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도 나왔는데..’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쇠고기’라고?
미 의원들 “수입 안하면 보복할 것”..보복관세, 청문회 준비
임은경 기자
뼈조각이 발견돼 세번이나 반송처리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이번에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까지 다량 검출되었다.
한국의 쇠고기 반송조치에 항의하며 수입 위생조건을 완화하기 위한 재협상을 종용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악재가 겹친 셈.
그러나 이같은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고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를 외치며 한미FTA 의회 비준문제를 걸어 쇠고기 수입을 노골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세번째 반송분 쇠고기에서 독성 발암물질 ‘다이옥신’ 기준치 이상 검출
농림부는 21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지난 1일 미국에서 수입된 냉장 쇠고기 10.2톤을 정밀검사한 결과, 국내 허용 기준치인 5피코그램(pg/g)을 웃도는 6.26피코그램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허용치를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은 처음”이라며 “한우에서 허용치를 초과한 다이옥신이 발견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이옥신이 검출된 쇠고기는 지난 10월 말 2년 10개월 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뒤 세 번째 수입된 물량으로, 7개의 뼛조각이 발견돼 이미 지난 6일 전량 반송 또는 폐기 조처됐다.
국내 수입 위생조건에 따르면, 허용치를 넘는 양의 다이옥신이 발견될 경우 반송되고, 해당 물량을 수출한 작업장에 관해서는 선적 중단 조처가 취해진다.
이번에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는 뼛조각 기준만 미달이 아니라 다이옥신 함유량에서도 수입 위생조건을 이중으로 위반한 것이다.
소가 목장의 페인트를 핥아 먹거나, 부동액에 오염된 사료를 먹는 경우 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될 수 있다. 문제는 다이옥신이 많이 함유된 쇠고기를 사람이 먹을 경우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다이옥신은 플라스틱 류를 태울 때 나오는 발암성 독성물질로, 인체에 들어오면 배설되지 않고 축적돼 면역력 감소와 남성 호르몬 감소, 암의 발병 원인이 된다.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미국 쪽에 다이옥신 검출 사실을 통보하고 명확한 원인규명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아는지 모르는지..
미 의원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안하면 보복”
한편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찰스 그래슬리 미 상원 재무위원장은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을 풀지 않으면, 미 의회가 한미FTA를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수잔 슈왑 무역대표와 마이크 요한스 농무장관 앞으로 편지를 보내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과학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한미 FTA 협상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점을 한국 대표들에게 분명히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내년 개원하는 제110대 미 의회에서 상원 상무위원회의 무역소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런 도건(노스 다코타) 의원은 19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새 의회가 소집되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 조치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보복 관세’ 입법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차례 걸쳐 미세한 뼛조각 하나 때문에…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고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거부했다”며 한국 정부를 맹비난하고, “우리 지역 목장주들은 미국의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되지 못하는데 미국은 왜 한국의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을 계속 수입해야 하느냐고 묻더라”며 노골적인 수입 압력을 해왔다.
이에 앞서 지난주에는 콜로라도 등 이른바 `쇠고기 벨트`지역 출신 상원의원 7명이 쇠고기 수출이 재개될 때까지 한미 FTA 협상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처럼 ‘안전하다’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다이옥신까지 검출됨에 따라, 농림부의 해명 요구에 이들이 어떤 답을 할지 주목된다.
2006년12월22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