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건강연대는 8년에 걸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은 기업에 ‘살인기업’ 상을 수여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위험한 일터에 경각심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기업들도 나름 예민하게 대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실제 현장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어떻게 처벌받고 있는지를 추적해왔습니다.
보통은 사회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처벌실태’였기 때문에, 
직접 고발의 당사자가 되어 산재사망사건의 처리과정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참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4명이 죽어도 겨우 100만원의 벌금을 받는 대기업이. 
그리고 습관적으로 무혐의를 주는 법원과 검찰이. 

그런데, 이번에 뉴스타파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무혐의를 받기 전에 행해져왔던 숨겨진 일은, 
법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를 알게 했고, 
대기업은 왜 꾸준히 위험한 현장을 유지하고 있었는지를 밝힙니다. 
더구나 사람이 죽어 그 책임을 묻는 일이 정부의 입장대로 바뀌고 묻히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현실은 대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합니다. 

뉴스타파와 함께 이사건을 초기부터 검토하면서, 힘이 많이 빠지기도 했지만, 
늦게나마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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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부터 ‘산재 무혐의 비밀’ 방송됨. 



대형 건설사 ‘산재 무혐의’의 비밀

-사망사건도 무혐의..7대 건설사 480억 산재보혐료 감면

매년 600명이 넘는 건설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아파트가 하나 서면 건설노동자 한 명이 죽어 나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 건설사는 이 같은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법적인 책임이 있지만, 실제 이를 위반하고도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2011년 4월에 있었던 ‘4대강’ 낙단보 건설노동자 사망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은 당시 속도전으로 치달았던 ‘4대강’ 공사가 불러온 참사였다. 정황상 산업안전보건법에 준해 건설사가 처벌을 받아야 할 사건이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시공사인 두산건설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가 입수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의 노무법인 비리 관련 수사보고서에는 한 노무법인의 대표노무사 윤 모씨가 이 사건에 개입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윤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아주면 수천만원의 사례금을 받는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건설사와 체결했다. 경찰은 윤 씨가 담당 근로감독관을 만나 검찰에 보낼 사건 조사 보고서에서 건설사에 불리한 내용을 빼 달라고 청탁하고, 수백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윤 노무사가 낙단보 재해 등 모두 74건의 건설노동자 사망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윤 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하지만 윤씨와 해당 근로감독관들은 이같은 혐의 사실 일체를 부정하고 있다.

윤씨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두산건설, 대림산업, 동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주로 대형 건설사들과 계약을 맺었다. 경찰 조사결과 윤씨는 이들 대형 건설사로부터 건당 4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기업고객이 노무법인에 내는 수백만원 대의 수임료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액이다.  

건설사가 시공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처벌 받게 되면 행정 벌점과 그로 인한 영업정지, 입찰제한 같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노무법인에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하더라도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면 훨씬 경제적인 셈이다.  또 산재 발생이 적은 기업은 산재보험료 감면을 받는다. 재해 관리가 우수한 업체에 대해 산재보험료 감면 특혜를 제공하는 ‘산재보험 요율특례(개별실적요율제)’ 때문이다. 

윤씨와 계약한 주요건설사 7군데가 2012년도에 감면받은 산재보험료는 480억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