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지난 2월 중순 20대 파견노동자 세 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산재승인을 받았다. 메탄올 중독은 잘 알려졌고,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진단과 치료를 잘 할 수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실수나 자살 목적으로 음독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작업장에서 메탄올 증기를 흡입해서 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임상 의사들뿐 아니라 직업병 전문가들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최근 메탄올 증기 흡입에 의한 급성 중독 사례를 확인하였고, 혹시라도 이러한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하다면 의사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최근 메탄올 중독을 진단받은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환자들은 CNC 가공업체에서 휴대폰 버튼용 알루미늄 가공 기계를 조작하거나 제품의 치수를 재는 일을 하면서 금속가공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목적으로 분사되는 메탄올에 호흡기 또는 피부로 노출되었으며, 그 노출량은 기준치의 1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둘째, 몸살기운과 같은 증상이 먼저 있다가 인근 병원을 방문해서 혈액검사를 하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하며, 심지어 다시 회사에 복귀해서 근무를 계속하기도 했다고 한다. 

셋째, 12시간 주야간 맞교대를 했는데, 야간근무 중 두통, 어지러움,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좋아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아침 퇴근 후 잠들었다가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어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넷째, 응급실에서 시행한 검사 상 대사성 산증이 확인되고 혈액투석 치료를 시행하였다. 다섯째, 환자들은 의식이 떨어진 상태라 정확한 과거력 및 직업력 청취가 어려운 상황에서 메탄올 중독을 의심하기가 어려웠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특히 부천, 인천, 시화, 반월, 구미, 천안 등 관련 업종 밀집지역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 선생님들께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억해주십사 부탁 드린다. 

첫째, 임상적으로 메탄올 중독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다면, 즉 원인불명 대사성 산증, 음이온 차(anion gap) 및 삼투압차(osmolar gap)의 증가가 나타나면, 메탄올 취급 직업력을 확인해야 한다. 환자는 의식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보호자로 부터 어떤 공장에서 일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보호자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회사에서 어떤 일을 얼마나 했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한편 이번 집단 발생한 환자들은 수개월 일한 뒤에 발생한 경우도 있었고, 며칠 만에 발생하기도 하였다.
 
둘째, 독성 뇌병증, 시신경병증에 부합하는 소견이 있는 지 살펴보아야 하며, 대사성 산증의 교청을 위한 혈액투석과 함께 메탄올에 대한 해독제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 메탄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대사산물인 개미산이 독성을 갖는 것이며, 해독제는 무수 알콜, 포메피졸, 엽산 등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원인적 진단 및 산재보상에 대하여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게 상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메탄올 중독 환자는 본원 신장내과 류동열 교수가 협진을 의뢰하면서 확인이 되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은 유해물질 노출 상황을 추정하고 유해물질 노출을 생체 내에서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서 조언을 줄 수 있고, 환자에게는 산재보상에 대해서 상담을 할 수 있다. 

교과서적으로 혈중 메탄올을 측정하면서 치료 효과를 보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국내에서 분석이 가능한 기관은 없다. 현재 소변중 메탄올 분석이 가능한 민간기관은 씨젠 의료재단이 유일하다. 휘발성을 고려해 소변을 튜브에 90%이상 담아 밀폐한 후 냉장 보관해서 의뢰한다. 만약 CNC 가공업체에서 일했다면 소변중 알루미늄 분석도 같이 의뢰하도록 한다. 알루미늄은 휘발되지 않기 때문에, 노출상황을 추정하고 원인적 진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메탄올 중독으로 혈액투석을 실시한 후의 환자들의 소변에서 상당량의 알루미늄이 검출되었다.
 
넷째, 관할지역 노동지청에 신고한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와 협진이 가능하다면 현재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급성 직업병 감시체계를 통해 사례가 보고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주치의가 직접 전화하는 수밖에 없다. 근로감독관이 해당 사업장에 찾아가서 확인하고, 조업중단, 작업환경측정, 임시건강진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추가 피해자를 막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첫 환자를 진료했던 신장내과 교수가 “다른 사람은 괜찮을까요?” 라고 물었고,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전화기를 들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했었다.
 

공단지역에서 외래 진료를 하는 의사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몇 자 더 적는다. 첫째, 두통, 어지러움, 구토를 호소하는 경우 직업력을 꼭 확인하길 권한다. 환자들은 보통 “회사다녀요”라고 답변을 한다. 생산직인지 아닌지,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다고 답변할 수도 있다. 환자발생 사업장에서 일했던 20세 여성은 ‘처음에는 물인 줄 알았어요’ 라고 이야기 했었다. 특정 회사를 다니지 않고 인력파견업체를 통해서 CNC 가공업체를 전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공정이나 사용물질을 정확하게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일과 관련된 문제이든 아니든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다고 생각되면 일단 몸이 좋아질 때까지 출근하지 않도록 당부해야 한다. 단, 환자들이 아파더라도 출근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사람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하기를 바란다. 노동자들이 의사에게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은 일을 그만두라는 것이라고 한다. 환자는 마음속으로 ‘그러면 일당은 누가 주냐’고 묻거나 아니면 알았다 하고 진료실을 나가서 바로 출근할 수 있다. 

이는 비단 메탄올 중독 뿐 아니라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질환 등 모든 직업병에 공통 사항이다. 원인을 불문하고 아프면 쉬면서 치료를 받거나 회복을 도모하고 나서 다시 일해야 한다는 것을 꼭 설명해주시기를 빈다. 실제로 이번에 메탄올 중독으로 진단받은 노동자들은 아픈데 참고 일했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 중 아파서 결근한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그들은 메탄올 영향으로 추정되는 증상은 있지만 중독에 이르지는 않았다.
 
셋째, 직업과 관련된 문제가 의심이 될 때는 환자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게 의뢰해주기 바란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은 흔히 특수건강진단을 주로 하지만 환자의 직업과 관련된 건강문제에 대해서 그 위험를 평가하고, 질병의 예방과 관리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병원에 직업환경의학과가 없다면 가까운 지역의 근로자건강센터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이다. 이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원하는 공공 보건의료기관으로 전화(1577-6497)를 하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게 자문을 받을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메탄올 중독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일과 관련되어 아프다고 할 때 진료를 하는데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참고자료 


[성명] 20대 청년 노동자들의 눈멀음 사고로 박근혜 대통령이 깨달아야 할 것

http://laborhealth.or.kr/action/41526


긴급토론회> 삼성전자 하청업체 메탄올 중독 사건의 시그널 – 청년 노동자들의 시각 손상 사건이 의미하는 것

http://laborhealth.or.kr/41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