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 

위험의 하청화 실태 및 개선방안 모색

국가인권위원회 산재위험직종 실태조사연구 결과를 정리하며

 

곽경민 한림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15년 만에 집단 수은중독이 광주 남영전구에서 발생하였다. 다단계 하도급의 마지막 하청 일용직 노동자들이 철거작업을 수행하다 집단으로 수은에 노출되었다. 연이어 보도되는 커다란 일터 사망사고 뿐 아니라 이제는 수은중독까지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이 점점 아래로 하청업체들에게 가고 있는 현실에서 어쩌면 놀랍지 않은 일이다.

 

201412월 국가위원회는 산업재해 위험 직종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한림대학교 주영수 교수님이 수행한 이 연구는 조선, 철강, 건설프랜트 업종의 사내하청 현황과 안전보건 실태를 파악하였다. 1년이 지난 지금도 하도급이 만연하고 하청 노동자들의 산재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도 시사점이 많은 연구이다.

 

이 연구는 하도급 비율이 특히나 높은 조선업, 철강업, 건설플랜트를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는 크게 설문조사, 집단면접조사, 전문가 의견조사로 이루어졌다. 설문조사는 관련 업종 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조건, 고용형태, 사내하청 노동과 노동안전, 그리고 건강에 대한 문항들을 물어보았으며,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이 288, 철강업 하청 노동자들이 245, 건설플랜트 하청 노동자들이 258명이 설문에 응답하였다.



5_산재위험직종실태조사_01조선산업 매출액과 사내하청 비율.JPG




5_산재위험직종실태조사_02철강산업 외주화 정도.JPG




5_산재위험직종실태조사_03건설 재하도급 관행 실태 폐해.JPG



업종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상당수의 하청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교육을 받지 않으며, 위험 작업시 충분한 안전조치 없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80~90%의 응답자가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들에 비해 산재위험이 더 높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주관적인 응답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 스스로 사업장 내에서 산재 위험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재를 경험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을 어떻게 처리했는가 질문을 하였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했다는 응답은 일부에 불과하였다(조선업 7.2%, 철강업 7.9%, 건설플랜트 20.3%). 많은 수가 공상처리, 개인보고 등으로 처리하여 산재은폐가 상당 수준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설문조사 뿐 아니라 조선업, 철강업, 건설플랜트 원청 사업장들에 소속되어 있거나 관련되어 있는 하청 노동자, 원청 노조 간부, 원청 안전담당자, 그리고 해당 안전보건공단 지사 실무진 등을 대상으로 집단면접조사를 시행하였다.

 

하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면접조사에서 주요하게 언급된 내용은 노동조건에 대한 것이다. 조선과 철강업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하였으며, 건설플랜트의 경우 임금 수준은 낮지 않으나 무척 협소하고 위험한 작업공간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업무상 질병이나 부상에 대해서 선재로 처리하지 못하고 공상이나 개인부담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만약 산재로 처리하였을 경우 재취업이 어려움이 있으며, 소속 하청업체에서도 공상처리 등을 유도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5_산재위험직종실태조사_04 현대중공업 산재은폐 실태 고발 기자회견.JPG 

현대중공업은 하청노동자의 산재사고를 은폐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2012년 9월, 조선소에서 쓰러진 하청노동자를 트럭에 싣고 가다가 사망한 사건 이후,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조합은 하청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산재은폐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원청 노동조합 간부들은 하청노동자들이 가장 힘든 일들 하고 있음을 말하며, 하청업체가 산재보험료를 줄이고 원청 대기업과의 재계약을 위해 산재를 은폐하는 경우가 많고, 하청노동자 스스로도 고용 불안 때문에 은폐하는 경우가 빈번함을 지적하였다. 최근에는 산재은폐를 줄이기 위해 도급 재계약시 산재를 은폐한 하청업체의 경우 재계약시 불이익을 주는 것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였다.

 

 

원청 안전담당자의 경우 하청업체 사업주와 노동자들의 안전의식이 미약하고, 안전보호장비 착용이 불량함을 지적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하청업체와 원청업체간의 안전관리협의체를 구성하여 하청업체의 안전의식 수준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안전보건공단 지사 실무진과의 면접조사에서 사업주의 의무를 강조하며 안전보건과 관련하여 문제가 생기면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얘기하였다, 또한 위험작업시 안전보호장비 착용 강화, 그리고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의 활성화, 산재예방기금의 확충 및 지원 등을 언급하였다. 집단면접조사에서 각자 입장의 차이가 있으나 하청노동자들이 더 힘든 일을 하며 노동조건이 열악하며, 실제로 산재가 많이 발생하고 은폐되고 있으며 이를 하청노동자들의 중요한 산업안전보건 문제라 말하였다.

 

또한 10명의 산업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청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개선방안에 대해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시행하였다. 여기서 전문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실적인 개선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교육의 강화(실제 일하는 공정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교육) 및 감독 강화를 지적하였다. 실행가능성과 상관없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개선방안으로는 산재발생시 사업주 처벌강화’,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하청노동자의 작업환경 개선등을 언급하였다.

 

설문조사와 면접조사, 전문가조사를 종합하여 하청노동자들의 산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 방안으로 산재사고 등에 대한 원청업체 사업주의 처벌강화를 우선적으로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유해위험업무 하도급 금지 제도화, ‘물량팀등 다단계 하도급 금지, 허청 노동자들에게 작업 중지권 등 기본조치권한 부여,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안전보건서비스 제공시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 간의 차별 철폐를 제시하였다.

 

이른바 원하청관계를 통해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산재위험이 전가되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위험 전가에 대한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사업주 처벌 강화, 노동조건, 작업조건 개선 등과 같은 실효적인 개선대책이 나와야할 것이다.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 하청노동자들의 안전보건 실태는 얼마만큼 좋아졌을까. 수시로 터지는 중대재해와 알려지지 않고 여전히 은폐되는 중소규모의 산업재해들을 생각하면 연구보고서의 실태조사 결과는 지금 유효한 현실일 것이다.

 

* 산재위험직종 실태조사 보고서는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