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책국노트

– 이번 기획은 정책국 회원들이 관심있게 보고있는 주제를 모아 구성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실태 및 관리제도 개선 방향

강희태 / 노동건강연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직업성 암이란?


  직업성 암이란 직업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되거나 발암물질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특정 직군이나 산업에서 증가하는 암을 말한다.1) 즉 직업성 암이라고 해서 비(非)직업성 암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직업적인 원인으로 인해 확률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통칭해서 직업성 암이라고 하는 것이다.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에서는 발암인자를 발암성의 증거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Group 1은 인간에게서 발암성이 있는 인자들 (carcinogenic to humans), Group 2A는 인간에게서 발암성 가능성이 높은 인자들 (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 Group 2B는 인간에게서 발암성 가능성이 있는 인자들 (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Group 3은 인체 발암원으로 분류가 아직 불가능한 인자들 (not classifiable as to its carcinogenicity to humans), Group 4는 인간에게서 발암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인자들 (probably not carcinogenic to humans)이다. 2013년 4월 10일 현재 목록에는 Group 1에 111가지, Group 2A에 65가지, Group2B에 274가지, Group 3에 504가지, Group 4에 1가지 인자가 포함되어 있으며2), 이 목록은 연구결과들이 쌓이면서 전문가 검토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일주기 교란을 동반한 교대근무의 경우 연구결과가 쌓이면서 유방암을 유발할 수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되어 최근에 Group 2A로 등록되었다.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발생 수준


  한국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에서 암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통계로 살펴보면 2010년 한 해 동안 암 발생자수는 202,053명 (남자 93,039명, 여자 103,014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304.8명 (남자 333.6명, 여자 297.0명)이 발생하고 있다. 2010년 현재수준으로 암이 발생한다면 사람들이 평균수명 (남자 77세, 여자 84세)까지 산다고 할 때 평생에 걸쳐 3명 중 1명 정도의 꼴로 암을 겪게 된다.3) 또한 암은 사망원인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1년 한 해 동안 사망한 257,396명 중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71,579명 (전체 사망자수의 27.8%)으로 부동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4)


  이렇게 많이 발생하고 죽는 암 중에서 직업성 암은 얼마나 될까?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Doll과 Peto (1981년)는 암으로 인한 사망의 4%가 직업에 의한 것이라고 하였고, 암 예방에 대한 하버드 보고서 (1996년)에서는 암으로 인한 사망의 5%가 직업성 암이라고 하였다. 영국에서 나온 보고서 (2010년)에 따르면 전체 암 중 발암물질에 의한 것은 사망의 5.3% (남자 8.2%, 여자 2.3%), 발생의 4.0% (남자 5.7%, 2.1%)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하였다.5)


  한국에서도 전체 암에서 직업성 암이 차지하는 정도에 대한 몇몇 연구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손미아의 연구6)와 김은아 등의 연구7)인데 발암물질에 어떤 것을 포함시킬 것이고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집단을 어떻게 추산할 것인지 등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손미아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암 중 사망의 8.48% (남자 11.57%, 여자 3.14%), 발생의 4.70% (남자 7.64%, 여자 1.42%)가 직업성 발암물질에 노출에 의한 것으로 추산하였다. 이에 반해 김은아 등은 암 사망의 1.7%, 암 발생의 1.1%가 직업성 발암물질 노출에 의한 것으로 추산하여 손미아의 연구보다는 직업성 암의 기여율을 낮게 잡고 있다. 이 결과를 한국의 암통계와 결합하여 계산하면 손미아의 연구결과를 이용하였을 때는 암 사망 중 6,100명 정도, 암 발생 중 9,500명 정도는 직업성 암일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여율을 나타낸 김은아 등의 연구결과를 이용하였을 때도 한 해 동안의 직업성 암은 사망 1,200명 정도, 발생 2,200명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직업성 암으로 인정되어 산업재해보상을 받는 사례는 얼마나 될까? 이원철 등의 연구8)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산재보상을 신청한 직업성 암은 1,933건이었으며 이 중 승인된 사례는 253건 (승인률 13.1%)으로 승인된 건수가 한 해 평균 25건에 불과하다. 손미아가 추정한 직업성 암 발생 건수 대비해서는 0.2~0.3% 정도에 불과하며, 상대적으로 기여율이 낮은 김은아 등의 연구결과를 이용하더라도 직업성 암 발생 건수 대비 1.2%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산업재해보상법을 적용받는 노동자 대비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는 건수는 10만 명당 0.22명으로, 이는 12개 유럽 국가의 2006년 통계와 비교하였을 때 10만 명당 프랑스의 10.44명, 벨기에 9.86명, 독일 6.07명 등 인정건이 많은 국가는 물론이고 스웨덴 0.99명, 체코 0.89명 등 인정건이 적은 국가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수준이며, 가장 낮은 스페인 0.39명과 비교해서도 절반 정도에 불과하였다.9)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관리제도 개선 방향


  한국의 직업성 암 관리를 위해서는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제도개선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는 직업성으로 노출되는 발암물질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고, 둘째는 직업성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빨리 치료하는 것이고, 셋째는 직업성 암에 대해서 적절하게 보상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향인 직업성 발암물질의 관리 및 통제는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가능한 적게 노출되도록 하는 것으로, 직업성 암 예방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직업성 암 예방을 위해서는 발암물질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노출을 막을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많은 노동자들은 본인이 발암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조차 모른 상태에서 무방비로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작업환경측정을 넘어서 사업장별로 발암물질 노출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 및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직업성 암의 보상과 연계되어서 발암물질 노출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도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인 직업성 암의 조기진단은 현재 특수건강진단과 건강관리수첩 제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제도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직업성 암은 조기진단을 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없다는 기술적인 문제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첫 번째 방향인 직업성 발암물질의 관리 및 통제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제도적인 다른 문제는 직업성 암의 상당수가 긴 잠복기를 가지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퇴직한 후에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발견하기 위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건강관리수첩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발암물질 중 일부인 14종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나마도 발급을 받아 건강검진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던 퇴직 노동자들에 대한 추적관리에 대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세 번째 방향인 직업성 암에 대한 보상 문제는 최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등을 거치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인정건수는 실제 발생 추정건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상황이다. 이는 직업성 암인지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데다가 직업성 암이 의심되더라도 산재로 인정되기까지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직업성 암의 산재 인정 절차와 관련해서는 현재 발암물질에 대한 과거노출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직업성 암의 산재 입증책임이 사업장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기 어려운 노동자 및 유가족에게 실제적으로 부과되어 있다는 점, 기업들이 발암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더라도 제재하기가 어렵다는 점, 직업성 암인지 조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등 노동자가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는데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향후 직업성 암의 산재 인정 기준이나 절차 등에 대해서 지속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직업성 암에 대한 예방, 조기발견, 보상의 삼박자를 제대로 맞추려면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사회적 논의 과정을 통해 제도를 만들어나가고 재원을 마련해나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 때문에 암에 걸려 아프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1) 안연순. 직업성 암의 최신 지견.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2011;23(3):235-252.


2) International Agency for Reaearch on Cancer. http://monographs.iarc.fr/ENG/Classification/index.php

3)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 중앙암등록본부. 2011.


4) 2011년 사망원인통계. 통계청. 2012.


5) Rushton L, Hutchings SJ, Fortunato L, Young C, Evans GS, Brown T, Bevan R, Slack R, Holmes P, Bagga S, Cherrie JW, Van Tongeren M. The burden of occupational cancer in Great Britain. Br J Cancer. 2012 Jun 19;107 Suppl 1:S3-7.


6) 손미아.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부담연구. 국립암센터. 2010.


7) Kim EA, Lee HE, Kang SK. Occupational burden of cancer in Korea. Safety and Health at Work. 2010;1:61-8.


8) 이원철, 김동일, 권영준, 김형렬, 김인아, 유재홍, 김수근. 최근 10년간(2000년~2009년)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의 산업재해보상 신청 및 승인 실태.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2011;23(2):112-121.


9) Eurogip. 직업성 암: 유럽의 산재 인정 현황. 국제노동브리프. 2013;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