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산재 비율이 낮은 까닭
산재 통계 제조업 남성 중심 … ‘고용 불안’ 산재신청 걸림돌
여성의 산재 발생률은 남성에 비해 매우 낮다. 20년 넘게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성들이 힘들지 않고, 위험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산재 비율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이서치경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이 남성, 제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노동부가 집계하는 산재 통계에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직종의 재해는 거의 집계되지 않고 있다.
그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근골격계질환 등은 여성이 감당하기 힘든 무리한 노동에서 비롯되지만, 이 같은 현실이 공식자료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여성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들은 피로 등이 오랜 기간 쌓여 발병하기 때문에, 증상과 직업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여성노동자들의 몸에 직업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난들 통계에 잡히지 않아 예방책이 마련이 미비한 실정이며, 퇴행성 질환과 동반되는 여성노자들의 업무 관련 질환들은 ‘직업병’으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실제 취재를 위해 만나본 여성 조리종사자 대부분이 어깨 결림이나, 손목 통증, 허리통증, 생리불순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으나, 지난 2004년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던 고아무개 씨가 ‘주부습진’(접촉성 피부염)으로 직업병을 인정받은 이후 최근까지 직업병을 인정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정채경희 산업의학전문의는 “고용불안과 저임금 상태에 놓여 있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봐 산재를 신청하기도 어렵고, 신청한들 직업병으로 판정될 가능성도 낮다”며 “여성 스스로에게 감내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