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스트레스 관리` 비상 [중앙일보]
직장인 95%가 고통 … 미국·일본보다 심해
`산업재해 등 기업 손실` 상담실 개설 잇따라 LG CNS는 지난해 9월 ‘마음쉼터’라는 사내 심리상담실을 열었다. 상담심리 전문가를 고용해 직장 스트레스부터 직원의 결혼 문제까지 고민 상담을 맡겼다. 직접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는 직원만 매주 30여 명에 이른다.

이명관 인사 담당 상무는 “스트레스 관리는 복지 수준을 넘어 기업의 효율성 제고에 필수”라고 말했다.

직장인의 스트레스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떠오름에 따라 사내 상담소를 운영하는 등 직원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EAP)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 스트레스는 기업 손실=박지원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0일 ‘위기의 직장인 이렇게 관리하라’는 보고서를 냈다. “스트레스는 산업재해나 소송으로 연결돼 불필요한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지적이다. 그는 특히 “한국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보유율은 95%로 미국(40%).일본(61%)보다 훨씬 높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얘기다.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직장 내 대인 관계에서부터 자녀 양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EAP 업체 다인 C&M이 최근 20개월간 상담을 진행해 804명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대인 관계(23%)와 자녀 양육(22%)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부부 및 이성 관계(16%), 개인 정서 문제(15%), 경력 개발(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근로복지공단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 등 정신적 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는 2000년 27건에서 2004년 107건으로 크게 늘었다. 인제대 백병원 우종민(정신과) 교수는 스트레스로 인한 국내 노동비용 손실액을 2003년 기준 11조365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도 직원 스트레스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4년 2월부터 ‘My Counselor’제도를 도입한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모두 151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매주 한 차례 상담심리사가 회사를 찾아 직무 스트레스를 상담한다.

동부화재의 경우 “까다로운 고객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며 지난해 10월 사내 직원상담소를 개설했다. 삼성전자.LS전선 등도 사내 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다인 C&M은 금융권과 공기업 중심으로 10개 기업의 스트레스 관리를 대행하고 있다.

◆ 아직은 ‘걸음마 수준’=미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일본은 80년대부터 EAP를 도입해 왔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95%가 EAP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들어서야 직원 스트레스 관리에 눈을 떴다. 그마저도 일부 대기업과 금융계, 외국계 기업에 편중돼 있다. 연세대 최수찬(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를 직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 직원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회사가 스트레스에 따른 직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1940년대 일부 미국 기업에서 직원들의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면서 처음 도입했다. 70년대부터 직원 스트레스 관리로 의미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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