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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조계사에 신변을 의탁한지 보름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하여 법무부 장관, 여당 대표까지 나서 연일 11141차 민중총궐기를 불법 폭력 시위로 규정하고 엄중 처벌을 주문하고 있다. 심지어 한상균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조계사 앞에 사복경찰 십 수명이 대기하고 있고, 곧 조계사 내에도 경찰병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조계사를 침탈하여 한상균 위원장을 체포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한상균 위원장은 조계사 화쟁위를 통해 2차 민중총궐기의 평화로운 행진을 보장하고, 정부가 대화에 나서며, 노동개악 법안 강행 추진을 중단하면 자진 출두할 것이라고 지난 27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대화는 고사하고 법적 근거와 정당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위에서 복면을 착용하면 가중 처벌을 할 것이라고 밝혔을 뿐더러, 다음달 5일에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에 대한 집회신고를 불허하면서까지 헌법 21조에 규정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법치주의를 그토록 외쳐대는 정부 스스로가 초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잘못된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만 엄정한 법 집행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한상균 위원장의 체포가 아니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에 의해 크게 다친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과이다. 지난 집회와 관련된 정부 여당의 수 차례의 담화에서 경찰의 진압에 의해 발생한 외상성 뇌출혈이 직접적 원인이 되어 사경을 넘나들고 있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과는커녕 단 한 마디의 유감표명 조차도 없었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시위를 하는 국민들을 테러조직인 ‘IS’에 비유하는 망언을 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이다. 국민들의 분노는 물론이고 외신의 비웃음거리가 된 것은 당연하다.

공권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이 부여해주는 독점적인 권력이다. 그만큼 집행하는데 엄중해야하고 책임이 무거워야 한다. 그런 공권력에 의해 쌀값폭락에 항의하러 상경한 농민이 사경을 넘나들고 있고, 부상자를 후송하는 앰뷸런스가 물대포 세례를 받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보건의료인으로서는 더욱더 묵과할 수 없는 비인도적 행위다. 국민들에 대한 협박이 아니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조계사는 지난 1994년 철도노조 집행부를 시작으로 1995년 한국통신 노조간부, 1998년 현대중기산업 노조원, 2002년 발전노조와 전국보건의료노조 조합원,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집행부 등 공권력에 쫓긴 노동자들과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마지막 피신처였다. 그만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공동체의 분쟁과 대립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고 있고, 심지어 군부독재 시절에도 공권력의 침탈을 받지 않았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13만 집회 참석자와 그보다 더 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을 대변하여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대표자였기 때문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지 중죄인이 아니다. 1차 민중총궐기 이후 노동조합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을 뿐 아니라, 평화적 중재자가 되려는 조계사까지 경찰이 침탈하는 것은 박근혜정부가 공안탄압이라는 방식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정국을 이끌어가기 힘들다는 방증이고, 이는 사람들의 더 큰 분노가 되어 2차 민중총궐기와 그 이후의 투쟁의 불씨가 될 것이다.>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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