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된 산재 많다..통계치보다 2~3배 높아>

[연합뉴스 2007-03-05 06:03]

연세대의대 원종욱 교수팀..은폐된 산재 규모 첫 통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국내 근로자의 산업재해율이 실제로는 공식 통계치보다 2~3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은폐된 산재 규모가 처음으로 분석된 셈이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원종욱 교수팀은 경인지역의 한 특수건강진단 기관에서 3년간 건강검진을 받은 근로자 6만1천999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에 청구된 업무상 질환 가운데 산재보험에 보고되지 않은 규모를 추정한 결과, 실제 산업재해율이 공식 통계치보다 2~3배 가량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일본에서 발간하는 산업재해 분야 국제학술지(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최근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조사대상 근로자를 사무직(1만3천684명)과 생산직(4만8천315명)으로 나눠 건강진단 기록과 건강보험 청구 내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업무상 질환율 및 의료비용을 각각 계산했다.

이 결과 호흡기나 소화기 등의 질환율은 사무직과 생산직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표적 산재질환인 손상 및 중독과 근골격계질환만 놓고 봤을 때는 생산직이 사무직에 비해 연간 근로자 100명당 3.47건의 의료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수치는 산재보험의 업무상 질환 인정기준에 따라 4일 이상 건강보험을 청구한 사례만을 기준으로 조사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를 우리나라 공식 통계에 따라 계산하면 재해도수율(100만 근로시간당 재해발생 빈도)은 12.57~18.10, 재해율은 3.62~5.44 범위로 추정됐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발표된 공식 통계보다 2~3배 높은 재해율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이 같은 재해도수율은 일본의 1.7배, 재해의 정도를 나타내는 강도율은 16.3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1만명당 사망률에서는 미국(0.43)보다 한국(2.6)이 6배나 높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즉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산재발생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데도 사망률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의 실제 산재발생률이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산재가 은폐되고 있는 이유로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절감을 위해 재해 건강보험 치료를 권유하는 경우 △사업주의 산재 인정 거부에 따른 근로자의 산재보험 청구 포기 △사업주와의 합의 △근로자가 산재인지, 업무상 질병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등을 꼽았다.

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산재 은폐가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제 산재보험에 보고되지 않는 산재의 규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 “경인지역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도 실제 산재율은 현재 공식적인 통계보다 2~3배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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