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젊다고 건강한건 아니다
헬조선시대, 청년의 노동과 건강
김철주 / 노동건강연대
1. 들어가며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사회의 근본체제를 뒤흔들어놓게 된다.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가정이 늘어나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각종 일자리에 뛰어들게 되었고, 사업장에서는 기존 인력 감축을 자제하는 대신, 향후 기업 신규 채용은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으로 뽑는 것을 노사가 합의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1997년 이후 청년들은 일찍부터 산업전선에 뛰어들고 이들이 차지한 자리는 대부분 노동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이 된다. 이로 인해 청년노동자의 건강 및 안전문제가 심화되고, 청년노동자의 특성을 연구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청년노동자의 고용기간이 짧은 특성으로 인해 업무상 질병재해보다 사고성 재해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고성 재해 중에서 사망은 2014년 산재통계에 의하면 24세 이하의 경우 31명이다. 이 중에서 11명이 오토바이 배달로 인한 사고였다. 2011년 청년유니온의 사회적 문제제기로 ‘30분 배달제’가 폐지되었지만 배달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재해자는 2014년 기준으로 24세 이하가 3,660명이다. 전체 재해자 중에서 큰 부분은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선진국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경미한 사고재해는 성인노동자보다 청년노동자에게 더 잘 일어나고, 우리나라 산재통계가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며 청년노동자의 사회적 발언권이 약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은폐된 수많은 재해가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글에서는 주로 어떠한 특성이 청년노동자에게 업무상 사고재해를 일으키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기술하고자 한다.
청년노동자는 대부분의 법에서 채택하는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24세 이하도 18세 미만과 업무적 특성이 비슷하다는 것을 고려하여 24세 이하로도 규정한다. 이글에서는 후자의 정의를 사용한다.
2. 업무상 사고재해를 유발하는 청년노동의 특성
패스트푸드점에서 볼 수 있듯이 청년노동자는 캐셔업무뿐만 아니라 조리, 청소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단기근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업무가 다양하고 이는 업무상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다른 연구에서는 성인노동자의 위험업무를 청년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밝히고 있다. 청년노동자의 업무는 대부분 임시직이고 이로 인해 업무통제권과 자율성이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사고 위험성을 줄이는 조절능력이 떨어져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청년노동자의 개별적인 특성이 업무상 사고재해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몸집이 작은 경우 성인에 맞추어져 개발된 장비나 공구를 사용하게 되면 사고위험성이 높아진다. 두뇌발달에 있어서 전전두엽 피질의 성숙지연으로 자기감정조절 발달이 지연되거나 림빅 시스템이 관여하는 보상심리의 변이 또한 사고 위험성을 높인다. 상황에 따라 사고위험성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혼자 일할 때는 성인에 비해 사고위험성이 높게 나타나지 않지만 또래 집단과 함께 일할 때 사고위험성이 높아진다. 약물을 복용하거나 헬멧을 쓰지 않는 등의 위험행동을 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고발생률이 네 배나 높다. 남성의 경우 사회적으로 부여된 남성상을 과시하기 위하여 이른 나이에 높은 근력이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거나 안전에 소홀한 경우도 있다. 어떤 연구에서는 17세에서 18세의 청년노동자들이 더 어린 경우보다 사고발생률이 높게 나온다.
작업 특성 중에서는 비효율적인 작업배치, 빈번한 위험노출, 과중한 노동, 관리자의 안전에 대한 의지결여 등이, 인구통계학적 특성 중에서는 인종적 소수자와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이 사고발생률을 높이는 인자로 조사되었다.
3. 청년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와 활동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제정된 18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노동법, 국립직업안전연구소의 안전보건기술지침으로 청년노동을 보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까지 2007년을 기준으로 15세부터 19세의 청년노동자의 상해를 10% 줄이기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산하기관인 국립직업안전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민간기관과 함께 ‘청년노동 업무상 사고재해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펀드를 설립하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부 또한 웹사이트에 청년노동에 관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지역 센타에서 수행하는 안전교육을 강화하였다. 민간기관에서는 보험회사가 중심이 되어 청년노동자의 안전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
미국과 다르게 연방정부에서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정하고 상세한 내용은 주정부가 정하고 있다. 캐나다 산재보상위원회연맹에서는 청년노동자의 건강 및 안전문제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National Government/WCB Young Worker Health & Safety Initiatives/Program Inventory 2012-2013’를 발간하였고 여기에는 각각 청년노동자, 사업주, 부모와 후견인,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부적인 자료가 정리되어 있다.
한국
근로기준법에 청년노동에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으나 5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법적인 구속력이 떨어진다. 또한 관련된 안전보건기술지침도 없고 정부 차원의 정보제공도 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노동자라는 인식보다 학생이라는 인식이 강해 일부 시민단체를 제외하고는 청년노동자의 건강 및 안전문제는 중요 의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4. 앞으로의 방향
우리나라는 청년노동자의 건강 및 안전문제에 관한 정부차원의 실태자료가 없다. 산재통계자료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특성상 사망사고 이외에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경우만 신청할 수 있는 산재의 특성 때문에 많은 재해들이 누락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감시체계를 구축해서 정보를 축적해야 하고 이를 통해 각종 정책의 근본이 되는 실태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제도를 만들고 이를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중심이 되는 기관과 인력이 있어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이를 담당해야 하는데 연구인력이 부족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고, 울산으로 이전한 후에는 퇴사자가 늘어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의제 발굴은 점점 요원해져 선진국에서 20년 전부터 관심을 기울였던 청년노동에 관한 안전보건기술지침 하나도 못 만들고 있다. 연구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우수연구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연구원의 특성상 수도권 이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노동자는 수많은 재해 사고를 당하고 있고, 임금체불부터 성희롱에 이르기까지 각종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또한 청년노동참가율은 현재까지는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대학진학률로 인해 아직까지 청년의 대다수가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경제침체와 신자유주의의 가속화로 인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므로 청년노동자는 외국인 노동자나 서서 일 하는 노동자, 감정노동자처럼 사회적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청년노동은 우리사회의 주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청년이 학생이 아니라 노동자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뿌리가 흔들리면 나무가 제대로 살 수가 없다. 청년노동자가 보호받기 위해서는 성인노동자가 먼저 보호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