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석면’에 시민·직원 무방비
① 지하역사 석면노출 심각
2007-04-02 오후 12:12:17 게재

1월 방배역서 통신사 불법 석면작업 … 2001년 지하철 석면 검출 이후 대책 미비

지난 1974년 우리나라에 첫 지하철이 건설된 지 3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지하철은 ‘시민의 발’로 자리매김하며 현재 하루 평균 600만여명을 수송하고 있다. 곳곳을 연결하는 거미줄 노선과 정시성, 쾌적함으로 이용 승객 10명 가운데 9명이 서울지하철에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22억명을 수송하는 서울지하철은 또 한번 도약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편의성 못지않게 개선해야 할 점도 부각되고 있다. 환경 문제와 시설의 노후화, 누적 적자 등이 그것이다.
명실상부하게 수도권 2000만 시민의 발이 된 지하철의 실태를 점검하고 대책을 살펴봤다.

지난 1월 서울지하철 방배역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이동통신사가 노동부 신고와 석면전문가의 감독이 없으면 건드릴 수 없는 역사내에서 무선기지국 설치 작업을 강행한 것이다. 당시 이 통신사는 방배역 천정 100여곳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기계를 설치한 것으로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이들은 작업을 마친 뒤 바닥 곳곳에 떨어진 천장 마감재 조각과 가루들을 지하철 선로에 그대로 버렸다. 이 조각들은 트레모라이트 석면이 20%나 포함된 발암물질 덩어리로, 아침 출근길 시민과 역사 내 지하철공사 직원한테 석면가루가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석면은 1cc당 0.01개 이하를 법적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흩날린 석면 가루는 드릴작업 1곳당 최소 1000가닥으로 기준의 10만배를 초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측은 통신사업자측에 석면작업 준수 기준을 알리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전달했으나 회사측이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해당 기업 직원을 형사고발했으나 치명적 발암물질은 시민과 직원들의 폐 속에 이미 들어간 뒤였다.
이 뿐 아니다. 지난 2001년 서울 지하철 역사에 석면 검출이 보고된 이후 서울시와 노동부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서울지하철(메트로)노조의 지적이다. 지난해말 서울메트로 노사가 합동으로 조사한 결과 지하철 2호선 방배역 뿐 아니라 17개 역사에서 석면이 다량 검출됐다.

◆대대적 역학조사 시급 = 서울메트로측은 석면지도 작성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높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석면으로 인한 질병의 잠복기는 보통 20~40년으로 결과는 치명적이다. 중피종이나 폐암 등 석면으로 인한 질병은 한번 걸리면 회복하기 힘들다.
게다가 석면가루는 몸에 들어가면 폐에 들러붙어 몸 밖으로 배출이 안된다. 향후 석면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이전에 들이마신 석면으로 인한 질병 가능성에도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1991년 서울지하철 냉방화 공사가 대대적으로 시행된 이후 역사를 이용하는 시민이나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석면 가루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특히 역사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일수록 석면 관련 질병 가능성이 높다.
서울메트로 노조 관계자는 “어느 한 역사에서 날린 석면가루는 전 역사에 삽시간에 퍼진다”며 “지난 1월 방배역에서 날린 석면 가루가 이동하는 전동차에 묻어 다른 역사로 빠르게 옮겨 다녀 언제 누구의 폐에 들어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대책 고심 = 서울메트로측는 지난 14일 석면이 검출된 17개 역을 특별 관리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노조측과 함께 조사한 결과 17개 역사에서 석면이 검출되자 더 이상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측은 석면문제가 가장 시급한 2호선 방배역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으나 시민과 주변 상인의 반발이 거셀 것을 우려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광 문진헌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