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의료기관 ‘당연 지정제’ 시행, 대형병원 ‘발목 잡히나’
[뉴시스 2006-12-16 08:14]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 의료 수가를 2.3% 인상한 데 이어 노사정위원회가 최근 산재보험 의료기관까지 강제하겠다고 밝히자, 병원계에서는 이에 앞서 수가 현실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재의료기관 ‘당연 지정제’는 무엇=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는 지난 13일 제41차 산재보험발전위원회를 열고, 산재환자에 대한 전문 치료와 양질의 요양서비스를 위한 ‘종합전문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 도입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 개선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산재보험 의료기관 지정은 전적으로 해당 의료기관 자율에 맡겼으나 일부 의료기관이 낮은 진료비를 이유로 기피하자, 이번 합의안을 통해 정부는 기피 의료기관까지 강제적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노사정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신촌 세브란스 등 우수한 의료진과 진료기술을 갖춘 일부 종합병원이 그동안 산재 의료기관 지정을 기피해 왔다”며 “당연 지정제를 통해 이르면 2008년부터 산재보험 환자들이 이들 병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사정은 종합병원·병원 또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관리부담·요양서비스의 질 등을 고려해 현행 지정제도를 유지하되, 의료기관의 전문성, 시설·인력기준 등 지정요건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또한 산재환자에 대한 부실한 의료서비스, 과잉·부정 진료를 막기 위해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실사를 확대하고, 부당·허위청구를 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지정제한 또는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상 종합전문 요양기관을 산재보험 요양담당 의료기관으로 당연(강제) 지정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산재보험법(안)을 내년 상반기께 입법예고해 2008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산재환자 피할 수 없는 병원들 “불만”=현재 전국적으로 산재보험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총 400여개로 대학병원 가운데는 고대 구로병원, 여의도 성모병원, 영동 세브란스병원, 한양대 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3차 의료기관 중에서도 서울대병원·신촌 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강남성모병원 등은 지정돼 있지 않았다.
특히나 이들 대형병원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기술을 보유한 대표적인 대학 종합병원으로, 산재환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산재 지정 의료기관화 할 것을 요구받아 왔다.
그러나 이들 병원은 건강보험 의료수가의 60%수준으로 낮은 산재보험 수가에 불만, 지정을 기피하는 한편 산재 지정 의료기관을 해지하기도 했다.
1964년 산재보험 시행부터 지정 의료기관이었으나, 지난 2000년 신촌세브란스병원 측은 산재환자들의 장기 입원율이 높아지면서 병상 회전율이 떨어지자 지정 해지를 했었다.
노사정 합의로 인해 이들 병원의 산재보험 강제 지정이 확실시 되자, 병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정부의 조치에 결국은 따를 수밖에 없지만 원가에도 못 미치는 산재 수가로 인해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 된다”며 난처해하고 있다.
◇건보 보다 낮은 수가 해결 시급=이르면 2008년부터 이들 병원들이 산재보험 지정 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면, 대다수 산재보험 환자들은 이들 병원을 선호할 것이 확실시 된다.
산재보험피해자들은 지난 2000년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산재 지정 해지를 신청하자, 당시 규탄대회를 가지는 등 우수한 의료진들이 포진한 대형병원들이 앞장서서 산재환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병원 측은 “산재 환자를 회피할 수밖에 없는 데는 터무니없이 낮은 산재보험 수가, 산재환자의 입원기간 장기화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 이로 인해 병원의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산재보험 지정을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병원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일”이라며 “정부는 시행에 앞서 낮은 산재보험 수가의 현실화, 급여청구 절차 간소화 등 제도적 뒷받침을 비롯해 의사소견을 근거로 산재환자를 퇴원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병원에 줘야 한다”고 밝혔다.
석유선기자 sukiza@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