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잔인한 4월’을 원하는가”
[우석균 칼럼] ‘제2의 촛불’은 의료민영화가 당긴다
기사입력 2009-03-13 오전 8:36:16
이명박 대통령은 9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소수이기는 하지만 아직 이곳저곳에서 정부가 하는 일을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때문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마다 반대하는 사람은 소수가 아니라 국민 다수라는 게 문제다. 왜 하는 일마다 반대냐고? 국민들이 보기에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마다 다수 서민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소수 재벌 퍼주기 정책이어서 그렇다.
국민 대다수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는 정책만을 고집해온 뚝심있는 이명박 정부가 또 한가지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이맘 때 쯤 발표했다가 촛불 항쟁으로 대통령 임기를 채우냐 마느냐가 문제가 되자 결국 중단하겠다던 의료 민영화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97년 IMF위기 당시 강만수 재경부 차관 밑에서 금융정책실장을 지냈던, 사실상 IMF 사태에 직접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국적으로, 동시적으로, 그리고 ‘대형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단다. 경제 위기 시기에 의료비 폭등을 가져올 영리병원 추진을 하겠다는 정부, 어떻게 우리가 이 정부가 하는 일마다 반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왜 내가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마다 반대하는가에 대한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영리병원을 추진하겠다는 정부는 추진 이유를 몇 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 2006년부터 3년간 6000만 달러 이상인 해외 의료 서비스 적자를 국내 대형 영리병원을 통해 흑자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해외에 진료를 받으러 나가는 환자도 붙잡고 해외 환자들도 유지하겠단다. 둘째는 의료 산업을 키워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 그리고 셋째는 병원 간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 주장에 대해 하나 하나 살펴보자. 우선 비행기 타고 해외에 나가 병원 가는 사람들은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한다고 국내에서 진료받을 사람들이 아니다. 대다수가 원정 출산족이고 또 일부는 장기 이식을 위해 할 수 없이 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수익 창출이 서비스 목적이 되는 영리병원화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일까? 국내 영리병원에서 애를 낳으면 미국 시민권을 준다면 모를까? 또 영리병원이 생기면 이식할 장기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의료 관광 활성화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정부가 예로 드는 두가지 나라가 있다. 이번에도 그 두 나라는 등장했다. 하나는 싱가포르이고 또 하나는 태국이다. 하도 여러번 이야기 해서 독자들은 지겨우시겠지만 정부 관계자 제위들을 위해 한번 더 이야기하겠다. 싱가포르는 일단 모든 병원 중 공공병원이 80%다. 그리고 공통어를 쓰는 의료 수준이 낮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부유층이 의료 관광의 주 고객들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비율이 80%인가? 아니 고작 7%다. 일본과 중국이 한국어를 쓰는가? 일본의 의료 수준이 우리보다 낮은가? 게다가 중국에는 미국계 대학병원 분원들이 이미 들어와 있다.
윤증현 장관은 타이에 150만 명의 해외 의료 관광객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이는 원래가 관광대국이다. 게다가 알긴 아는가? 타이에서는 바로 이 의료 관광객들을 진료한다고 의사들이 죄다 몰려가서 정작 타이 국민들은 의사 보기가 힘들고 의료비가 너무 올라가 의료제도가 붕괴 직전에 있다. 한국 정부가 바라는 모델이 타이란 말인가? 게다가 타이의 강점은 매우 싼 인건비에 있다. 제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6000만 달러의 적자 이야기를 해볼까? 2007년 기준으로 655억 적자이고 이는 해외 서비스 지출액 19조 원의 0.3%에 불과하다. 하루에도 수억 달러씩 외환시장에서 국민 세금과 연금을 날리는 정부가 연 1000억 원도 안 되는 돈을 가지고 해외 서비스 적자 운운하는 것은 웃기기 그지없다.
의료 관광으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영리병원을 만든다? 진짜 문제는 의료 관광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진정한 목적도 의료 관광에 있지 않다. 의료 관광은 영리병원이 아니고서도 이미 다 잘 한다. 무엇이 목적인가? 바로 재벌이 의료를 통한 돈벌이를 하게 해주기 위해 의료를 민영화시키는 것 그것이 소수의 정부, 이명박 정부의 목적이다. 영리병원은 의료 민영화의 핵심중 하나이고 영리병원이 전면 허용되면 재벌들과 대형 영리병원들은 떼돈을 벌겠지만 의료를 이용하는 국민들 다수에게는 의료비 급증과 의료 서비스질 하락을 가져올 뿐이다.
▲ 2008년 촛불 항쟁이 시작되기 직전 아고라에서 단 며칠 만에 의료 민영화 반대 청원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이에 놀라 정부는 4월 30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폐지는 없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5월 2일 촛불 항쟁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작년 이맘 때즈음의 정책을 똑같이 시도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단언컨대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비가 폭등한다. 이것은 아무리 부정해보아도 반증될 수 없는 사실이다. 강연이나 토론회에 가서 설명을 하다보면 ‘아니 국내 병원은 이미 영리병원 아닌가요? 다 돈벌이 하잖아요?’라고 한다. 물론 한국에서 모든 병원은 돈벌이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법인병원은 모두 비영리병원이므로 병원 안에서 번 돈을 바깥으로 내가지 못한다. 그런데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투자자에게 이윤 배분을 하게 된다. 비영리병원은 법적으로 환자 진료가 목적이지만 영리병원은 ‘합법적으로’ 영리 추구가 목적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투자자에게 돈을 배분하는 만큼 의료비가 비싸진다.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만큼의 이윤을 삼성병원이나 현대병원이 내야한다. 의료비가 비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의료비 연구들의 한결같은 연구 결과다. 예를 들어 메타분석을 하여 324개 병원을 조사한 데브로의 논문에 의하면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1인당 의료비가 19% 높았다.
정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므로 의료비 증가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거짓말이다. 미국에서 노인대상 건강보험(메디케어) 적용 환자만 놓고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했을 때 영리병원 환자들의 의료비가 16.5% 높았다. 한국에서 공립병원이었던 병원들이 민간 위탁된 후 1인당 의료비는 2~3배가 늘었다. 몇십 퍼센트의 의료비 인상이 아니라 몇백 퍼센트의 의료비 인상이 올수도 있다는 거다.
왜냐고? 건강보험이 있건 없건 영리병원의 ‘합법적인’ 목적은 환자 진료가 아니라 돈을 벌어 주주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의료비는 폭등한다. 그 뿐인가? 미국에서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부당청구가 많고 불필요한 과잉진료가 더 많다. 이것도 지금까지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한 연구들의 일치되는 결과다.
정부는 서비스질이 높아지고 고용도 는다고 한다. 이것도 거짓말이다. 임금 비용이 5% 내외인 제조업과 달리 병원의 임금 비용은 50% 내외다. 왜냐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데 가장 큰 요인이 의료 인력이 얼마냐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리병원처럼 되어 더 많은 이윤을 올리려면 의료 인력을 줄여, 인건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 미국의 영리병원은 그래서 의료 인력을 줄인다. 그 결과 영리병원은 서비스질이 낮고 사망률은 높다.
미국의 신장투석병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영리병원의 사망률이 비영리병원보다 20%가 높았다. 미국에서 영리병원에 갔던 환자가 비영리병원으로 갔다면 연 1만4000명이 덜 죽었을 거라는 연구도 있다. 당연히 고용이 늘지도 않는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서는 어렵던 M&A가 쉽게 가능해져 정리해고가 판을 칠 것이다. 한국처럼 이미 병상이 과잉인 나라에서는 고용이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정규직이 비정규직이 되고 ‘알바’만으로 병원 직원들이 채워질 가능성이 더 크다. 보건의료 고용 인력이 가장 높은 나라들은 미국처럼 의료민영화가 이루어진 나라가 아니라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은 공공병원이 대부분인 나라들이다. 게다가 미국의 병원 고용 인력은 비정규 행정직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한다. 이것 또한 거짓말이다. 의료비가 폭등하면 건강보험재정이 버티지를 못한다. 생각해보자, 돈벌이가 합법이 된 영리법인 병원들이 당연지정제가 돈벌이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여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면 지금의 헌재가 과연 어떤 판단을 할까? 결국 영리병원 허용만으로도 당연지정제 폐지는 필연적 결과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건강보험으로 모든 의료비가 해결’되는 국민 의료비 절감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장 수백만에 이르게 될 실직자들과 신 빈곤층의 의료비 부담을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영리병원이 아니라 병원의 돈벌이를 규제해 건강보험재정 낭비를 줄이고 그 돈으로 건강보험보장성을 강화해야만 한다.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미국과 한국밖에 없다.
결국 영리병원 허용 정책은 삼성병원과 현대병원과 같은 재벌병원에게는 최대한의 돈벌이 기회를 ‘허용’ 하고 국민에게 그 모든 부담을 지우는 정책일 뿐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정부가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 의료비 폭등과 건강보험 재정파산, 당연지정제 폐지와 그리고 건강보험 붕괴라는 선물이다. 그리고 이것이 윤증현 기획재정부의 첫 작품이다. 도대체 이런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에 어떻게 ‘무조건 반대’를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명박 정부는 과거를 참으로 자기마음대로 잘 잊는 정부다. 그래서 사실 하나를 상기시키고자 한다. 촛불 항쟁이 시작되기 직전 아고라에서 단 며칠 만에 의료 민영화 반대 청원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이에 놀라 정부는 4월 30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폐지는 없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5월 2일 촛불 항쟁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작년 이맘 때즈음의 정책을 똑같이 시도하고 있다. 대운하부터 공공부문 민영화, 조중동에게 방송 넘기기, 입시 지옥 교육, 의료 민영화까지. 모든 것이 촛불 운동의 전야와 같다. 달라진 것 하나라면 이제 경제 위기까지 닥쳐왔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기다리고 있는 4월은 얼마나 잔인해야 할까?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