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3 실태조사에 비친 노동자의 오늘

 

 

 

농촌으로 간 이주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나

_ 고용허가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백서>를 중심으로

 

정해명 / 노동건강연대 회원·공인노무사

 

 

 

벌써 다섯 번 째 노동청 조사다.


그사이 두 명의 이주노동자들은 농장이 바뀌어 이천과 아산에서 일하고 있다. 2주전에 조사 때문에 하루를 쉬었고, 오늘도 노동부 조사 때문에 일을 못하니 이들은 이번 달에 쉬는 날이 없다. 노동부 조사 때문에 일을 못하니 오늘이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조사 끝나고 하고 싶은 걸 하자고 했다.


농한기인 겨울인데도 사장은 지난번엔 오지도 않고 오늘도 늦는다. 마지막달 월급도, 퇴직금도 아직까지 안 주고 있는데도 사장은 당당하다. 일하다 다쳐 손톱이 나간 노동자가 일하지 못한 동안의 휴업보상을 요구했는데 사장의 머릿속엔 건강보험이 아닌 일반수가로 처리되어 꽤나 나온 병원비만 뱅뱅 돈다.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농업의 경우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인 농장주에게 보상책임이 있다는 말을 사장은 이해하지 못한다.

(농업, 임업(벌목업은 제외), 어업 및 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사업으로서 근로자수가 5명 미만인 사업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재해보상 규정이 적용된다)


근로감독관은 시간외근로를 했다는 입증자료가 없으니 시간외근로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한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수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나마 농장이 바뀌어 본인이 가고 싶어하던 돼지농장이랑 미나리농장에 간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두 노동자들에게 미안하다.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좀더 들여다보자. 지난 해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이 발간한 고용허가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백서>에서 발췌, 축약하였다.

 

 

1.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 현황

 

농축산업에 외국인노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산업연수제를 통해서였다. 1990666만명이던 농업인구가 2004342만명으로 줄어들고, 전체 농가중 60세 이상의 농장주는 전체의 60%를 넘었다. 이러한 농축산업의 노동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농업부분에도 산업연수제를 도입하여 20037923명의 외국인이 외국인농업연수생의 신분으로 들어왔다.

 

산업연수제의 여러 폐해로 인해 20048월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농축산업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있다.


특집1 그림1_ 고용허가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연도별 성별 체류 현황.jpg

농축산업 분야의 외국인노동자 수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여 2006892명에서 201212월 현재 16,484명으로 늘어났다. 2013년 도입쿼터는 전년도 45백명에서 6천명으로 늘어났고, 농축산업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집1 그림2 _ 연도별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현황.jpg 

 

  

2. 농축산업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태

 

사업장 변경 제한 등으로 인해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실태는 매우 열악하다. 농축산업의 경우 농장주를 제외한 노동자 2~3명이 안팎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으며, 공단이나 도시에 위치한 제조업과는 달리 농촌에 위치하여 다른 농장과 거리가 있고 농장주와 함께 고립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분증 압류, 강제근로, 폭언 및 폭행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만연해 있다.

 

가. 신분증 압류

 

한국에 도착해서 3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사업장에 도착하면, 농장주들이 여권과 신분증을 압수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등록증이나 통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여권을 압류하고 이를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농장주들은 사업장의 이탈이나 도주를 막기 위한 안전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는 실정법 위반이다.

(출입국관리법 제33조의2(외국인등록증 등의 채무이행 확보수단 제공 등의 금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외국인의 여권이나 외국인 등록증을 취업에 따른 계약 또는 채무이행의 확보수단으로 제공받거나 그 제공을 강요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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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노동조건이나 사업주의 폭력에 반항하는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권을 강탈하기도 하며, 그 과정에 폭력이 동반되기도 한다. 신분증 압류는 외국인노동자가 외부와 소통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데, 신분증없이 외출했다가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에 걸릴 경우 불법체류자로 오인되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 제27조(여권 등의 휴대 및 제시) 1.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항상 여권, 선원신분 증명서, 외국인 입국 허가서, 외국인 등록증 또는 상ㄺ허가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다만, 17세 미만인 외국인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제1항 본문의 외국인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이나 권한 있는 공무원이 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여권 등의 제시를 요구하면 여권 등을 제시하여야 한다)

 

농축산업의 경우 외부와 고립된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인하여 사업장을 이탈하는 비율이 제조업에 비해 높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농장주들의 신분증 압류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나. 폭력과 폭언

 

신분증 압류, 강제근로, 노동관계법 위반 등의 문제를 겪은 외국인노동자가 농장주에게 반항하거나 문제제기를 할 경우, 농장주는 욕설을 하거나 폭행, 농기구로 위협하는 경우도 드러난다. 고립된 농장에서 외부단체나 기관에 도움을 청할 경우 농장주가 보복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수의 농장주들이 외국인노동자에게 갖고 있는 불만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사일을 접해본 적이 없고 일이 손에 익지 않다보니 일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농장주에겐 자신의 이익과 연결된 부분이다 보니 외국인노동자들을 다루는 게 가혹해 지고, 음주가 더해져 폭력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폭력이 발생할 경우 경찰이나 노동부 고용센터에 도움을 청하기도 하지만, 일방적인 농장주의 진술만을 듣거나 한국인 편들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통역을 지원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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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노출

 

농장주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여성 외국인노동자들은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농축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여성 외국인노동자 비율이 3배 가까이 높아 전체 외국인노동자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의 법제도에 어둡고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그리고 소수의 인원이 농장주와 장시간 함께 지내기 때문에 성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