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책국노트
– 이번 기획은 정책국 회원들이 관심있게 보고있는 주제를 모아 구성하였습니다.
사업장 산업안전보건 감독이 효과를 내려면1)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산업안전보건 감독의 효율성(efficiency) 및 효과성(effectiveness)에 대한 논란은 오래되었다. 이는 노동관련 규제가 기업의 활동을 저해해 비용을 초래하고 고용을 축소하는지 여부와도 관련된다. 산업안전보건 감독이 과연 재해율을 떨어뜨리고 비용 효율성을 증진시키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다.
산업안전보건 감독과 관련해서 기존의 방식이 효과가 있느냐는 논란과 더불어 변화하는 사업장 환경에 적절한 방식이냐에 대한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민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안전보건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증가하였다. 서비스산업 부문은 증가 등 산업구조가 변화하였다. 비정규직의 증가와 직장이동의 일상화 등 고용구조가 변화하였다. 기존의 위험요인과 달리 신기술, 신공정, 신산업의 등장으로 인해 불확실한 요인에 의한 위험도가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 과거의 예방원칙(prevention principle)에서 사전주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 감독의 외적 환경은 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감독체계와 감독방식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OSHA는 노동부 소속이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등 일본을 제외한 서구의 대부분의 나라가 일반 근로감독과 별도의 독립적인 산업안전보건 감독 규제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 감독에 특화된 전문가가 확보되고 집중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독립적인 조직도 아니고 감독규제도 뒤섞여 이루어지고 있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통합형 근로감독이 아니라 분리형 산업안전보건 전문감독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사전주의의 중요성과 불확실성 요인의 증대를 고려하면 감시처벌형 감독규제와 함께 교육설득형 감독규제도 중요하다.
이와 같이, 사업장 근로 관계를 둘러싼 상황의 변화로 근로감독의 효과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 영역에서 어떠한 감독이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적절히 수행된 산업안전보건 감독은 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재해율을 낮춘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이에 적절하게 설계된 효과적 산업안전보건 감독으로 사업장 재해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전적으로 근로감독의 영역은 노사정 3자의 참여와 협력의 과정으로 인식되어져 왔고, 독립적인 기구와 구성원에 의해 적절한 절차와 방법에 의해 집행될 때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근로감독의 업무 및 역할 중 특히 예방적 기능의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이는 특히 산업안전보건 영역 감독에 있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행정 및 법 집행 위주의 근로감독에서 조언과 정보 전달을 병행하는 근로감독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조언과 정보 전달 뿐 아니라 엄정한 행정 및 법 집행 역시 예방적 효과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를 적절히 함께 병행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업장 수와 노동자 수에 비해 근로감독 행정의 인프라는 취약하다. 그러므로 전략적으로 설계된 근로감독이 더욱 중요하다. 적은 수의 인력과 현장 감독으로 최선의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에는 근로감독의 우선순위를 정해 그에 따른 감독을 행하고, 근로감독이 예방적 효과를 지니도록 사전 통보 없이 근로감독을 행하는 경향이 미국 및 유럽 국가들에서 증가하고 있다.
특정 주제 및 영역을 정해 그와 관련되어 꼭 지켜야할 사항을 사업장에 홍보한 후에 실제 근로감독은 불시에 예고 없이 시행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의 근로감독은 사업주로 하여금 우리 사업장도 언제 근로감독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관련 사항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할 뿐 아니라, 사업주가 실천 가능한 목표치를 제시함으로써 예방 대책을 실제 실행에 옮기는 확률을 높게 한다. 그러므로 향후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감독 역시 적은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산재보험 이용 자료와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연계시키는 방식을 점차 줄여가야 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산재보험 데이터를 활용하여 감독 사업장을 선정하는 예는 드물다. 왜냐하면 이렇게 될 경우 감독을 받지 않기 위해 산재보험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동기가 생기게 되고, 이는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진외국은 재해율에 기반하여 감독을 하더라도 산재보험 자료외의 자료에 의한 재해율에 근거하여 감독 사업장을 선정하고 있고, 점차 재해율보다는 위험요인의 유무 혹은 많고적음을 알 수 있는 자료에 기반하여 감독 사업장을 선정하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둘째, 위험요인 유무 및 많고적음을 알 수 있는 자료를 활용한 산업안전보건 감독이 많아져야 한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을 방문하여 감독을 행하는 것은 사후적인 처벌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문제가 있어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향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하는 의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이러한 방식의 감독은 예방적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결과에 근거해 사후처방 형식으로 진행되는 감독보다는 위험요인에 근거해 사전예방적으로 진행되는 감독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화학물질 취급관리 자료, 위험기계 도입 및 취급관리 자료, 기타 산업보건 위험 평가 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감독 대상 사업장을 선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감독의 우선순위를 정해 특정 기간 동안 그것에 집중하여 감독을 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 감독은 산업안전보건법 전체의 이행 여부를 모두 감독하는 방식이어서 효과를 거두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이를 모두 감독한다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차라리 포기해버리는 게 더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기적으로 감독의 우선순위를 정해 해당 기간 동안에는 특정 법률의 조항 및 기준 이행 여부만 집중적으로 감독한다면, 이에 대한 법률 및 기준 준수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이 경우 그러한 법 및 기준 준수가 직접적으로 재해율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 진행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넷째, 불시에 사업장에 사전통보 없이 진행하는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 전 영역에 대한 감독은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사업주의 반발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감독은 위에서 언급한 우선순위가 있는 특정 영역에 대한 감독으로 한정하여 우선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해당 영역에 대해 특정 법 조항 및 기준 이행 여부만 감독하겠다는 의지 천명 및 홍보를 한 후, 실제로 사업장 감독은 불시에 무작위로 사업장을 선정하여 해당 법 조항 및 기준 이행 여부만 감독한다면 이에 대한 사업주의 순응도와 더불어 감독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
1) 이 글은 필자 등이 참여하여 작성한 아래의 보고서 결론 부분을 요약, 발췌한 것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사업장 화학물질관리 등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감독의 효율화 방안,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