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승강장서 발암물질 석면 검출
144개역 천장 마감재서…시민들 노출 가능성
공사, 5년전 실태 조사뒤 조처안한채 ‘방치’

김정수 기자

» 19일 오전 출근시간대의 서울지하철 2호선 방배역 승강장. 전동차를 타고 내리는 시민들의 머리 위 천장 콘크리트 표면은 농도 15%의 트레몰라이트 석면으로 덮여 있다. 자세히 보면 갖가지 설비부착 공사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20여년 이상 세월이 흐르며 습기 때문에 들떠 있는 부분도 있어 전동차가 일으키는 바람과 진동에도 석면먼지를 흩뿌릴 가능성이 높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상당수 역 승강장 천장 마감재에서 강력한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 지금까지 지하철 역사 역무실 천장이나 냉난방장치 연결부 등에 석면이 쓰였다는 점은 알려졌으나, 일반 시민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큰 승강장 천장에 광범위하게 석면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석면 전문 분석기관인 이티에스컨설팅이 지난해 말 서울메트로(서울지하철공사) 노·사의 의뢰로 지하철 2호선 50개 역 가운데 서초역 등 17개 역의 승강장 천장과 벽의 석면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청·을지로입구·상왕십리·한양대·삼성·선릉·교대·서초·방배·낙성대·신림·봉천·문래·영등포구청 등 14개 역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특히 방배역의 승강장 천장과 벽은 마감재 가운데 석면 함유량이 각각 15%와 20%에 이르렀고, 신림역 천장과 영등포구청역 천장 등 모두 6곳에선 백석면보다 발암 위험도가 수십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갈석면이나 청석면도 나왔다.

지하철 1·3·4호선에서도 모두 8개 역을 골라 조사한 결과, 3개 역의 승강장과 연결된 터널부 마감재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이들 승강장 천장 표면은 개통 이후 지금까지 20여년간 크고 작은 설비 보완 공사가 계속 이어졌지만, 석면의 위험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공사 때 폐암이나 악성중피종과 같은 치명적 질환을 일으키는 석면 먼지에, 작업자는 물론 지하철 이용객들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현재 일부 승강장 천장에는 표면이 떨어져 나간 부분도 적지 않아, 전동차의 진동과 바람으로 석면 먼지가 발생하고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하철공사는 2001년에 이미 노조·환경단체와 함께 승장장의 석면 사용 위험성을 지적한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작업자와 시민들을 석면 먼지에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노조와 환경단체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박동필 서울메트로 환경관리팀장은 “석면 자재의 위치를 표시한 석면 지도를 만들어 공사 때 참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방안도 2001년 보고서에 이미 제안됐던 것이다.

원진재단 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석면 먼지는 폐 속에 극미량만 들어가도 치명적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의학적으로 안전한 노출 한계치도 설정할 수 없는 물질”이라며 “무방비 상태로 승강장에서 각종 공사를 한 작업자들만이라도 파악해 건강수첩을 발급한 뒤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