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학 시간 강사도 근로자”
시간강사 모두 8만5000여 명…대학사회 파장 클 듯
2007-04-05 오후 3:54:46
대법원이 “대학 시간강사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확정 판결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앞으로 대학들은 시간강사들에 대해서도 산재보험료 등을 납부해야 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5일 연세대, 고려대 등 55개 사립대학교 법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보상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시간강사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이 대학들은 근로복지공단이 시간강사들에 대한 보험료를 부과하자 “시간강사들은 총장을 통해 개별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휴강 및 보강 등 강의에 관한 것도 자율에 맡겨지는 등 근로조건이 학교 당국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산재보험법 등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으나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었다.
대법원도 이번 확정 판결을 통해 “시간강사는 학교 규정에 따라 위촉돼 지정된 강의실에서 강의시간표대로 강의를 하며 그 대가로 강사료를 지급받고 있다”며 “업무 수행이 불성실할 경우 재임용 및 해임 또는 파면의 징계조치를 받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간강사도 종속적인 관계에서 대학에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학사일정에 따라 강의계획서를 제출하고 수강생들의 출·결 관리, 과제물 평가, 시험감독, 채점 등의 학사관리를 수행한 점도 시간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학교 측이 강의 내용이나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지적 활동에 의해 이뤄지는 강의라는 업무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일 뿐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시간강사가 전임교원과 같이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되지 않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 않으며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간제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들에 불과하다”고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시간강사 전국 8만5000여 명, 대학강의 58% 담당
한편 대법원이 대학 시간강사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8만5000여 명에 이르는 대학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에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우선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시간강사에 대한 ‘산재보험’이 전체 대학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기준으로 국공립대학은 42개 대학 중 34개 대학이 산재보험료를 지급하고 있었으나, 사립대학은 113개 대학 중 47개 대학만이 산재보험료를 지급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번 ‘근로자성’ 인정 판결이 산재보험 외의 사회보장 혜택으로 이어지느냐는 대목이다. 고용보험의 경우 국공립대학은 산재보험과 마찬가지로 34개 대학이 지원하고 있으나, 사립대학은 27개 대학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의 경우 국공립과 사립대학 모두 거의 지원하지 않고 있다.
원래 시간강사는 대학교수 강의의 보조적 위치였으나 대학들이 전임교원 충원보다 시간강사에 의한 강의를 늘리면서 1992년부터 시간강사 수가 전임교원보다 많아졌다.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대학 강의의 58%가 시간강사와 겸임교수 등 비전임교원에 의한 강의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간강사 대부분 연봉 1000만 원
시간 강사의 처우개선도 논란거리다. 2006년 전체대학의 85.6%가 강사료로 시간당 2만~4만 원을 지급하고 있었다. 3학점 강의 2개를 한다고 할 때, 4주에 강의시간은 24시간. 강의료를 평균 3만 원으로 계산할 때 월급은 70만~80만 원 사이인 셈이다. 생활고를 비관한 시간강사의 자살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비정규직교수노조 관계자는 “중고등학교의 경우 기간제 교사도 법적으로 교원의 지위를 인정받아 사회보험 혜택은 물론 임금에서도 정규직 교원과 큰 차이가 없다”며 “그러나 유독 대학 시간강사만큼은 임금이 정규직 교수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며 사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항상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교수가 되기 위한 도제적 관계로서 시간강사가 있었는데 여전히 이런 지배적 복종관계가 강요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제는 엄연히 대학교육의 한 축으로서 시간강사에 대해서도 법적인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