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4시 40분경 YTN 라디오 와 ‘노동자와 산재보험50주년’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작가분이 미리 준 질문지를 꼼꼼히 작성했는데, 방송시간 15분이 훅 가더군요.  라디오 청취자 대부분이 일하는 시간대에 방송되어 듣지 못한 분들과 독자들과 미처 못다 한 많은 말들을 공유하고 싶어 기사로 씁니다. –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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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생들이 일하다가 다치면 본인이 실수했다고 생각해서 먼저 주눅 들고 알아서 개인이 치료비 내겠다고 하시는 분들 정말 많거든요. 산재보험은 잘못을 묻지 않고 무조건 주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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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백혈병, 혹은 직업병’이라는 검색어로 이 일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경제영화관이라는 코너에서 을 다루기도 했는데, 요즘엔 이 영화로 삼성 산재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고요.

“네, 삼성전자에 다니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게 2007년인데요. 우리가 클린 룸이라고 하면 하얀 옷 입고 청정산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해준, 사회에 충격을 준 건 그런 부분이죠. 
지금도 반도체산업에서 일하셨던 분들, 삼성에서 일하셨던 분들이 계속 제보를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이중에서 산재 신청하신 분들이 40명 계시고 3명은 정부에서 인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제 주변에도 영화를 보신 분들이 많아요. 영화를 보고 나서 후원을 하시거나 직업병 상담을 하시는 분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직업병, 산재라는 게 평범한 일상에 찾아올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하신 분들이 많고요. 그치만 삼성백혈병 문제가 삼성 나쁘다 비난만 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우리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잖아요. 내가 하는 일이 나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정치적 힘들이 있는지 생각하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삼성 백혈병 문제를 보며 한 기업이 가진 사회적 파장이나 힘이 얼마나 큰지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기업이 당연히 져야 할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만 덮어씌우려고 할 때 기업은 더 큰 저항을 맞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니까요. 겨울에 연탄 나르고 이웃돕기 하는 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자기가 고용한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기본이 먼저고, 국제기준이겠죠.”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 산재보험 50년
– 올해로 산재보험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이라고요?

“네, 산재보험은 자본주의 사회가 되고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유럽에서 생겼는데요. 19세기 말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산업화 속도가 붙으면서 노동자들이 무지막지하게 생산에 투입되어 다치고 죽는 일들이 많았거든요. 이게 사회 전반에 큰 위험요소가 된 거죠. 그러니까 정부가 사업주한테 돈 걷어서 산재보험을 만들고 노동자들 생계나 그 가족의 문제를 해결할 안전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산재보험은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진, 사회안전망에서 가장 기본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칠 때 의료보장과 소득보장을 책임져주는 사회보험 제도니까요.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제도 중에 제일 먼저 생긴 이유는 급속한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다치고 사망하는 노동자 수가 사회적으로 심각했기 때문이죠. 한국도 1964년 당시 군사정권으로서도 산업화 추진을 위해서 산재보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처음에는 500인 이상 기업부터 시작했다고 하고요, 차츰 300인, 100인 이렇게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2000년부터는 한 명 이상 노동자가 일하는 곳이라면 어디나 산재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요, 사업필증을 내는 사업장이라면 어디나 적용되는 보험입니다. 물론 안타까운 것은 현실적으로 일하는 분들이 산재보험 받기가 쉽지 않아서 많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문제는 조금 있다가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산재보험에는 어떤 제도들이 있나요.

“노동자가 일 때문에 병에 걸렸거나, 다쳤을 때, 치료와 재활을 책임져 주도록 되어 있고, 노동을 못하는 기간에 임금을 70% 보존해 주도록 하는 제도, 사망한 노동자의 가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크게 다치고 무슨 중독같은 직업병 만이 아니라, 하루종일 같은 손을 계속 써서 손목이 아파서 집에 가서 숟가락도 못 드는 분들 분명히 계세요. 병원가서 치료받고, 식당에서 무거운 쟁반 들고 나르시는 분들 어깨, 허리 다 아프시잖아요, 이런 골병도 산재보험 다 되는 거거든요.” 
– 산재보험 처리에 관한 갖가지 고민이 있을 텐데요. 개인들은 어떻게 도움받을 수 있을까요?

“먼저 말씀드릴 것은 비정규직, 파견, 용역, 알바… 주변에 대부분 이렇게 일하시는 분들이잖아요. 이 분들은 정말 다 도움이 필요해요. 산재보험 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어쨌든 1명 이상이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거예요.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또는 사장님들이 가입을 안 하셨다고 하더라고 일을 하시는 순간 당연 가입으로 간주되는 건데요, 
라디오 들으시는 분들 지금 사장님께 산재보험 들었냐고 물어보세요. 설사 산재보험 안 들었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알바생들이 일하다가 다치면 본인이 실수했다고 생각해서 먼저 주눅 들고 알아서 개인이 치료비 내겠다고 하시는 분들 정말 많거든요. 산재보험은 잘못을 묻지 않고 무조건 주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사장님이랑 부딪치기 힘들어서 피하시는 분들은 인터넷에서 신청서 다운받으시거나, 노동조합, 노동단체들 검색하면 많거든요. 꼭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장님들 불경기에 사업이 힘들긴 하시겠지만 알바생들 고용하고 산재보험 같은 건 꼭 들어 놓으시고요. 그게 나중에 산재보험료랑 과징금 한꺼번에 내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잘릴까봐 산재보험 신청 못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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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보험은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진, 사회안전망에서 가장 기본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아프거나 다칠 때 의료보장과 소득보장을 책임져주는 사회보험 제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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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산재보험 시스템은 기능을 어느 정도 발휘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2007년에 정부(산업안전보건연구원)가 보고서를 하나 발표했는데요. 100만명의 노동자가 다칠 때 7만~8만의 노동자만 산재보험 처리를 한다는 연구 결과예요. 거꾸로 보면, 현재는 사고로 다친 93만명의 노동자에 대해서조차도 산재보험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이 사람들은 개인 돈 쓰고,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은 거예요. 이분들이 거의 직장에서 잘리거나 불이익을 당할까봐 못하신 거예요. 직업병 같은 경우에도 미미한 숫자의 노동자들이 산재보험 처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산재인정 받고 싶으면 변호사 사서 소송하든지 해라, 바늘구멍 제도를 만들어놓고 올 테면 와 봐라 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이 5조 흑자를 냈다고 자랑하거든요. 사회보험에서 흑자라면 돈을 덜 준다는 것 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90여만명의 부상 노동자들과 그 수를 알 수 없는 직업병을 가진 노동자들이 혜택을 못 받는 산재보험이라…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주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수준은?

“네, 비교가 쉽진 않습니다. 나라마다 정치가 다르고 사회보장 역사가 다르잖아요. 산재보험 수준은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 있으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공공의료가 발달한 유럽 대부분 국가는 산재보험이 있지만 산재신청에서 탈락한다고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거든요. 치료를 개인이 해야 하고, 휴업급여를 못 받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반 건강보험에서도 휴업급여를 주니까요. 
그러니까 사실 목숨 걸고 산재보험 하지 않아도 기본 안전망이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은 노동자가 일하다 아플 때 산재보험이 인정이 안 되면 일도 못하고 휴업급여도 못 받고, 치료비도 개인이 해결해야 돼서 한 가정이 경제적  빈곤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유럽 대다수는, 노동자 입장에서만 보면, 아플 때 그냥 병원 가면 돼요. 아프면 사회가 보장해 준다는 믿음이 있는 거죠. 그러면 국가 차원에서는 의료기관과 사회보험 기관에서, 다친 노동자에 알맞은 사회보장 제도를 통합적으로 운영해요.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우리처럼 노동자 개인이 신청하고 사업주와 싸우고 근로복지공단이랑 싸워야 하는 일이 없는 거죠.
노동자들이 다쳤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거나, 민사소송을 3년씩 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할 수가 없는 거거든요. 지금 한국 산재보험이 사회보장 선진국과 제일 다른 점은 산재보험을 받기 위해 노동자들이 신청서를 써야 하고, 내고 나서도 보험운영 기관이 여러 차례 걸러낸다는 거예요. 
송파 세모녀 같은 경우에도 신청서를 써야하는 걸림돌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복지단체들이 말을 하는데, 산재보험도 마찬가지거든요. 한국의 산재보험은 수준이 많이 낮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이게 심각한 이유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주로 산재보험을 못 받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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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 처리 과정을 보여주는 표.
ⓒ 노동건강연대
– 산재보험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부분이 있다면?

“산재보험이 아주 기본적인 인권이고, 안전망이거든요. 이게 노동자의 문제고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권리라고 생각 안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근데 우리는 다 일을 하면서 살잖아요. 노동자라는 인식이 없어도 산재보험은 생활의 문제거든요.
정말 제일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신청서를 없애는 겁니다. 내가 일을 하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난 치료를 받고, 병원이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공단과 알아서 연락하는 거예요. 사회보장제도 전반이 함께 움직여주면 더 좋죠. 그럼 앞서 말한 산재보험을 못하는 90여만명의 노동자들이 생기지 않는 거죠. 앞서 말한 90여만명은 산재가 확실한데, 보장 받지 못한 사람 숫자를 추정한 결과거든요. 직업병까지 포함되면 더 늘어나는 거죠. 
병원에서 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환자에게 물어보고, 그걸 차트에 적어주는 거죠.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파킨슨병으로 10년을 치료받았는데, 이 사람은 용접하는 사람이었어요. 병원에서 무슨 일 했냐고 물어 봤다면 일과의 관련성이 밝혀졌을 텐데, 의사는 몰랐대요. 나중에 아들이 알게 되고 산재보험 신청을 했어요. 10년 동안 들어간 치료비에 가족의 생계를 생각해보세요.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하고, 양극화가 사회문제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부가 사회복지 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산재보험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받아야 되는 의료보장이나 소득보장에 대해 지난 50년 동안 그냥 둔 거예요. 그리고서 사회복지를 잘 하겠다는 건 의지가 없다는 반증이죠. 현재 사회적인 소득격차를 해결하는 데에도 산재보험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고 사회적인 위상을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기사원문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3619&PAGE_CD=N0001&CMPT_CD=M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