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공장 ‘산재’용광로 되나
쇳물 덮쳐 노동자 떼죽음 잇따라…생산 급속히 느는데 시설·안전관리 못미쳐
유강문 기자
중국 랴오닝성의 한 특수강 공장에서 뜨거운 쇳물이 노동자들을 덮쳐 32명이 떼죽음을 당하는 참사가 18일 발생했다. 중국에선 최근 철강 생산이 급증하면서 용광로 주변 안전사고가 잇따라, 석탄 채굴 증가로 붕괴 사고가 빈발하는 탄광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18일 오전 7시45분께 중국 랴오닝성 톄링시 칭허특수강유한공사에서 거대한 주물용기가 떨어지면서 쏟아져나온 30여t의 뜨거운 쇳물이 근처 사무실을 덮쳤다. 이 사고로 근무교대를 위해 대기 중이던 노동자 32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들은 갑자기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온 쇳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사고는 30여t의 쇳물을 담은 육중한 주물용기가 크레인에 매달려 다음 생산단계인 주괴 공정으로 옮겨지던 중 착지 지점을 2~3m 남겨두고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이 쇳물은 섭씨 150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의 주검은 디엔에이 검사를 거쳐야만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다.
지난해 11월 장수성 우시에선 용광로에서 흘러나온 쇳물이 노동자들을 덮쳐 8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2005년 10월엔 스촨성 르산에서 주물용기가 폭발해 노동자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이번에 참사를 빚은 칭허특수강유한공사의 안전 관리 수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철강 공장에서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것은 급속한 수요 증가를 생산시설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2005년 나온 한 보고서를 보면, 일반적인 제강공정을 갖춘 294개 철강 공장 가운데 500만t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국적으로 5500만t의 철강을 생산하는 설비를 폐기 대상으로 꼽은 바 있다.
중국은 이미 산업재해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에만 하루 평균 300명이 산재로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2004년의 경우 산재 사망자는 모두 13만6000명으로, 2500억위안의 경제적 손실을 끼친 것으로 계산된 바 있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육박하는 액수이다.
현재 중국에서 산업재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뭐니뭐니해도 탄광이다. 산재 사망자의 80%에 가까운 숫자가 탄광에서 발생했다. 중국의 탄광 사망률은 폴란드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0배, 미국의 100배나 된다. 석탄 100만t을 생산할 때마다 3명이 숨진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