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3
고객만족은 어디에서 오는가
– 가사관리사 일일체험기
이서치경 /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지난 7월 3일 9시. 오랜만에 구로동의 후줄근한 아침공기를 마시니, 저절로 노동자의 출근길에 마음이 바빠짐을 느낀다.
10시부터 시작되는 교육이다. 나는 오늘 하루, 가사관리사가 되어 신규교육에 참여한다. 8시간의 이론교육을 받고, 현장으로 실습을 나간 후 수료증을 받아 현장에서 고객을 만날 예정이다.
구로동 강의실은 수도권의 곳곳에서 온 가사관리사들 30여명으로 빽빽하다. 나처럼 처음인 사람도 있지만 이미 현장에 투입되어 일을 시작하신 분들도 꽤 된다. 혹은 오랫동안 쉬다가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재교육의 의미로 오신 분들도 있다.
오전교육은 직업으로서 가사관리사에 대해 배웠다. 60년대의 식모에서 80년대의 파출부, 요즘의 가사도우미 등의 명칭의 변화가 의미하는 사회적 의미의 변천과정을 돌아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라는 드라마가 원래는 ‘식모들’로 방영예정이었는데 가사관리사 단체들의 문제제기로 제목이 변경되었다는 연예계 뉴스가 있었다는 것인데 바로 2년전의 일이다.
21세기에 식모라는 용어를 접하니 새삼 지난 60년간 여성노동자의 직업으로 끈질기게 꿋꿋이 유지되어온 이 직업의 역사성이 느껴졌다.
오후수업은 가사관리의 핵심 비법과 효율적인 업무순서도에 대한 것이었다. 가사관리는 개인적으로 집에서 하는 살림과 다르다. 전문적인 노하우와 계획이 필요한 직업이다. ‘고객으로부터 돈 받고 하는 것이니까’라는 강사의 한마디는 이들이 실제 노동시장에 투입된 노동자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증거이다. 단지 깨끗하게 쓸고 닦고가 아니다. 가사관리사들에게 어떤 직업정신이 요구되는지는 다음의 문장들을 보면 알 수 있다.
‘ 고객님이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주방을 반짝반짝하게’
‘ 가사관리사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싶도록’
‘ 한 두번 이용해보면 관리사를 안 쓰고는 못 배기도록’
‘ 힘들다고 생각할 것 없어요.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 기분 좋게 하면 됩니다.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기운이 저절로 날 겁니다.’
그러나 작업과정이 녹녹해 보이지는 않았다. 32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 때 4시간의 업무는 숨이 찰 정도였다. 그래서 업무 순서도가 상당히 중요했다. 정확하지 않은 순서로 일을 할 경우 4시간 안에 일을 끝낼 수가 없다. 시간이 필요한 작업, 예를 들면 세탁기 돌리고 기다렸다가 빨래 건조대에 널기, 설거지를 마친 후 물기가 마른 후 선반에 수납해 넣기, 렌지후드와 가스렌지의 기름때를 불린 후 세척하고 말려서 원위치 시키기 등은 시간이 꽤 소요되므로 전체 순서의 시작부분과 끝부분에 분리하여 배치해야 한다.
가사관리의 또 하나의 주의점은 동시에 진행할 업무를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가사노동의 특징 중 하나인데 단일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두세가지의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때 동선과 시간안배를 고려하여 업무를 짝지을 때 효율성을 올려야 한다.
숨은 노하우도 전수된다. 단지 집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청결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법, 빠르고 쉽게 묵은 오염을 제거할 방법, 고객의 만족은 어디에서 극대화되는지 등도 함께 배웠다.
활동하면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많이 진행하지만, 현장에서 바로 쓰이게 될 실무교육과 비법전수는 재미있고 생생하다. 8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교육이었다. 하루 체험이라는 것을 잠깐 잊고 ‘나도 고객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다음날 사무실로 복귀하자마자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가사관리사 필요하신 분 ~’
그러나 신청하는 회원은 없다.
좋아, 실습까지 마치고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