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광양 직업병 조사 파행
입력: 2007년 02월 07일 08:16:01
노동부가 여수·광양 국가산업단지 입주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추진중인 ‘직업병 역학 조사’가 초기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조사 방법 등을 놓고 노·사·정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광주지방노동청 여수지청은 광양만권 근로자들의 암 발생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6월 사업비 5억원을 들여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 연구센터에 의뢰, 2008년말까지 여수 석유화학단지와 광양제철단지내 모든 근로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직업병 역학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사업 시행 8개월째인 6일 현재 근로자 현장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있다.
지난달 25일 등 수차례 가진 모임에서 정부는 조사 범위를 ‘발암성 물질’(이하 암)로 제한키로 한 데 반해 근로자들은 조사 범위를 암 뿐 아니라 호흡기·피부질환, 근골격계, 소음성 난청, 안질환 등 종합적인 조사를 요구하자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방법을 놓고도 사 측은 조사 대상 사업장에 노조 및 상급단체 관계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기업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 측은 해당 사업장의 유해물질 배출 실태를 가장 잘 아는 노조원 및 근로자 대표의 입회를 요구하고 있다.
광주지방노동청 여수지청 산업안전과 이순환 근로감독관은 “현재 책정된 예산과 조사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종합 검사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번 ‘암’ 관련 조사를 마치고 추후에 계획을 다시 수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문길주 산업안전국장은 “정부가 조사 범위를 ‘암’으로 한정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종합조사를 미룬다면 조사 자체가 수박 겉핥기식에 그칠 우려가 높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만성 호흡기질환과 피부병 환자가 아주 많아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수·광양지역 각종 사업장에서 2004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2년여동안 백혈병(혈액암)과 폐암, 갑상선암 등 11명의 암 환자가 발생, 이 가운데 4명은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으며, 4명은 역학조사 등이 진행중이고, 3명은 승인을 받지 못했다.
산재 승인을 받은 근로자 가운데 3명과 산재 신청을 해 둔 1명 등 4명이 사망했으며, 사후에 산재 승인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이는 작업 환경이 비슷한 경북 포항제철단지와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암 발생 환자 2명(산재 승인)의 5배 이상에 달한다.
〈여수|나영석기자 ys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