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한미FTA SPS 분과서 논의하자”
미국의 ‘쇠고기 압력’ 본격 시작돼.. SPS협상 무기한 연기
임은경 기자
오는 19~20일 미국 워싱턴에서 별도로 열릴 예정이었던 5차 한미FTA SPS(위생·검역) 분과 협상이 한미 양국간 ‘의견 차이’로 연기됐다.
최근 세 차례에 걸친 한국의 뼈있는 쇠고기 반송 조치로 약이 오를대로 오른 미국이 FTA 협상에서 쇠고기 관련 현안도 함께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한국측의 쇠고기 반송조치는 지난 1월 한미간에 합의한 쇠고기 수입재개 위생조건에 따른 것이었지만, 미국은 즉시 ‘뼈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하라’며 한국 정부에 강한 압력을 넣어왔고, 한미FTA 협상에서 진행중인 SPS 분과에서 이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어 왔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구체적 위생·검역 현안은 FTA 협상과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맞서, SPS 분과 협상이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진 상태로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미국, SPS 협상서 쇠고기 논의 요구, 한국의 거부로 협상 연기
농림부는 18일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내년 1월 SPS 분과 협상을 다시 개최하는 방안을 미국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림부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5차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함께 조류 인플루엔자 지역화 인정 문제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지역화 인정’이란 만약 미국의 특정 주에서 AI가 발병했을 경우, 미국산 전체가 아니라 해당 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텍사스 주에서 AI가 발생했을 때, 미국산 닭고기 전체에 대해 수입중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텍사스 주의 닭고기만 수입을 중단하고, 나머지 주에서는 계속 수입하라는 말이다.
이는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미 거대 축산기업의 수출길이 막히자 미국이 새롭게 만들어낸 논리다. 정부는 내년에 WTO에서 지역화조건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항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쇠고기 수입, 지역화 인정, GMO표시요건 완화… 쏟아지는 부당요구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한미FTA 협상과 원칙적으로 무관한 의제인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를 벌써 SPS 분과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 외에도, 수입통관절차 간소화, GMO 표시제 요건 완화 등 한국의 식품안전을 하향 평준화시킬 구체적인 요구들을 제기하고 있다.
GMO 표시제 요건과 관련해, 미국은 국내의 ‘비의도적 혼입치’를 현행 3%에서 5%로 완화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GMO가 유기농으로 둔갑할 수 있는 미국식 유기농 인증제도를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비의도적 혼입치’는 일반 농산물에 GMO 농산물이 의도하지 않게 섞여 들어간 비율을 말한다.
세계 최대의 GMO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의 이같은 부당한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으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조차 아직 국민들에게 밝힌 적이 없다.
또 한미FTA가 체결되면 국민을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위생검역조치가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이 되어 미국 기업에 막대한 보상을 해주어야 할 ‘적반하장’의 상황마저 올 수 있다.
‘너희가 광우병 쇠고기를 피할수 있을 것 같으냐?’
마지막 카운터 펀치, ‘투자자-국가 소송제’
만일 한미FTA가 체결된 상황이라면,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되어 반송 조치를 취할 경우에도 오히려 불량 쇠고기를 수출한 미국 기업이 자신들의 투자 이익에 손실을 가져왔다며 우리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실제로 NAFTA 협상에 의해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광우병 관련 수입금지 조치가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18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 위생검역분과 협상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을 완화하려는 밀실 야합 시도의 앞자락 깔기”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노무현 정부가 고위급 밀실 협상 및 별도의 위생검역분과 협상을 통해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 완화 등을 양보하여, 한미FTA 협상을 조기에 타결하려는 것은 범죄적 논의”라고 비난했다.
2006년12월18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