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7% ‘수은 한계치’ 넘었다
전국 1530명 소변검사 결과…0.85%는 “당장 조처 필요”
김정수 기자 조홍섭 기자
우리나라 초등학생 어린이 가운데 31만여명이 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수은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엔 당장 의학적 조처를 해야 할 만큼 노출 정도가 심한 어린이들도 3만여명 가량 포함돼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5일 지난해 전국 26 지역 초등학생 2천명을 대상으로 소변 속 총수은농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농도가 2.53㎍/g_crea(1㎍은 100만분의 1g. crea는 소변 지표물질인 크레아티닌으로 농도를 보정한 값·이하 기호 생략)으로 독일 어린이들의 평균농도 0.7보다 3.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과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 어린이들의 소변 속 평균농도 1.06보다 갑절 이상 높은 것이다.
소변 속 수은농도는 인체가 수은에 만성적으로 노출되고 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가장 정확한 생체지표로 간주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소변검사에 응한 어린이 1530명 가운데 7.91%인 121명의 소변 속 총수은 농도가 독일 환경부 인체모니터링위원회가 인체에 영향이 없는 한계값(HBMⅠ)으로 정한 5.0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0.85%인 13명은 즉시 수은 노출을 줄이는 조처가 필요한 수준(HBMⅡ)인 20을 넘어섰다.
지난해 전국 초등학생 수가 393만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31만여명의 어린이가 많든 적든 수은으로 말미암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가운데 3만여명은 즉각적인 대책이 필요한 셈이다.
수은은 몸에 축적되면 뇌와 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키며,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의 발달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중금속이다. 실제 조사 대상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체위반응 검사와 신경행동 검사를 해본 결과, 수은 노출 정도가 높은 어린이들일수록 무의식적 반응을 평가하는 손떨림과 중심이동 정도가 높고, 추론 반응이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어린이의 수은노출은 대부분 어패류 섭취와 같은 식이 요인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내 어린이들의 노출 정도가 독일·미국·일본 어린이들보다 비교적 높아, 국가간 식습관에 대한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별도의 노출 저감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함께 벌인 어린이들의 핏속 수은농도 조사에서도, 평균 농도는 2.42ppb로 미국(0.34ppb)의 7배, 독일(1.0ppb)의 2배를 넘었다. 그러나 중국(17.6ppb)이나 일본(6.6ppb) 어린이들의 핏속 평균 농도보다는 낮았다. 김정수,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