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근로복지공단의 희한한 셈법
“오른쪽 다리는 산재, 왼쪽 다리는 퇴행성”
근로복지공단이 2년 새 근골격계 산재환자 36% 줄인 비결

김미영 기자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 10년 가까이 TB 성형업무를 담당해 온 호일재(가명)씨는 지난해 3월부터 걷지도 못할 정도로 다리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고관절 활액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루 8시간을 꼬박 서서 일하면서 대형타이어를 옮기는 작업도 수시로 병행하고 있는 호씨는 주치의로부터 ‘업무상 인과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산재를 신청, 2005년 3월부터 10월까지 산재요양을 받았다.
호씨는 요양 후에도 오른쪽 다리가 여전히 신통치 않았지만 일터로 복귀했다가 올해 다시 왼쪽다리에도 똑같은 병을 얻었다. 지난번처럼 산재신청을 했지만 이번엔 ‘업무상 인과관계가 없다’며 불승인 판정이 나왔다.
오늘도 걷기조차 불편한 다리를 절뚝이며 출근한 호 씨는 “똑같은 병인데도 오른쪽 다리는 산재로 인정해주고 왼쪽 다리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나이롱 산재환자’의 등장

2004년 말 경총이 상당한 공을 들인 작업 중에 하나가 ‘나이롱 산재환자 논쟁’이다. 그해 10월 경총은 부설 노동경제연구원이 1,46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재보험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실태조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하면서 “70.5% 기업이 산재보험의 문제로 ‘도덕적 해이 감시부족’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경총은 “산재보험이 보험료부담자(기업)와 산재심사 및 급여 지급자(공단) 그리고 급여 수혜자(근로자)가 완전히 상이하고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제어할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가장 큰 제도라는 이론적 논리가 현실에도 적용됨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최근 산업현장의 심각한 노사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과 뇌심혈관 인정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단과 정부의 근로자에 대한 온정주의 시각, 노동계의 집단적 물리력 행사로 인하여 산재승인이 남발되고 있다는 기업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은근슬쩍 근골격계 질환과 뇌심혈관 인정기준을 문제삼았다.
이러한 경총의 보도자료가 배포된 전후로 약 1~2개월 간 MBC 등 주요 언론사에서는 ‘나이롱 산재환자들이 산재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그러자 울산에서는 작업현장을 감시해야 할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이 낚시터 인근에 위치한 병원 주변으로 출근해 ‘낚시하는 산재환자 몰래카메라’를 찍기 위해 숨어 있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같은 ‘산재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재계의 온갖 노력 뒤에 바로 등장한 것이 있었으니, 근로복지공단의 <근골격계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이 그것이다.

“산재인정 문턱을 높여라”

이 근골격계 처리지침은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제39조제1항 관련 별표, 즉근로복지공단의 ‘내부지침’으로 “근골격계질환은 나이를 먹는 것과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과도’ 하게 사용해 발병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지침은 △업무관련성 평가의 기본원칙 5단계 △재해조사사항 4가지 △요양의 기본원칙 3개 외에도 인정기준과 별도로 요통의 처리지침까지 매우 꼼꼼하게 작성되어 있다.
이에 대한 임상혁 원진재단 부설 직업성근골격계질환센터 소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임 소장은 “우선 형식으로 살펴볼 때 고작해야 처리지침일 뿐이지만 이 안은 결국 근골격계질환자들의 건강권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법률 이상의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한다. 임 소장이 요약한 ‘근골격계 처리지침안’의 주요 내용은 ①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산재신청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인정 역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주치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요구한다 △퇴행성질환, 과거 질환 등은 배제한다 △엄격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일상생활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이를 조사한다 △인정 여부에 대해 자문의의 권한을 증대한다. ②산재 요양기간이 너무 길다. 따라서 △입원기간을 줄인다 △총 요양기간은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작성 지침을 참고한다(통상 1주~12주) △요양기간 결정에 자문의의 권한을 증대한다 등으로 요약된다.
임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지침의 목적은 “결국 우리나라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가 너무 많은 데다 아프지도 않으면서 일하기 싫어하는 나이롱 환자들이 쉽게 직업병으로 인정되고 있으니까 인정기준을 까다롭게 만들어서 환자를 줄여나가고, 치료기간이 너무 기니 강제로 줄여서 빨리 일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2년 새 근골격계환자 수 35.9%가 감소한 비결

때문에 근골격계 처리지침은 산재환자뿐 아니라 노동계 전반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2004년 10월에는 이 지침 폐지를 요구하는 노동계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그때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단지 검토 중인 안일 뿐’이라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하지만 <매일노동뉴스>가 확인한 결과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등은 노동연구원, 한국산업안전공단 의학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T/F팀(팀장 노동보험심의관)을 만들어 그해 6월9일부터 7차례 회의를 거쳐 지침 내용을 확정하고 2004년 11월29일부터 각 지사에 지침을 시달했다.
이렇게 탄생한 근골격계 처리지침의 위력은 대단했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근골격계질환자는 98년 IMF 이후인 2003년까지 계속 증가하다가 2004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근골격계 처리지침이 시행된 2005년에는 2003년보다 무려 35.9%나 뚝 떨어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그래프1 참조> 이는 ‘처리지침’ 시행 이후 근골격계환자의 산재승인률이 20% 가까이 낮아진 것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상자기사 참조>
자, 이제부터 노동자들을 골병들게 하는 작업환경 개선 없이 근골격계 산재환자 수를 크게 줄인 근로복지공단의 비결을 살펴보자.

가벼운 요통은 산재, 디스크는 퇴행성?

지난 10월말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한성ENG에서 9년 동안 근무해 온 손창현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손씨는 지난 7월12일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요추부염좌(요통)’ 진단을 받고 8월말까지 유급으로 공상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산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요추부염좌에 대해서만 일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손씨는 9월부터 10월까지 회사에서 ‘완치소견서를 갖고 오지 않으면 퇴사시키겠다’는 압박을 들어 왔으며, 10월말 요추부염좌에 대한 완치 소견서를 들고 회사에 갔지만 ‘추간판탈출증’에 대한 완치 소견이 없다는 이유로 복직을 거부당했다. 이를 비관한 손씨는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한성ENG는 지난 10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무재해 130만 시간 달성’ 포상을 받았다. 과연 누가 손씨를 죽음으로까지 내몬 것일까?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 일하는 이진태(가명)씨는 2003년 요추부염좌로 산재요양을 받았고, 2004년 11월부터 2005년 5월까지 경추염좌, 요추염좌, 근막통증후군으로 7개월간 또다시 산재요양을 받았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에서 가장 힘든 부서라는 성형과의 작업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씨는 결국 지난 5월 어깨에 통증을 느껴 파스를 붙여가며 일해 오다 병원에서 5~6 및 6~7 경추간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에 대해 ‘특이한 재해내역’이 없다며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씨는 과거에 업무상재해로 산재승인을 받았고 작업장의 개선 없이 1년가량 같은 일을 하다 증상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에 ‘직업병’이라고 주장한다. 이씨는 근로복지공단 자문의가 한번이라도 현장에 방문했다면 ‘불승인’ 판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 이청우 보상1부장은 “의학적 소견상 ‘퇴행성’이라는 판정이 나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길주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장은 “근로복지공단이 가벼운 요통은 산재로 인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요양기간이 긴 디스크는 불승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근골격계 처리지침은 요통에 대한 별도의 내용이 첨부될 정도로 요통, 특히 디스크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가 사고성일 경우 재해과정에서 확인하고, 장기간 허리부위에 과부하로 인한 증상은 자문의의 자문을 받아 개연성이 인정될 경우에만 승인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의 경우 “자문의가 작업장에 단 한번도 방문한 적도 없으면서 업무상 개연성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이청우 부장은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은 근골격계 질환자가 많기 때문에 수없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면서 “똑같은 작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다녀왔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 부장은 “작업장이 바뀌지 않는 게 문제”라며 오히려 항변했다. 아니 이런…. 근골격계 환자를 유발하는 작업현장을 개선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의 몫이 아니던가?
임상혁 소장은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들이 낸 산재보험료를 마치 자신의 돈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출을 줄일까만 궁리하면서 산재환자 줄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3월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의 집단 산재요양신청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자문의 4명을 동원해 불과 4일 동안 108명에 대한 심사를 모두 해치우는 대단한 업무능력을 보여줬다. 이 결과 근로복지공단은 108명 가운데 23명에 대해서만 산재를 인정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업무관련성 심사를 담당하는 기구인 자문의가 단 한차례의 현장방문도 없이 108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작업과정을 모두 분석해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집단요양신청 우려되면 접수도 받지 말라?

근골격계 질환은 동일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발병하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같은 작업환경에서 같은 업무를 할 경우 같은 병에 걸릴 확률이 크다. 하지만 이것은 근골격계 산재환자 수를 줄여야 하는 근로복지공단으로서는 상당히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2004년 10월 근로복지공단은 집단요청 신청 시 지사에서 본부로 이관해 처리한다는 지침을 묘안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이 지침은 2004년 10월 로템 노동자 37명의 집단 요양신청에 대해 단 1명만 ‘업무상 재해’라는 판정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첫선을 보였다. 이어 근로복지공단은 2005년 5월 ‘과격집단민원 대응요령’이라는 지침을 통해 집단요양신청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광주고용안정센터 이유진(가명)씨의 근골격계 산재요양 신청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가 산재요양 신청서를 3차례나 반려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서류미비’를 이유로 들고 있으나 직업상담원노조는 “근로복지공단이 집단요양신청으로 확산될까봐 우려해 사전에 이를 차단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한다.
산재요양 신청을 한 당사자 이유진씨는 올해 10년차 직원상담원으로 근막통 증후군, 우측 중간경추부 신경근병증, 우측 제5요추부 신경근 병증 진단을 받았다. 근막통 증후군 등은 증상은 주로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질병들로 보통 컴퓨터증후군(VDT- Video Display Terminal Syndrom)으로 불린다.
직업상담사노조 광주지역본부는 이씨의 업무상 재해 여부를 확인하는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광범위하고 상세한 조사계획서를 제출한 조선대병원 예방의학과를 원했지만,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다른 기관을 선정했다. 노조가 근로복지공단이 선정한 기관의 역학조사를 거부하자 근로복지공단은 이씨의 산재신청서를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직업상담사노조 광주지역본부는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로부터 ‘집단요양신청이 들어올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면서 “역학조사가 무성의하게 이뤄질 경우 불승인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기관 선정 문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현재 근로복지공단의 반려 처분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행정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당장 치료가 필요한 이유진씨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법정싸움의 희생자가 돼버렸다.

“명백한 근로복지공단의 직무유기” 임상혁 소장은 근골격계 처리지침에 대해 이렇게 단언한다. ‘노동자의 복지향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근로복지공단이게 과연 본연의 임무를 알고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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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기사 1>
업무상 근골격계 질환자 정말 줄었을까?
산재환자 수는 ‘뚝’ 떨어지고 공상처리는 ‘쭉’ 올라가고

정부는 2003년 7월 사업주의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를 의무화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근골격계 질환 관련법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법안 시행 이후 근골격계 산재환자 수는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현실에서도 근골격계 질환자 수가 감소한 것일까?
민주노총과 원진재단 부설 직업성근골격계질환센터가 공동으로 금속연맹과 화섬연맹 소속 110개 사업장(노동안전보건부서 및 담당자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자.
이에 따르면 2003년 1,064명이던 근골격계 산재환자 수는 2004년 1,260명으로 늘어났다가 2005년에는 830명으로 줄었다. 이는 2003년 대비 2005년 근골격계 산재환자 수가 35.9% 줄었다는 노동부 통계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공상치료자 수를 보면 2003년 1,098명, 2004년 1,138명, 2005년 1,518명으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사업장에서의 근골격계 질환자 수는 2003년 2,162명, 2004년 2,398명, 2005년 2,340명으로 큰 변동이 없는 셈. 이른바 ‘풍선효과’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근골격계 환자가 줄어들기 시작한 지난 2004년부터 산재승인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근골격계 처리지침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에는 산재승인률이 평년보다 20% 정도 감소했다.<그래프 참조> 이는 골병들고 있는 노동자의 수는 큰 변함이 없지만 산재인정의 문턱이 높아져 그만큼 근골격계 산재환자 수가 뚝 떨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들 사업장의 근골격계환자 수(산재+공상)를 1,000명당 발생률로 환산하면 28.1명으로, 무려 노동부 통계의 72배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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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기사2>
노조전임자가 일하다 다치면?
공단 “업무상 재해 아니다” … 법원 “맞다”
시정 논의만 ‘7년째’

금호타이어노조에서 일하는 전구씨는 최근 노조업무 중 사고를 당해 우측상완골 간부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고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노조전임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지 않고 산재보험료 산정기초 임금에서도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전씨가 재심사를 거쳐 법원으로까지 이 사건을 끌고 갈 경우 산재로 인정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시간과 비용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전씨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상법에 대한 노동부 행정해석(재보01254-1307, ‘90.1.30 등) 및 내부지침 등에 의거해 노조전임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채 업무상 재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지난 1998년부터 노조전임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회사의 승낙에 의한 노조전임자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앞두고 조합원들의 단결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개최한 결의대회에 사용된 현수막을 철거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이후 판례는 근로수령을 거부하는 쟁의행위 중이거나 불법적 노조활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조전임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오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대법원 판례가 1998년에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를 사실상 7년째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결과, 노조전임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한 건수는 2004년 6건, 2005년 2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