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             



노예처럼 일하는 것 같아요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말도 안 되게 짧은, 휴가라 하기에 민망한 닷새의 휴일을 받아들고 급하게 여행을 치러낸  도시인들이 다시 지하철에 가득하다. 낮 12시 밥집 앞에서 번호표를 받아든다.


알바 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읽는다. 물탱크를 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하기에 ‘잠깐’이라고 생각하고 간 알바, 1천400톤의 물탱크가 폭발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고 말았다.


인터넷에는 대기업조선소 알바를 구하는 광고가 넘쳐난다.

초보자, 장기단기 알바, 휴학생알바…, 최저임금만큼만 시급으로 주는 카페나 편의점 알바에 비하면 일당 8만원의 조선소는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할 것이다. 식사제공에 기숙사제공까지 해주는데 건강검진만 받으면 바로 입사가능하다는 깔끔한 소개글 앞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사고와 사망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리기는 어렵다.


일을 하다 팔뼈가 부러졌지만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하청업체 트럭에 실려 병원으로 가기까지 너무 시간을 지체해서 한번에 끝날 수술을 몇 번이나 해야 했던 노동자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해 주지 않는다.


“젊은 애들이 너무 많이 온다, 왜 여기 조선소까지 왔냐 물어보면 돈 많이 준다고 해서 왔단다, 일주일도 못 버티고 도망가고 또 다른 애들이 오고 …”

“잠실에서 왔다 그러고 부천에서 왔다 그러고, 어린 애들이 여기 거제도까지 오는 거 보면 안쓰러워” 이번 여름, 거제도에 만난 조선소 노동자들의 걱정이다.


출퇴근길 날마다 보는 한강이 노동자 5명을 삼켰다는 기사에 유난히 놀란 것은 도시의 스펙터클 정도로만 여겼던 그 강물이 누군가에겐 작업장이었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그치지 않는 비에 대해 지상에서 불평할 때 불어난 강물로 일을 하러 들어가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생명을 강탈하고 건강을 착취한다. 비정규직, 정규직 가리지 않고, 알바생, 실습생, 대학생, 휴학생, 초보자, 경력자 가리지 않고, 중국인 한국인 구별하지 않고, 마트, 공장 가리지 않는다.


어처구니 없이 죽는데, 조용하다. 갑작스럽게 어이없게 허무하게 한명, 두명, 세명, 다섯명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고 있는데, 덤덤하다. 오늘의 착취와 강탈이 내일 나에게 오지 않으리라 믿어도 되는 것일까. 그런 불운 따위 나를 비껴가리라 위로하면 괜찮을까.

절박했는지 돌아볼 수 밖에 없다. 막을 수 있다고 바꿀 수 있다고 말했던 우리에 대해서 쉽게 낙관해도 괜찮은 것일까. 막을 수 있는 비극. 멈출 수 있는 수탈에 대해 눈 한번 흘겨주고 마는가.


“저 트윗 보다가 전화 드렸는데요, 노동…건강… 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발신자는 군대를 다녀왔고, 20대 중반의 대학 졸업반이며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마트, 전자공장, 드라마보조출연, 호주워킹홀리데이… 알바의 개인사를 이야기해 주었다. 일을 시작하면 왜 쌍욕부터 들어야 하는지, 군기는 왜 그렇게 잡는지, 아홉시간 서서 일하는 마트에서 잠깐 앉았다고 민원을 넣는 고객을 이해해야 하는지.

“노예처럼 일하는 것 같아요”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숙일 수 밖에 없어요“


조선일보가 대기업에게 ‘기업살인으로 처벌해야 정신 차릴 건가’ 훈계한 적이 있다.

노동자가 죽어도 기업 처벌이 너무 낮다며 큰 소리를 한다. 차려야겠다,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