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조를 만들었다 변화가 시작됐다
– 희망연대노조 120다산콜센터 지부  문교택 사무국장
전수경 / 노동과건강 편집위원
10월 말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을 찾았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건 지난 9월. 서울시민이라면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도움받은 분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은 서울시 소속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다산콜센터 안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점심시간, 아직은 얼굴을 서로 모르는 조합원들이 ‘도시락데이’를 만들어서 얼굴 보면서 도시락을 같이 먹는다.
조합 가입원서를 쓰고 나서도 아직은 조심스런 분위기다. 다산콜센터를 위탁관리하는 MPC KCIS, 효성, 3개의 업체들은 노동조합 결성을 못마땅해 한다.  
그래도 노동조합을 만든 사람들은 꿈틀꿈틀 생기가 돈다. 
도시락을 앞에 놓고 수다가 한창이다. 
“출근시간 20분전 조회 이제는 없어졌죠? 뛰지 마세요”
“몰랐어요, 회사가 말 안 해줬어요”  
“와 택시 안타도 되는 거야?”
“아침에 출근해서 5분대기 10분대기 안 해도 되요”
“안 해도 되요? 지난 달 8시 40분에서 2분 지각했다고 패널티가 나왔는데”
“노조 생기고 어제 지부장이 생리휴가 썼어요”
“퇴사하지 마세요, 점점 좋아질 거예요”
“밥상이 다 차려졌는데 못 먹으면 안 돼”
“생리휴가가 뭐예요. 월차랑 다른 거죠?”
“임신한 사람한테도 자꾸 휴일에 근무하라고 시켜요”
“회사 스트레스가 더 크다니까. 전화 거는 시민들보다 회사 안에서”
“여린 사람들은 불만이 폭발하고 성격이 바뀔지도 몰라”
“이직율이 48%예요, 두 달에 한 번씩 신입을 뽑아요”
“시간 외 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심리상담을 일주일에 한번 하러 오는데 차례가 안 돌아와요”
“출산휴가 못 써서 퇴직한 분도 있어요”
“병가 안 된다고 해서 팔에 깁스하고 나온 사람도 있어요”
“초단위로 관리를 하거든요, 화장실을 한 시간에 세 번이냐 가냐고 하고, 몰려 다니지 말라고 하고 내 뱃속까지 관리한다니까요”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고 막 개입하고 터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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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데이’의 점심시간 수다는 두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점심시간이 11:30부터 다르게 배정되기 때문에 시간대별로 새로운 조합원들이 식사를 하러 온다.
조합원들 수십명의 수다를 듣고 있자니,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조직인지 새삼 감동하게 된다.  
일주일 후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을 다시 찾았다. 문교택 사무국장이 기다리고 있다. 남성이다. 콜센터노동자는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산콜센터에는 12% 정도의 남성노동자들이 있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 노동조합활동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어떻게 노동조합을 하시게 됐나요?
_ 노동조합을 해본 적도 없고, 잘 몰랐어요. 썩 달갑지 않게 생각한 적도 많고요. 노동조합을 과연 할 수 있나 고민하다가 희망연대 노조 분들을 만나서 하게 된 것이예요.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노동조건이 많이 좋아지고 성과가 보이니까, 작은 부분들이 금방 금방 시정되니까 실감이 나네요. 
아 그렇군요, 어떤 문제들이 그렇게 금방 바뀔 수 있는지 감이 안 잡히는데요. 
_ 다산콜이 업무 시작전 5분전대기, 10분전 대기, 20분전 조회 같은… 근무 외 수당도 안주고 사람을 잡아두는 일이 많았어요. 교육도 업무 끝나고 하고요, 노동조합이 시간외 수당 내놓으라고 하니까 다 없어졌어요. 돈 주기 싫어서 그런지 대기도 없어지고, 교육도 근무시간 안에만 한다니까요. 전에는 퇴근 못하게 하고 잡아뒀거든요. 
콜센터가 6시 땡하면 퇴근하는 직장인 줄 알고 왔는데 근무 끝나고 잡아두는 일이 너무 많아서 퇴직하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화장실을 가려해도 바쁜 시간에 가면 쫒아 다녀요. 화장실 앞에서 ‘빨리 나와라’ 할 정도니까요. 
이러니까 이직률이 높아요. 제가 1년 9개월 됐는데 연차가 중간이상이죠. 이직률이 48%라고 나오니까요. 두 달에 한 번씩 신입 교육을 해요.    
올봄 서울시가 비정규직노동자를  1천명 이상 직접고용에서 언론에도 많이 나오고 부러움을 샀는데요, 그 때 다산콜은 기대가 많지 않았나요.  
_ 글쎄요. 별 기대가 없었어요. 우리는 업체의 정규직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비정규직이라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노동조합하면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서울시 민원을 다 받는데 이걸 위탁업체에 맡긴 거잖아요. 지금은 직고용이 이슈가 됐어요. 이제 임단협을 하게 될 거예요. 일단 임단협을 하게 되면 임금을 올려야 해요. 업체들이 서울시에서 돈을 받아 우리한테 월급을 주는 거잖아요. 업체가 받는 돈을 보니 중간착취가 너무 심하더라고요. 
우리가 한 달에 한번 상담내용에 대한 시험을 보는데 이 시험자체가 서울시가 내거든요. 시험을 없애야 해요, 시험을 없애고 교육으로 전환하는 게 좋겠죠. 신입직원 교육도 서울시가 해요. 여기 다산콜센터 건물 1층에 서울시직원 20명이 상주하거든요. 다산콜은 위탁업체에 맡기면서 서울시 직원이 20명이나 출근해서 우리를 관리하는 거죠. 거기서 다 듣고 있는 건지 ‘응대율 떨어진다’ ‘오래 기다린다’ 이런 지적을 해요. 
한달에 한 번 시험을 본다니 놀랐습니다. 다산콜센터가 전화받는 영역이 얼마나 되는 건가요
_ 저희가 시청, 25개 구청, 민원, 수도, 보건소 전화를 받고, 가락시장, 시립미술관, 어린이대공원, 세종문화회관 전화까지 다 받아요. 가락시장 배추 값도 물어보고, 남산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노원구에 채널 4번에서 나오던 식당이 어디냐, 좀 전에 홈쇼핑에 팔던 물건 어디서 사야 되냐… 오세훈 시장이 만들 때부터 네이버에 나오는 건 다 물어보게 해놔서, 점심 메뉴로 짜장이 좋을까, 짬뽕이 좋을까 전화하는 사람도 있어요. 
전화 범위가 너무 넓어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업무 강도가 너무 높은데요
_ 우리가 하루에 100콜에서 150콜을 받아요. 피로감이… 목도 아프고. 보통 콜센터는 2~3달 일하면 그때부터는 누워서 받는다고 할 만큼 숙달되거든요, 여기는 계속 긴장상태예요. 한 사람이 시 전화, 구 전화, 가락시장 전화, 보건소 전화를 다 받으니까 긴장을 안 하면 바로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업무강도가 너무 세요. 하루 70콜 받으면서도 힘들다고 하는 콜센터도 있다는데 여기는 하루 200콜을 받을 때도 있거든요. 성대결절이 온다니까요. 산재도 안 되고 병가도 안 되는데.
(옆에 여성조합원이 덧붙여준다) 어떤 남자분이 전화해서 욕설을 하길래 ‘시구정과 관련없는 내용이니 끊겠습니다’ 했더니 팀장이 좇아와서 ‘이 멘트 어디서 배웠니?’ 이러는 거예요. 
업무가 힘드니까, 노조 생기기 전에 개인적으로 서울시에 항의한 분이 있었는데 서울시에서 바로 업체에 얘기해서 무마한 적이 있어요. 이러니까 ‘더러워서 떠난다’ 는 분위기가 있고, 그만두려는 사람이 많으니까, 2달 전에 3달 전에 예약을 해야 그만 둘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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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콜센터 일하시는 분들이 여기가 첫 직장이신 분들이 많은가요, 젊은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_ 여성들은 50살 넘은 분들이 있지만 30대가 제일 많고요, 남자직원들도 2,30대가 많아요. 50대 넘은 분들은 아이 키워놓고 나오시는 분들이 많고, 남성들은 취업이 안 되니까, 공무원 준비하다가 온 사람도 있고, 학비 벌려고 온 학생도 있고, 인테리어 일 하다가 온 사람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중국어 전공하고 중국에서 무역을 하다가 잘 안돼서 일자리 찾다가 오게 됐어요. 일을 시작할 때는 거쳐 간다고 생각했죠. 초반에는 너무 힘들어서 무단 결근도 했어요. 1년 정도 지나니까 업무파악이 되고 감이 잡히더라고요.  
 
오 정말 힘들겠습니다.  전화받으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텐데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_ 가족한테 풀어요, 콜센터 동료들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가족한테 푸는 사람이 제일 많아요. 애한테 화내고 소리지르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는 사람도 많아요. 쉬는 시간에 보면 또 우냐, 왜 우냐, 뭣 때문에 우냐, 수시로 이런 말을 하게 돼요. 심리 상담이라고 일주일에 한번 상담해주는 사람이 와요, 위탁업체마다 일하는 사람이 160명이거든요. 한사람이 4주씩 하면 하루 많이 해야 8명인데 언제 차례가 돌아오겠어요.  
정말 이상한 사람이 많아요. 술 마시고 전화해서 월급 달라는 사람, 비가 오는데 빨래를 걷어야 하냐고 묻는 사람, 서울시장 시켜달라는 사람, 여자들은 왜 키 큰 남자를 좋아하냐고 묻는 사람, 중국집 전화번호 물어보는 사람… , 저희가 먼저 전화를 끊으면 안 되거든요. 
네이버에 나오는 것들은 다 찾아서 대답해줘요.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폭언하거나 욕설을 하는 사람들 얘기가 가끔 오르내리잖아요.
_ 이번에 악성민원인 4명을 고소했어요. 처음이예요. 고소를 한 것은. 고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화해서 폭언하는 사람은 많아요. 요새는 ‘3번 경고하고 전화 끊겠습니다’ 할 수 있게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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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들을수록 노동조합 정말 잘 만들었다 생각이 드는군요
_ 이렇게 노동조건이 너무 열악하니 노조가입을 많이 하는 거죠. 아직은 가입률을 밝힐 수는 없지만 노조 시작하고 나서 보니 노동조건이 열악해서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더라고요. 아직은 가입률이 낮으니까 끌어올려야죠. 
내년 쯤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노동조합이 생겼으니까, 2,3년 있으면 직고용이  되지 않을까요. 콜센터가 잠깐 알바라고 생각해서 저임금도 참고 일하는데… 콜센터를 천시하는 게 있어요. 다산콜이 모범이 돼야죠.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도 나오고,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노동부가 감독 나오고 나서 지금 저희가 ‘무료노동 그만’ 하자고 일하고도 못 받은 시간외수당을 받자고 진정을 했어요. 이게 나오면 가입률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제가 중간중간 힘들긴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노조 사무국장 할 때는 사람이 없어서 하게 된 것도 있고, 노조 경험도 없지만… 사람이 변하는 거 같아요. 노조가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120다산콜센터가 서울시직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민들은 몰랐을 텐데요, 다산콜센터가 없으면 시민들 공무원들이 큰 불편을 겪을텐데 서울시가 교섭당사자가 아니라면서 안 나서고 피하고 있잖아요, 박원순 시장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은가요.
_ 서울시 직접고용은 박원순 시장이 확답해줘야 안심 할 것 같은데, 평화적으로 민주적으로 답을 받아내고 싶어요. 다산콜센터에 벤치마킹한다고 보러오는 기관이 참 많거든요.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줄 모르고, 안에서 곪아터지는 줄 모르죠. 
일하다 보면 공기질 나쁜 게 느껴지거든요. 산소가 모자란 게 느껴져요. 요새는 히터 틀어놓고 일하니까 공기가 더 나빠요. 
우리가 하루, 한 시간만 전화를 안 받아도 시가 마비될 거예요. 구청 공무원들이 다산콜 견학하고 가면 태도가 달라져요. 우리가 한 시간만 전화를 안 받아도 강력한 무기가 될 거예요. 우리를 대화상대로 존중하고 노동환경개선, 직고용대책을 서울시와 논의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죠. 
다산콜센터 문교택 사무국장은 인터뷰는 기꺼이 응해 주었지만 사진을 찍는 것은 아직 좀 이르다고 말한다. 노동조합간부와 조합원을 아직 공개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 지부는 2012년 가을과 겨울을 노동조합 설립과 함께 바쁘게 보내고 있다.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은 힘겨운 노동조건과 3개 위탁업체의 불법, 탈법적 노무관리 실상을 알리고 서울시에 직접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 번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밥상은 차려졌다. 천천히 숟가락을 얹고 젓가락도 놓고 노동조합의 힘을 믿으며 반찬 가짓수를 늘려가야 하리라. 
조합원이 된 사람, 가입원서 앞에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같이 한 끼를 나누는 ‘도시락데이’가 이미 시작되었으니, 노동조합이 따뜻한 찌개가 올라오고 향기 좋은 차 한잔을 나눌 수 있는 밥집이 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