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류 형태에 따른 이주 노동자의 건강 문제 비교

불법체류 노동자 건강상태도 열악
위장질환 ‘합법’노동자의 2배
유해물질 노출등 환경도 나빠
건강권 확보 제도적 대책 시급

김양중 기자

홍승권 서울대 교수팀 조사
불법 체류 이주노동자들이 합법 노동자보다 위장 질환을 갑절쯤 자주 앓는 등 더 많이 아프고 근무환경도 나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홍승권 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교수 팀은 2006년 7~8월 몽골, 필리핀, 타이, 중국 등 이주노동자 541명을 조사한 결과, 불법 체류 노동자는 합법 노동자보다 불규칙적인 수면이 11.9%포인트, 아픈 경험이 13.8%포인트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또 이들은 위장 질환을 앓은 비율도 14.7%로 합법 노동자의 8.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한달 평균 병원 방문 횟수도 불법 체류자가 평균 1.7번 더 잦았다. 하지만 건강보험 가입은 불법 체류자의 경우 조사 대상자의 11.3%만 가입돼 있어, 합법 체류자의 58.2%에 비해 매우 낮았다.

이주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진료비가 부담돼서(45.6%) △언어소통이 힘들어 치료에 어려움이 있어서(42.6%)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32.6%)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 교수는 “위장 질환 등의 가벼운 질환이라도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치료도 받지 못해 질병이 악화되는 경우도 심층조사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불법 체류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도 나빠,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거나 불편한 자세로 일하는 비율도 합법 체류 노동자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이주노동자의 건강과 의료이용 실태가 모두 나빴지만, 불법 체류, 즉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