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산재사망

 


일하다가 사망한 하청노동자 왜 자살이라 하나


 

지난 426, 한 하청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했다. 목격자 없는 죽음. 20144월까지의 현대중공업 그룹 7번째 사망자였다. 그런데 사업장 안에서 죽은 그에게 붙은 사인은 자살’.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은 의문이었고 억울했다. 평소 어떠한 자살 징후도 없었다. 자살 징후가 있는 것이 반드시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도 아니다. 정씨가 일하던 그 어둡고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쇠먼지 가루 날리던 작업현장에는, 정씨의 친조카와 외조카도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친조카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이 아니더라도, 특히 정씨가 속해있던 물량팀 팀장을 비롯한 동료들은 정씨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50% 이상이 물량팀 소속이다) 경찰조사는 자살의 원인을 밝히는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정씨의 문자, 진료기록, 금융기록을 살폈다. 어쩌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조사이겠지만, 사고 현장에 대한 검증과 고인에 대한 부검이 꼼꼼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경찰 조사를 받던 동료의 진술서를 살펴보면, 자살을 단정하는 경찰의 질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러 의문을 가진 상태에서 정씨의 사고는 자살로 수사 종결이 된다. 그리고 자살의 증거로는 오로지 개인의 사정만이 쓰였다. 살펴보자면,

1. 정씨의 문자 언젠가 부인과 다툰 적이 있는 상태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그 증거가 되었다. 문제는 그 대화 이후 다시 정씨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그 부분은 고려되지 않았다.

2. 연체된 핸드폰 요금 등 다 합해 200여만원 정도의 부채가 있었으나, 부채발생 며칠 후 바로 정리되었다. 정씨의 신용상태는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

3. 정신과 병력 누구나 쉽게 정신과 병력이 있으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곧 치유가 되었고, 사망시점까지 아무런 병력이 없었다.

 

경찰이 제시한 이 세 가지 자살 근거에 대해 유족과 현대중공업 하청지회는 여느 가정에서 흔히 있는 정황들뿐이다. 일상적인 정황들을 가지고 자살로 결론 낸 것이다. 이런 게 자살의 근거라면 대한민국에서 목격자 없는 죽음은 모두 자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며 동료들이 제기하는 의문에 대해 합당한 근거 제시를 할 재수사를 촉구했다. 그렇게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부인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 울산으로 내려와 1인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남편이 어떤 일을 했었는지를 자세히 알았다는 부인 김씨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싶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찌해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지도 몰랐지만, 남편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경기도 성남이 집인 그녀와 정씨 사이에는 연기자를 꿈꾸는 중학생 딸과, 공부 고민이 한창인 고등학생 아들이 있다. 김씨가 일주일에 3-4일 동안 1인 시위를 하러 가면, 아빠를 잃은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보내고 있다. 자살이라고 믿을 수 없는 수많은 정황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김씨도, 아이들도

 

아주 단순한 사건 개요만 보면 이렇다.

 

정범식씨 사건일지.jpg  

 

1017, 국회에서 이 사건이 다뤄진다. 자살이 아니라는 증거가 너무도 많다. 동료들이 그동안 주장하던, 몸에서 쇳가루가 너무 많이 발견 된 것이 이상하다는 내용을 경찰이 새겨듣기 시작한다.

사망사고 전에 이미 상당한 탈진상태에 있었고,

초고압의 호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쇳가루에 맞아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몸에 패인 상처의 위치와 모양, 옷과 마스크에 난 흔적, 옷 속에서 발견된 다량의 쇳가루가 보이는 점

사고현장이 발견되고 2-3분 후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요원이 현장에 와서 현장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부경찰서뿐만 아니라 울산경찰청이 이 사진을 확보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는 점 을 고려하여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가 지나고 2015, 아직도 부인 김씨는 현대중공업과 경찰서 정문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형사와의 통화에선 곧 결과가 나온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 참고자료

1. 현대중공업 산재발생에 관한 의견서 (A Report On Workplce Injuries at HHI- Hyundai Heavy Industrues) : http://laborhealth.or.kr/40217

2.  기자회견 : “증거인멸과 목격자 증언 묵살된 재조사! 유가족은 울부짖는다!” 

                   경찰은 즉각 재수사에 나서라!  http://laborhealth.or.kr/39910

 해가 바뀌고 2015년 1월 30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다시 한번 고 정범식씨 이야기가 다뤄집니다.

(다시보기 

http://program.sbs.co.kr/builder/endPage.do?pgm_id=00000339666&pgm_mnu_id=3983&pgm_build_id=&contNo=cu0390f0024800)

이 두 프로에서는 울산동부경찰서의 수사과정과 결과에 대해 전문가의 분석을 들어 의혹을 제기합니다. 유족도, 울산 지역의 건강권 단체도, 그리고 노동건강연대도, 이 합리적 의심을 믿었습니다.  

2월 27일, 유족과 울산지역 건강권 대책위가 경찰청에서 면담을 했습니다. 재수사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결과는 다시 자살. 합리적 의심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없었습니다. 2번의 방송에서 10명에 가까운 전문가가 이건 자살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3월 10일, 다시 국회. 유가족, 애초에 국회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진선미 의원과, 울산에서 올라온 하청노동자들과 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 노동건강연대, 기업인권네트워크, 민주노총이 모였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물었습니다. 부디, 경찰이 첫 수사의 잘못을 덮기 위한 행위를 멈추고, 제대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 수사하길 바랍니다. 

 (기자회견 자료 다운받기 20150310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고정범식씨 사건 기자회견문(국회).pdf   )

 (관련기사 : 정범식씨 사망사건 “남편은 말없지만 몸이 진실 말해” http://www.usjournal.kr/News/69367)

3. 2015년 5월 29일, 근로복지공단에 고정범식씨 산재보험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