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의정부의 한 사출공장에서 산재로 손을 잃은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셀레나(28)가 23일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열린 ‘인권피해 이주노동자 합법화 촉구 회견’에서 증언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셀레나는 지난 2006년 5월 물건 수량을 맞추라는 재촉을 받으며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다가 기계에 손을 다쳤으나, 회사는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았다. 그뒤 셀레나는 이주노동자 단체의 도움으로 산재로 인정받고 두 차례 수술도 받았으나 아직도 이국땅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손발 잘린 ‘코리아드림’…산재 꿈도 못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제대로 된 치료 못받아
불법체류 약점에 요구 못해…“인권 보장하라”

전진식 기자

#1 지난 1996년 한국에 들어온 중국동포 김종육(50)씨는 7년 전 여름 타워크레인에서 큰 합판을 내려받는 일을 하다 한쪽 허벅지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합판을 묶은 끈이 풀리면서 합판 더미에 깔린 것이다. 결국 한쪽 다리를 절단한 김씨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제대로 보상조차 받지 못하다 가족들의 항의 끝에 겨우 산재 처리를 받았다. 김씨는 “같은 민족이 우리를 이렇게 차별할 수 있느냐”며 자신의 잘린 다리를 내어보였다.
#2 지난 2005년 한국에 들어온 스리랑카인 파미다(27)는 경기 포천의 한 가구공장에서 일한 지 4일만에 사고를 당했다. 한국인 노동자가 기계 작동 단추를 잘못 눌러 파미다의 오른손 팔꿈치까지 기계에 빨려들어간 것이다. 병원에 실려가 2달 동안 치료를 받았으나 산재 처리를 받지 못했다. 브로커들이 병원을 찾아와 보상비용의 10~15%를 주면 산재 처리를 해주겠다고 종용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오른손을 거의 쓰지 못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손·발이 잘려나가도 제대로 치료조차 못 받고 있다며 인권 보장과 체류 합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이주노동자 70명과 함께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업재해 피해자 가족에 대한 국가 배상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 등을 촉구했다.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주상복합건물 공사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다친 몽골인 ㄱ(27) 등 4명이 병원 치료를 받다 서둘러 사라진 것도 불법 체류 사실이 드러날 경우 강제추방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이들은 화재현장에서 여러 명의 목숨을 구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04년 한국이주노동자건강협회가 외국인노동자 산재 사고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합법취업자의 경우 1만명에 1.37명 꼴로 사망사고가 있었지만 불법취업자는 1.96명으로 더 높았다.

이주노동자들이 다친 몸을 치료하고 보상받는 일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경서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올해부터 본격화된 고용허가제 아래에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이들은 산재를 당해도 신분적 약점과 실직 우려 때문에 정당한 요구조차 못하게 돼있다”고 지적했다. 전진식 기자, 정옥재 수습기자 seek1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