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날까 두려워 산재 ‘쉬쉬’
불법체류자 사망률 높아..사망사고 은폐 어렵기 때문
구은회 기자(매일노동뉴스)
지난 2005년 태국 출신 여성노동자들이 노말헥산에 중독돼 ‘다발성 신경장애’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은 사례에서 보듯 이주노동자들은 유해물질에 의한 중독성 작업병 외에도, 뇌심혈관계질환 및 근골격계질환 등에 빈번히 노출돼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률 및 사망률은 한국인보다 낮다. 장복심 열린우리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0.65%로 한국인노동자의 산재 발생률 0.86%보다 0.21%포인트 낮았다. 또한, 노동자 1만명 당 사망자수를 나타내는 사망만인률도 이주노동자가 1.76명인데 반해 한국인노동자는 2,74명으로 집계됐다.
이른바 ‘3D’업종(어렵고(Difficult),더럽고(Dirty),위험한(Dangerous))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산재·사망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9일 서울대병원 함춘회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보건복지 향상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김용규 교수(가톨릭의대 산업의학과)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공공연히 벌어지는 산재 은폐 및 불법취업노동자의 경우 산재요양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 산재요양이 끝나면 출국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같은 이주노동자라 하더라도 합법취업자냐 불법취업자냐에 따라 산재발생의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도 이주노동자 산재발생현황을 살펴보면, 법적으로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산업연수생의 경우 산재발생률과 사망만인률이 각각 0.97%와 3.2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산재를 은폐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편 합법취업자와 불법취업자는 산재발생률과 사망만인률에 있어 엇갈린 결과를 보였는데, 합법취업자의 산재발생률은 0.77%로 불법취업자(0.46%)에 비해 높았다. 그러나 사망만인률의 경우 불법취업자가 1.96명으로 합법취업자 1.37명보다 높았다.
김용규 교수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근로조건이 열악한 불법취업자의 경우 산재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은폐할 수 있는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합법취업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산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높기 때문”이라며 “반면 사망사고의 경우 은폐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불법취업자의 사망만인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이 역시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07년02월12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