감독, 작업중지 명령을 확대,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현형 법상 이러한 처벌은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고용노동부가 아무리 엄하게 처벌하려 해도 법원은 안전수칙 미준수 사업장에 가벼운 벌금형을 내리기 일쑤이다. 이는 현행 법제도의 허점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사업주, 특히 기업 경영에 책임이 있는 CEO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법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위해 ‘기업살인법’ 제정이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하여 관리 능력이 없는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내놓은 대책 역시 부족하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도급 작업 대상을 확대하고 인가 요건을 강화하며 사후관리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유해작업은 아예 도급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아무리 인가 요건을 강화해도 서류 작업 혹은 생색내기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므로 진정 원청이 안전보건 위험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려면 유해, 위험 작업은 원천적으로 도급을 금지하는 법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청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청의 조치의무 장소를 확대하고 원청의 의무내용이 추가되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동일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경우 안전보건상의 조치 전체가 원청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 하청업체에게 유해, 위험정보를 제공하고, 하청업체의 법령 준수를 지도하는 것 정도로는 사고 예방이 되지 않는다. 하청업체가 위험을 관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안전보건상의 사업주 의무는 전적으로 원청이 지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잇따른 대형사고로 사업장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이 실질적 사고 예방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대책이 보다 근본적이 되어야 한다. 확실한 조치없는 대책, 정부는 “갑”에게 책임을 확실히 지우라.

2013. 5. 22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