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니 사고 나지”
운행중 사고 경험 30.9% … “차별 요소 없이 산재 적용해야”
구은회 기자/매일노동뉴스
화물트럭, 덤프트럭, 레미콘 등 대형차량을 운전하는 운수업종 종사자들의 재해율과 사망률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적인 휴일을 보장받지 못한 채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운수업 종사자들의 근로환경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임상혁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이 화물, 덤프, 레미콘(이하 화물운수업) 종사자들의 안전보건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전 산업 평균 재해율이 1천 명당 약 6.7~8.5명인데 반해, 화물운수업 종사자의 재해율은 1천 명당 약 16.5~31.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타 업종은 재해율이 매년 일정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화물운수업의 재해율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사망률도 마찬가지. 전 산업 평균 사망률이 1천 명당 0.2~0.3명인데 반해, 화물운수업의 경우에는 1천 명당 0.7~1.9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타 업종의 사망률은 감소 추세이나, 화물운수업의 경우 사망률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운행, 휴식 부족 … 피로도·사고율 높여
미국의 미연방화물자동차안전국은 피로로 인한 운전 중 실수를 줄이기 위해 화물운수업 종사자의 근무시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10시간의 연속된 휴식 이후에 가능한 최대한의 운행시간은 11시간 △10시간의 연속된 휴식 이후에 가능한 최대 근무시간(운행시간+운행 이외의 업무시간)은 14시간 △휴일 없는 7(8)일 연속근무 시 가능한 최대 총 운행시간은 60(70)시간 △휴일 없는 7(8)일 연속 근무 이후 반드시 34시간의 연속 휴식시간 보장 △차량에 비치된 침대칸을 이용해 휴식을 취할 경우 필요휴식시간 10시간 등.
임상혁 소장이 화물운수업 종사자 48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미연방화물자동차안전국에서 규정하는 최대 운행시간인 11시간을 초과 운전하는 경우가 49%에 달했다. 특히 레미콘 기사의 경우, 11시간을 초과해 운전한다는 응답이 66%에 달했다.
불규칙한 휴일도 화물운수업 종사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 특히 덤프 종사자의 경우 비성수기에는 약 20%, 성수기에는 약 10%만이 정기휴일을 보장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하면, 차량에서 휴식 및 수면을 취하며 근로하는 ‘연속근무일수’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5%가 일주일에 평균 4일 이상 귀가하지 않고 연속근무 한다고 답했다.
장시간 운행과 부족한 휴식은 화물운수업 종사자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운행 중 사고 발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교통사고를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무려 30.9%에 달했다. 세 명 중 한 명이 교통사고를 경험한 셈이다.
임상혁 소장은 “사업용 차량의 사고현황을 미국과 비교해보면, 사망자 수는 15배, 부상자 수는 12배 많다”며 “장시간 운행, 부족한 휴식시간, 연속된 근무, 피로도 증가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차별 규정 없이 산재 적용해야”
화물운수업 종사자들은 자신의 차량에 실어 나르는 짐을 상·하차 하는 과정에서도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운행 외 업무사고 사례로는 △고철 상차 후 천을 씌우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전도·전복) △컨테이너 문을 열다가 짐이 쏟아져 손바닥의 동맥이 절단되거나 손을 베이는 경우(충돌·접촉) △작업 중 차량에서 떨어지는 경우(추락) △물건 하차 중 발가락이 끼거나 손가락이 끼는 경우(협착) 등이 조사됐다.
조사 결과 종사자 세 명 중 한 명꼴(32%)로 운행 외 업무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운행 이외의 업무사고를 당했을 경우 의료비 지출 방법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8%가 ‘건강보험으로 처리한다’고 답했다.
임상혁 소장은 “화물, 덤프, 레미콘 업종에 종사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적절한 보호대책이 없어 사고를 당할 경우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느 업종보다 재해율과 사망률이 높은 화물운수업 종사자들에게 있어 산재보험의 적용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산재보험은 재해를 입은 노동자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는 재해를 예방해 노동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며 “보험 적용 후 임의 가입 전환(화물), 사업주와 노동자의 보험료 공동부담(레미콘) 등 차별적 규정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06년12월14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