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하청 노동자가 죽어야 하나
두산메카텍서 하청노동자 2명 산재사망…안전규정 어기고 위험작업에 투입해 사고

정청천 기자/매일노동뉴스

납품기간 내에 공사를 마무리 하기 위해 안전규정을 어기고 하청 노동자를 위험작업에 투입, 작업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노동자들은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인 것으로 밝혀져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민주노총과 산재관련단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공장 내에서는 하청노동자 2명이 철판에 깔려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두산중공업 정문 안쪽 야적장에서 대형 크레인으로 교량 상판을 들어 올려 접착하는 과정에서 한쪽 상판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 이로 인해 신호수 책임자 정모(48)씨와 볼트연결 작업자 조모(51)씨가 사망했다. 또 2명의 작업자가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이들은 두산메카텍(주)이 건설 중인 부산 남항대교에 들어가는 교량 상판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두산중공업 계열사인 두산메가텍의 2차 하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이었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작업규정 미준수와 작업자들의 부주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규정상 작업자가 상판 아래에 있는 상태에서는 크레인 작업을 진행할 수 없지만, 이번 사고 발생과정에서는 작업자가 철판 아래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교량 접합과정에서 간극이 벌어져 이를 메우기 위해 작업자들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이 근본원인

이번 사고의 근본원인에는 중대형 건설 현장과 플랜트 사업장에서 만연하고 있는 다단계 하도급이 자리잡고 있다. 원청회사로부터 내려오는 하청의 마지막 단계에 속한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드러났다. 특히 위험작업의 대부분은 하도급 업체 소속 노동자가 맡고 있다.

사망한 노동자들은 ‘현진’이라는 업체 소속이다. 현진은 동진산업의 하청업체이고, 동진산업은 두산메카텍으로부터 하청을 받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단가인하는 중공업사업장에서 비일비재하다. 1차 하청업체는 다시 2차 하청업체로 재하도급을 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단가인하가 수반된다.

2차 하청업체에서는 작업반장과의 이른바 ‘돈 내기(예정된 작업량에 따른 수당지급)’가 이뤄진다. 건설현장에서 ‘모작반장(십장)’에 해당하는 작업팀이 작업량에 따른 수당을 약속받고, 공사에 투입된다. 사실상 2차 하청업체로부터 다시 하청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들에게는 공기단축이 최우선 목표다. 이 과정에서 2차 하청업체는 필요한 작업에 맞게 인력을 충원해 왔다. 특정 작업을 위한 인력충원은 작업안전과는 거리가 멀게 된다. 이번에 사망한 두 사람은 각각 공사에 투입된지 일주일과 28일에 지나지 않았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관계자는 “납기기일을 마추기 위해 위험작업에 작업자를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청회사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작업자와의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사고 원인조사과정에서 관리소홀이 나타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가 두산메카텍이 지는 책임의 전부다.

이와 관련, 24일 유족들과 동진산업, 현서 등 사이에 위로금 등에 대한 합의가 맺어지면서 이들의 장례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합의서에서는 두산메카텍의 이름은 없다. 동진산업과 현서에서 이들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두산메카텍은 이들 하청업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의 위로금 지급을 약속한 정도가 고작이다.

두산메카텍에서만 6번째 사망사고

이번 사고로 두산메카텍은 산재사고 다발 사업장의 불명예를 갖게 됐다. 지난 2001년 두산메카텍 출범이후 6번째 사망사고다.
두산중공업 계열사 두산메카텍의 전신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의 계열회사 (주)한중DCM이다. 2001년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 인수 과정에서 (주)두산의 기계 부문이 합쳐, 두산메카텍으로 출범했다. 두산메카텍은 공작기계(Chemical Process Equipment)와 강교(Steel Bridge) 등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강교 사업 분야에서는 인천 국제공항 연륙교와 부산 광안대교 등 공사에 참여했다.

두산메카텍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관리사무직 517명과 생산직 125명을 두고 있다. 한때 700여명에 이르는 규모의 생산직이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정규직은 소방, 전기, 검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생산은 하청업체와 이들의 재하청업체가 담당하는 형식이다.

기존 정규직이 담당하던 생산이 하청노동자들로 채워졌고, 이로 인한 중대형 산재사고가 나타난 셈이다. 두산메카텍노조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2001년 두산메카텍이 출범한 이후 6번째 산재사망사고에 해당한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과 두산메카텍노조는 “6번의 사망사고에서 사망자는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였다”며 “이번 사건의 원인이 직접적으로 하도급에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들 하청노동자들이 언제든지 사고에 노출될 수박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7년03월26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