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젊다고 건강한건 아니다
2015 서울노동권익센터‘나와 노동’강연/
알바노동 십계명 프로그램 참가 후기
잉여와 자립, 그리고 노동
–정섭, 충남대학교 의학과 본과 1학년
학부를 졸업하기 이전에 하던 청소노동자 한글/컴퓨터 교실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의 단체 메시지방에 예전 간사분께서 이번 나와노동 프로그램을 올렸고, 마침 방학 때 할 게 동아리 일정 빼고는 별로 없던 차에 강연이나 한 번 가 볼까하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에 가서는 1주일치와 3주일치의 강연과 프로그램을 날려먹는 쪽으로 스케쥴이 진행되어 버렸지만요 –;
7월 초에 기말고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니 마침 2주차 류동민 선생님 강연이 시작되던 타이밍이었습니다. 1주차 김진숙 위원장님의 강연과 3주차 이수정 노무사님의 강연을 놓친 것은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사실 장기간 아르바이트나 과외로 생활을 유지해보았던 적이 없는 저로서는 김진숙 위원장님의 투쟁 경험이나 실제 일을 하면서 부닥껴야 하는 현실을 알려주셨을 이수정 노무사님의 강연이 아쉬웠습니다.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하고 팀 프로젝트에서 놓친 것들은 메신저 대화 방에 노동건강연대 간사님께서 올려주신 프로젝트 진행 사진으로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알바노동 도중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재해들의 목록을 보니 학부를 졸업하고 의학과에 입학하기 이전의 겨울방학 시간에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보던 아르바이트들의 여러 목록이 떠올랐습니다. 한창 할 일이 없던 차에 보았던 아르바이트들은 대체로 택배 상하차, 까페, 빵집, 편의점 등의 아르바이트들이었습니다. 대체로 시급이 5-6000원 정도 되었고 하루에 6시간, 8시간 정도 해서 돈을 벌 수 있으면 주말동안 일해서 24만원정도 벌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신청을 했는데 어째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죄다 떨어졌었는지 좀 그랬었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이전에 했던 아르바이트는 번역, 학교 강의실 조교와 같은 그렇게 힘들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당시의 아르바이트를 찾던 경험에서 그 자체로 그렇지만 자신의 생활을 지탱하고 그것으로 자립적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것에서 (적어도 학부를 다니고 있거나 막 학부를 졸업한 청년 입장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학부를 다닐 때 보았던 많은 여러 교지들에서도 그러한 의미에서의 노동과 자립을 많이 이야기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저는 학부 등록금과 생활비, 주거비 및 지금의 의학과 등록금을 모두 다 지원받고 있는 청년의 입장에서 이렇게 편하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소위 서울의 명문 학부를 다니고 있는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자신이 잉여롭다고 하는 청년들, 그리고 아마 제 자신도 그에 대해 그런 쪽에 속할 것입니다. 사실 저희들은 그러한 것에 무감각해진 편이라기보다는 저희들에 대해 절대적인 물주인 ‘엄빠’ 부모님들과 그 사이에서의 신경증과 가족 갈등, 폭력이라고 볼 수 있을 온갖 그 사이의 강요와 신경전, 우울증에 익숙해진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멀쩡한 척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생활을 하는.
카드뉴스를 만든 것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일으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만들면서 학습해가고, 배워가는 과정들,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자’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들 등 사소한 배움 들과 아르바이트 경험, 이주노동자 지원을 위해 일했던 경험들 등을 얘기하고 나누면서 말했던 소소한 웃음들을 가져가고 싶습니다. (사실 잊어먹게 되어도 큰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또 모이면 됨..)
‘잉여’로 있는 사람들에서 연대에 대한 욕망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이런저런 일상만화보다는 ‘단지’ 등의 일상의 폭력 문제를 다루는 웹툰들을 더 좋아하고 ‘송곳’을 잠깐잠깐 챙겨보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욕망을 끌어낼 수 있다면, 같이 무언가를 조금씩 꾸며볼 수 있다면 무언가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그러한 모임들이 잘 나오다 보면 교육 프로그램과 정당활동, 또는 옛날 식의 패기 넘치는 정치 비전이나 기획이 2015년도에 나름대로 맞는 버전으로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잉여’롭다는 두루뭉술한 좌절감과 권태로움의 안개와 자신이 ‘잉여’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존재적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보다 여러 동시대인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통을 함께하는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연대라는 것이 사실 그렇게까지 거창한 일은 아닐 지도 모릅니다. 교육을 받는 것도 연대의 일환이겠죠.
사람들과 함께 에너지를 얻어가는 일이 즐겁습니다. 아마도 노동자 분들이나 실제 알바를 하고 계신 사람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하는 일이 즐겁다면, 그리고 그러한 것이 활동이라면, 활동을 해서 앞으로도 그런 일을 계속 해보고 싶습니다. 전문의로서 있다 치더라두요. 다만 참가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좀 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노동자 보건의 실태 교육이나 감수성 교육 등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았었으면 했는데, 아마도 그랬으면 저는 학기를 못다녔을 것 같기도 하고 -_-;; 좋은 분들을 뵈고 무언가를 잠시 해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뵐 수 있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