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입법 앞두고 “나가라”
여성비정규직 상시적 고용불안·고용형태 차별 시달려
연윤정 기자/매일노동뉴스
“전체 34명 계약직 중 6명만 제외하고 12월로 모두 계약을 끝낼테니 나가라고 합니다. 10년 넘게 일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계약 끝났다고 나가라고 하는데 이런 회사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건가요.”(2006.10.23)
“12년을 근무한 40세도 안 된 성실히 일해 온 직원을 이제 와서 계약기간이 끝이니 나가라니요.”(2006.10.25)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2년10개월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회사측에서 새로 비정규직법안이 통과돼야만 다시 근무할 수 있다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2006.8.31)
지난해 한국여성민우회(공동대표 유경희, 권미혁, 최명숙)는 지난해 1년간 접수된 고용평등상담을 분석해본 결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경우 사용자의 일방적인 계약파기나 계약갱신거부 등에 노출돼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법적 보호마련이 절실하다고 16일 밝혔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상시적 고용불안 시달려
한국여성민우회에 따르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계약직, 파견직, 위탁고용 등 대부분 기간을 정해 고용되는 경우가 많아 기간을 정했다는 이유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계약파기 및 계약갱신거부에 대해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업무는 상시적이지만 고용기간은 상시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상담사례를 보면 지난해 비정규직법안을 이유로 사용자가 계약갱신을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해 오히려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은 물론 직장내 성희롱, 폭언·폭행 등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 권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계약직은 출산휴가가 없다고 하면서 사직서를 쓰라고 합니다.”(2006.5.15)
한국여성민우회는 이같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경우 임신·출산을 이유로 계약갱신이 거부되거나 해지되는 경우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속한 하청업체에 다니는데요, 대기업 소속 과장이 성희롱 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한 소리라도 하면 바로 하청업체 사장님한테 한 소리 듣습니다.”(2006. 8. 31)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 인격무시, 폭언폭행 등은 여성노동자의 고용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민우회는 “비정규직 인사권을 가진 사업주·상사가 피해여성노동자의 열악한 고용형태를 이용해 직장내 성희롱을 자행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가해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피해여성노동자의 문제제기를 더욱 가로막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형태 다르다며 임금·근로조건 차별도
“저는 2000년 6월 입사해 정규직과 동등한 일을 하고 있지만 월급은 늘 정규직의 85% 정도의 급여를 받습니다.”(2006.3.29)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근로조건에서 차별받는 상담도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급여를 적게 받도록 규정돼 있는 경우도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대적인 박탈감에 놓여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해 11월30일 통과된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통해 게약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명문화하기에 이르렀지만 이 법안에서 담고 있는 차별금지 규정은 현 노동시장에 견고히 자리잡고 있는 차별을 시정하기에는 모호한 규정만을 갖고 있는 한계가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경험하고 있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인 시정을 위한 법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여성민우회에 지난해 접수된 고용평등상담 391건 중 직장내 성희롱이 37%로 가장 많았으며 임신·출산관련 17%, 폭언·폭행 7%, 체불임금 6%, 비정규직 차별 5% 등의 순이었다.
2007년01월17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