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검진기관 90% 엉터리 건강진단 했다”
직업병 예방보다 돈에 눈 먼 병원…검사항목 누락, 무자격 의사검진

김미영 기자/매일노동뉴스

“특수건강검진이요? 검진 받는데 10분 정도 걸리죠.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 빼면 3분 정도 걸리나?”

페인트를 생산하는 울산KCC공장 박대진 노동안전보건부장의 말이다. 울산KCC공장은 1년에 1번 일반건강검진하고 특수건강검진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대략 진행과정을 보면 소변검사, 흉부촬영, 시력과 청력 검사, 구강검사를 차례대로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의사 문진을 받는다.

의사 문진이라고 해도 별다를 게 없다. ‘최근 들어 기침이 심하다’고 증상을 설명하면 돌아오는 의사의 대답은 ‘담배 좀 줄이세요’가 전부. 페인트를 다루기 때문에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의사는 “피부 알러지네요”라고 대답할 뿐이다.

울산 검진기관 5개 중 4개 ‘영업정지’

KCC울산공장의 특수건강검진을 담당해온 울산대학병원은 노동부가 지난해 말 전국 특수건강진단기관 일제점검 실시에서 행정처분을 받았다. 특수건강검진 자격이 없는 의사가 검진을 했기 때문이다. 울산대병원뿐 아니라 굿모닝병원 영업정지 3개월, 동강병원 영업정지 2개월, 건강관리협회 1개월 등 울산 5개 특수건강검진기관 가운데 4개가 모두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사정은 광주전남지역도 비슷하다. 광주전남지역에서 특수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은 모두 12개 병원. 이 가운데 1개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기관이 모두 노동부의 일제점검에서 행정처분을 받았다. 유일하게 행정처분을 받지 않은 여수성심병원의 경우는 특수건강검진 실적이 단 1건도 없었다.

검사항목 누락, 무자격 의사 검진

민주노총 광전본부 문길주 노동안전보건부장에 따르면 광주 김병원은 직업병유소견자를 직업병요관찰자로 판정하는 등 부적절한 판정을 내린 사실이 적발돼 ‘경고’ 처분을 받았다. 한국연합의원은 의사 1인당 검진인력이 초과하고 정도관리 자격이 없는 자가 특수건강검진을 진행해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또 검사항목을 누락시킨 곳도 있다. 전남대병원과 전남대하순병원, 건강증진의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1개월 영업정지를 받은 순천병원은 의사 휴가 시 자격이 없는 의사가 특수건강검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부산의 동아대병원은 특수건강검진 담당 의사는 병원에서 내원환자를 진료하고 자격이 없는 전공의 1년차 2명과 3년차 1명이 유해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진료를 맡아오다 행정처분을 받았다.

엉터리 특수건강검진, 누가 믿겠나

현재 특수검진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120개의 병원이 한 해 특수검진을 실시하는 근로자 수는 약 60만 명으로, 특수검진의 평균 비용을 30만원으로 산정할 경우 그 액수는 1,800억원 수준으로 병원 입장에서는 꽤 짭짤한 수입원이다. 그러나 특수건강검진기관을 선정하는 주체는 그 돈을 지불하는 사용자로, GS칼텍스 특수건강검진 축소·은폐사건(2000년)에서 알 수 있듯이 병원과 회사 간의 유착관계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특수건강검진이 애초 목적에 맞게 직업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데 별다른 역할을 못하고 있다.

2004년 산업안전공단에서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직업병유소견자 10명 중 9명은 청력검사로 발견한 ‘소음성난청’이다. 유기용제 중독(0.2%)이나 금속·중금속 중독(0.9%), 특정화학물질중독(2.4%) 등 치명적인 직업병을 발견하는 사례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특수건강검진결과에 대해 노동자들의 불신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문길주 민주노총 광전본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이번 노동부 일제점검을 통해 약 90% 이상이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대부분 영업정지 1개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보통 특수건강검진시기가 4월 초부터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개점휴업 중인 의료기관에 영업정지를 내린 꼴”이라며 노동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