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공포’ 베이비파우더서 시멘트로 번져
건설연맹·시민환경연구소 조사결과 ‘기준치 20배 타일시멘트’ 유통
김미영 기자 09-05-12
타일을 붙일 때 사용하는 시멘트에서 석면이 검출돼 파장이 일고 있다.
11일 건설연맹과 시민환경연구소·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전국 건설현장과 시중에서 판매 중인 6개 제조업체의 제품 12종을 분석한 결과 ㅆ사에서 만든 3개 제품에서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기준치를 초과해 최고 20배 가까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타일시멘트는 일반시멘트에 규석이나 활석(탈크) 등의 추가재료를 혼합해 제조한다. 이번에 기준치 이상의 석면이 검출된 ㅆ사의 시멘트는 중국에서 석면에 오염된 활석을 수입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일시멘트의 국내소비량은 연평균 25만여톤이며, 선두업체인 ㅆ사의 시장점유율은 40%에 달한다.
ㅆ사의 시멘트를 사용한 건설현장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석면이 검출됐다. 목동 삼성트라팰리스의 경우 허용치의 5배가 넘는 석면함유 시멘트가 검출됐다. 대우·삼성·현대·GS건설 등 대기업 건설회사를 비롯해 전국 45개 건설사 131개 현장에서 석면이 함유된 시멘트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연맹 관계자는 “문제가 된 ㅆ사 시멘트는 아파트 욕실과 베란다의 타일작업이나 각종 상가의 리모델링 공사에 많이 쓴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공사의 경우 대규모 건축현장과 달리 정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미장·방수·타일·배관업종의 건설노동자 상당수가 석면시멘트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리모델링 공사 대부분이 휴일에 진행되는 데다 소규모업체가 공사를 하고 있어 건설노동자들이 별다른 보호장구 없이 가루분말 형태의 석면시멘트를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실장은 “건설노동자들이 석면시멘트를 직접적으로 흡입했을 가능성이 높고 건축물이용자들도 노출가능성은 적지만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건축물 철거 과정에서 일반건축폐기물로 처리되고 있어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3월 국내 시멘트제조사 9곳을 조사한 결과 석면 등 중금속 함유율이 모두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한 바 있다. 석면베이비파우더에 이어 석면시멘트까지 논란이 되자 정부의 석면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현재 환경부 주관으로 노동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정부합동 석면정책협의회가 구성돼 있는데, 이를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석면정책협의회로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