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필요한 산재병원…손가락 접합수술 전무
입력: 2007년 03월 27일 18:24:50
산업현장에서 작업 중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는 노동자는 연간 6400명에 달한다. 그러나 2003~2005년 3년간 전국 8곳의 산재병원에서 손가락 접합수술을 받은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처럼 산업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질병을 신속하게 치료하기 위해 세워진 산재병원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감사원이 27일 발표한 ‘산재보상 및 의료지원 실태’ 감사 결과는 산재병원에 대한 ‘수술’이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6~7월 근로복지공단과 산재의료관리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산재의료관리원이 운영하는 산재병원 8곳(요양전문병원 1곳 제외)에서 2003~2005년 수술을 실시한 산재환자는 전체 수술 환자의 15~17%에 불과했다. 특히 2005년 산재환자 수술을 가장 많이 했다는 ㅇ병원조차 급성기 치료 수술(산재 발생 10일 이내 수술)이 이뤄진 경우는 전체 수술의 6.5%에 머물렀다. 대부분 급성기 치료 이후 후유증상 치료를 위한 수술이었다.
산재병원이 산재 유형에 따른 환자 치료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시설도 낙후돼 노동자가 산재를 당하면 민간 종합병원을 주로 찾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근로복지공단도 산재병원 기피에 한몫 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환자에 대한 요양 승인과 장해등급 판정 등을 위한 특별진찰을 의뢰하면서 5.4%만 산재병원에 요청하고 대부분(94.6%)은 민간 산재지정 의료기관에 맡겼다.
자연히 산재병원은 민간 병원에서 긴급 치료나 수술을 받은 환자를 이송받아 입원시키는 수준에 머물렀다. 2005년만 해도 1년 이상 장기 입원환자가 50%를 넘어 산재환자의 장기 요양시설로 전락한 양상이다.
산재병원은 산재환자 치료에 필요하지 않거나 의료수요가 별로 없는 진료과목을 설치해 운영의 부실화를 자초하기도 했다. 7개 병원 12개 진료과는 의사 1명이 진료하는 하루 평균 외래 산재환자가 1명 미만이었다. 특히 ㅇ·ㅊ병원 성형외과와 ㄷ병원 소아과는 산재환자와 일반환자를 합해도 의사 1인당 하루 평균 3명 이하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산재병원은 산재보험기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산재보상 업무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노동자가 산재로 취업하지 못하는 기간에 지급하는 휴업급여를 취업 중인 314명에게 6억5400만원 지급했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는 휴업급여를 받는 산재 노동자 219명에게 실업급여 2억8000만원을 중복해 내줬다.
근로복지공단은 또 산재요양을 담당하는 병·의원 192곳이 산재환자가 해외로 출국한 기간에 입·통원 치료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로 작성해 진료비 5000여만원을 청구했는데도 확인 없이 지급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근로복지공단에 부당하게 지급된 진료비를 회수하고,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의사 153명에 대해 진료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안홍욱기자 ah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