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누기
2014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우리를 본다
유성규 / 편집위원장
 
2014년 새해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흘린 붉은 피로 시작되었다. 
지난 1월 3일, 캄보디아 프놈펜 남부 풀 센체이 지역의 공단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은 현재 월 80달러의 최저임금을 160달러로 인상해 달라는 것이었다. 캄보디아 군대는 시위 노동자들에게 총격을 가했고 노동자 5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다쳤다. 노동자들의 피가 붉게 물든 곳은 한국 기업 앞이었다. 
이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은 1월 9일, 방글라데시 남부 항구도시 치타공에서 또 다른 총성이 울려 퍼졌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한국수출가공공단에 위치한 한국 기업 신발 제조공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5천명의 시위대에게 총격을 가했다. 그 한국 기업은 월 66달러로 인상된 최저임금을 임금에 반영하면서 수당을 축소했고,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시위에 나섰다. 이날의 총격으로 스무 살 여성노동자가 사망하고 20여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었다. 
같은 날,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에 위치한 한국기업의 공장 건설 현장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출근 시간에 늦어서 출입구를 뛰어넘으려는 노동자를 회사 측 경비원이 전자 충격봉으로 구타하였고, 이에 분노한 노동자 4천여 명이 돌을 던지고 컨테이너와 오토바이 수십 대를 불태웠다고 한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베트남에서 벌어진 노동자들의 시위와 죽음을 바라보면서 왜, 대한민국이 겹쳐서 보이는 것일까. 현재진행형인 이 사건들이 3,40년 전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던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생존하기에도 벅찬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 노동자들의 시위와 이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진압. 너무도 닮았다. 
한국 기업이 낮은 인건비를 통해 급속한 성장을 해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노동자의 낮은 인건비를 통해 저렴한 수출 상품을 생산하였고, 가격 경쟁력은 수출대국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올라가자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위한 또 다른 생산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기업들은 더 싼 임금을 위해 동남아시아로 갔다. 최근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의 시위와 죽음 속에서 한국기업들의 이름이 함께 등장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동남아시아에 생산 기지를 갖고 있는 기업은 한국기업들만은 아니다. 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도 한국 기업들만이 아니다. 단순히 저임금을 찾아 동남아시아로 이전하였다는 점만을 이유로 한국 기업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의 행태이다. 분명히 우리는 2014년, 21세기를 산다. 그러나 현지의 한국 기업은 1970년대에 산다. 이번 방글라데시에서 문제가 된 한국 기업은 이미 2010년 10월에 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회사 관리자가 조업 중단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구타, 감금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시위진압 과정에서 노동자 3명이 숨졌다. 노동자 3명이 죽은 지 3년이 지나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노동자 5명이 사망한 캄보디아 시위에 대해서, 최근 한국 기업들이 결성한 현지 사용자단체는 캄보디아 야당 대표와 8개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외에서 한국 기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로 응답하는 모습에 놀랐을 것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안녕하신가?”라고 질문에 답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고쳐 쓰든 깨버리든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를 밖으로까지 내돌려서 엄한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2013년 4월 방글라데시 다카 의류공장의 붕괴로 1,12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이 사건으로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다. 유럽의 기업들은 안전 기준이 미흡한 공장과는 거래를 끊겠다고 하고, 북미의 기업들은 방글라데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모임을 꾸리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은 왜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일까. 너무 솔직해서일까. 물론, 유럽과 북미 기업들의 움직임은 약삭빠른 계산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은 그런 약삭빠른 움직임조차 절실한 상황이다.    
자본가 자신이 1970년대를 그리워한다고 하여 노동자에게까지 1970년대로 돌아가자고 강요해선 안 되는 것 아닌가. 2014년에 더는, 한국 기업의 이름을 노동자의 절망과 죽음에 대한 소식과 함께 듣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