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2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이 급하다
– 가사관리사 실태조사 진행기
이서치경 /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전국의 30만명의 가사관리사들. 이들은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노동자 보호 관련 법률에서도 제외되면서 저임금, 고용불안, 사회보험 누락, 직업으로의 경력 불인정 등의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
노동건강연대는 의 제안으로 ‘가사관리사의 일과건강 실태조사’에 임하기로 하고 지난 5월부터 활동을 시작하였다.
지금까지의 활동과정은 다음과 같다.
5월 가사관리사 일과건강 실태조사 기획안 작성과 업무논의(전국가정관리사협회, 노동건강연대)
06.03 가사관리사 실태조사 회의 시작
06.19 가사관리사 기획회의에 연구자 결합시작. 구로동
06.25 가사관리사 파일럿 설문완료
07.03 가사관리사 신규교육 참여. 구로동
07.11 YWCA가사관리사 설문조사시작
이후 전가협 서울지부, 우렁각시 성동지부, 강북, 남부지부 등 설문조사 진행
08.08 봉천자활센터를 끝으로 설문조사 완료(320부).
현재 설문결과 데이터화 진행 중.
가사노동자 정책 관련 논의 활발해져
가사노동자 제도화에 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을 맞아 한국에서도 가사노동자 단체들이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하였고, 7월 첫 번째 주 ‘협동조합 주간’을 맞아 가사노동의 공급시스템에서 유력한 대안 중 하나인 협동조합 모델에 관한 논의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6. 4 가사노동자 제도화 방안 국제컨퍼런스(한국여성정책연구원 주관)
6.14 가사노동자 보호입법로드맵을 위한 타운홀미팅 (돌봄연대, 은수미의원실)
7.02 돌봄협동조합 활성화 정책 토론회 (YWCA ? 한국가사노동자협회)
|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가사노동자 정책의 부재로 문제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돌봄서비스의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돌봄노동자의 처우와 법적보호에 관한 정책이 더욱 필요해졌다. 특히 가사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사적이고 비공식적인 시장에 노동자들이 방치되어 있기에 법의 사각지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
출처 : 구미영, 가사서비스노동자 보호와 공식화를 위한 법적검토, 가사근로자 보호 및 제도화 방안에 대한 구제컨퍼런스 자료집, 2013
가사노동자 제도화 방안 국제컨퍼런스에서 벨기에의 바우처제도에 대한 발표
2004년 정부의 바우처사업이 시작되면서 돌봄서비스의 공적확대와 노동권 확보를 목적으로 여성단체, 자활단체, 실업단체 등이 모여 돌봄노동네트워크 활동을 시작하였고,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전국조직들이 결성되었다. 이후 가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어 2006년 비공식부문 돌봄노동의 실태와 대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면서 논의가 확대된다.
한편 2009년 ILO가사노동자 협약논의가 진행되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참여, 2010년 를 결성하였다. 돌봄연대는 돌봄서비스 확대에 관한 사회적 책임과 돌봄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법적보호 운동을 시작하여 근로기준법 개정운동, ILO가사노동자 협약 채택과 비준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가사노동자 문제에 함께
노동건강연대도 가사노동자 역시 노동자라는 것과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점, 저학력·고령·여성·비숙련의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가치를 폄하 받아온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제기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이번 실태조사를 시작하였다.
이번 사업은 세 가지로 구성된다. 설문지를 통한 조사와 심층면접조사, 직무표준화 매뉴얼발간. 이중 노동건강연대는 설문조사와 매뉴얼발간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직무표준화 책자는 건강체크리트, 건강한 노동을 위한 업무매뉴얼 등의 내용을 생산한다.
가사노동의 특징을 담을 새로운 문항들
설문조사는 노동조건일반조사, 건강상태조사, 일가정양립, 근골격계, 피부질환 등 증상조사,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수행업무조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사노동의 수행업무를 조사하는데 구체적인 업무의 종류와 빈도를 조사하기 위해 문항을 개발하는 것은 까다로운 작업이다. 관리사들이 일을 나가는 형태는 오전반일, 오후반일, 오전오후를 같은 집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등 노동시간이 복잡하다.
가사노동 업무의 종류를 분류하는 방법도 공간을 기준으로 할지, 일의 형태를 기준으로 할지, 일의 종류를 기준으로 할지 애매한 부분이 많다. 여러 차례 회의 끝에 공간과 일의 종류를 적절히 배합하여 주방청소/ 욕실청소/방거실/빨래/요리/돌봄/정리로 구분하였다.
또 한 가지 특이점은 이번 조사에서 생활시간조사를 포함시킨 것이다.
가사노동의 특성이 단일한 업무를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면서 저것도 하고 그러면서 짬짬이 또 다른 것도 하는 ‘동시성’이다. 여러 가지 업무를 한가지씩 나열적으로 하면서 8시간을 일하는 형태와 서너가지의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8시간을 일하는 것은 노동시간은 같아도 피로도와 스트레스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세탁기를 돌리면서 빨래를 삶으면서 설거지를 한다.’
‘청소기를 밀다가 세탁기가 다 돌았다는 신호음이 들리면 뛰어가서 빨래를 꺼내고 다음 빨래를 넣고 세탁버튼을 누른 후 베란다 가서 빨래 널고 돌아와 다시 청소기를 민다’
생활시간조사는 노동의 동시성과 업무의 복잡함을 파악하기에 좋지만, 다만 생활시간조사의 방식이 낯설어 응답을 곤란해 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외에 조사를 진행하며 많은 분들이 고객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문제들을 자주 거론하였다. 억울한 경우도 많았고 업무조율을 일방적으로 요구해오는 고객 때문에 곤란한 경우, 고객으로부터 감정적 화풀이 등을 당했다는 경우 등 다양하였다. 가정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고객과 1:1로 만나야 하는 관리사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아쉽지만 설문조사에는 이 부분을 담기 어려워 설문문항에서 빠져있다. 심층면접조사를 기대해봐야겠다.
최저임금, 근로기준법 적용을
우리나라에서는 현행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범위)에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고 규정하고 있어 가사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막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따르면 공공부문을 제외한 민간부문의 가사노동자는 30만명.
99% 여성, 평균 나이는 53.2세. 월 평균임금은 76만6000원. 시간당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인 4860원보다 535원이 많은 5395원. 건강보험 등 4대보험 가입률은 6.2%.
가사노동자의 현실은 열악하다. 파출부가 아닌 가사관리사로, 도우미아줌마가 아닌 여성노동자로 인정받기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