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 전 세계에서 추모의 불을 밝힌다
<기고> 4.28 세계산재사망자 추모의 날①

연윤정 기자/매일노동뉴스

4월28일은 세계산재사망자 추모의 날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하루에 7명꼴로 산재사고로 노동자가 억울한 죽음을 맞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산재사망 문제는 심각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4.28을 맞아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를 추모하고 산재사망 근절을 제기하는 기고문을 2회에 걸쳐 나눠싣는다.<편집자주>

이서치경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2006년 1월 새해를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울산 현대중공업의 노동자가 도크 작업 중 선수블록이 전도되어 블록과 함께 25m아래로 추락해 사망하였다.

2월에는 TCE로 세척된 제품을 취급하던 근로자 2명이 사망하였다. TCE용제는 사망률이 30%에 이르며 고농도로 노출될 경우 짧은 기간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현재 국내 1천536개 사업장 5천928명의 노동자가 취급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년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한 적 있다.

2006년의 안타까운 죽음들

같은 달에 또 다른 사망사고가 발생하였다. 한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서 카고크레인 바스켓이 18m 높이에서 추락하여 3명이 숨진 것이다. 바스켓의 규정무게는 300㎏이었으나 사고당시에는 3명의 인부와 장비 등을 실어 무게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3월에는 서울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 한 신축공사현장에서 거푸집 작업장의 빔이 쓰러져 3명이 사망. 이 현장은 불과 보름 전에 이미 사망사고가 발생하여 1명이 죽은 현장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 이주노동자가 유해화학물질인 디메틸포름아미드(DMF) 2달 만에 중독되어 사망한 것이다. 이 사건은 유독물질을 다루는 노동자의 건강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루어졌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한편 여수산단에서는 7월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운명하였다. 같은 산단의 또 다른 노동자가 같은 백혈병으로 사망한지 석 달 만이었다.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백혈병과 암 등의 발생빈도가 높다는 조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여수산단에는 3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위에 적힌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많은 뉴스에서 작업 중 일어난 사망사고를 다루고 있다.

사실 뉴스에 나온 사고소식도 많다고는 할 수 없다. 하루에 6~7명이 산업재해로 사망 하고 있다는 통계를 본다면 한 달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한 뉴스는 정말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2006년도 사망자수 2천454명

노동부의 통계로 보면 2006년도 산업재해 사망자수는 2천454명이었다. 2005년의 2천493명보다 30여명가량이 감소한 것에 대해 노동부는 ‘그동안의 산재예방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그건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왜냐면 지난 경험들을 돌아보면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도 사망사고는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ILO는 전 세계적으로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사람이 매년 2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를 낸바 있다. 이는 1일 평균 500명, 1분당 3명이 사망하는 꼴이다. 전쟁희생자 수가 연간 65만 명이라는데 그 수의 3배를 넘는다.

한국은 국제 평균보다도 한참 위에 있다. OECD국가 중 사망사고 1위, 사망 만인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4월 28일 ‘세계산재사망자 추모의 날’은 우리에게 너무나 슬픈 날이 된다.

‘4.28 세계산재사망자 추모의 날’의 유래

1993년 5월, 태국의 케이더(Kader) 장난감 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케이더 장난감 공장은 미국의 유명한 만화캐릭터인 ‘심슨가족’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이날 화재로 18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중 174명이 여성노동자였고 많은 수가 미성년의 어린 노동자였다. 화재가 발생하자 일하던 노동자들은 밖으로 피하려고 했으나 공장은 밖에서 잠겨 있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공장의 인형을 훔쳐 내갈까봐 관리자들이 밖에서 잠가두었기 때문이다. 결국 188명 사망이라는 대규모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은 “선진국 어린이들의 꿈이 담긴 장난감을 만드는 과정에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피와 죽음이 묻어있다”는 현실을 각성하게 하였다.

그 3년 뒤인 1996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Committee on Sustainable Development)’ 회의장 앞에서는 촛불이 밝혀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국제자유노련 노조 대표들이 중심이 돼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를 위한 ‘촛불 밝히기’ 행사를 열은 것이다. 국제자유노련은 “노동자를 죽이고 몸을 망가지게 하는 발전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 아니다”고 선언하였다.
국제자유노련은 더불어 각 회원 조직에게도 이 날 행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고, 70여개 나라에서 촛불 밝히기 행사가 진행되면서 4월28일 추모행사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도 추모행사 가져

한국에서는 지난 1988년 7월 2일, 수은 중독으로 노동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망자는 당시 15세의 어린 노동자 문송면 군이었다. 사망 직후 문송면 군이 일하던 작업장을 방문한 조사단은 바닥에 고여 있는 수은액과 천정에 가득 차 있던 수은 증기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당시 이 사건은 노동자의 생명이 이윤추구과정에서 어떻게 유린당하는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노동계에서는 7월2일을 맞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가져왔다.

그러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4.28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에 의미를 기려 4월을 노동자 건강권의 달로 선포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4.28을 맞은 세계 각 국의 추모활동

◇석면왕국 캐나다 규탄시위=세계각국의 캐나다 대사관 앞에서 석면수출을 비난하는 평화시위가 진행될 예정이다.
석면은 호흡을 통해 인체에 들어가 수년에서 수십년의 잠복기를 가지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살인 물질로 세계최대 생산국이 캐나다이다. 캐나다에서는 석면의 피해를 알게 되면서 자국 내에서의 사용을 전면 금지시키는 대신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집중적으로 수출하는 철면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위는 국제건축노동조합(BWI/Building Workers International)을 포함하여 세계 많은 시민노동단체들이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국제건축노동조합(BWI/Building Workers International)은 조합원이 있는 각 국가의 정부에 편지를 보내서 석면사용을 금지시키고, 석면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농약노출 제기하는 덴마크=덴마크의 노동조합연맹에서는 농업노동자들의 농약노출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려고 준비 중이다. 일종의 퍼포먼스도 준비되고 있다. 농약 작업시 입는 보호장비들을 갖춘 노동자들이 손에 과일을 들고 있는 모습과, 아무런 보호구도 없이 맨몸으로 유기농 과일을 들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을 대비하는 퍼포먼스이다.

◇국가가 주관하는 아르헨티나=4일간의 집중적인 토론회를 진행한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4.28 행사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관하기 시작했다. 4.28이 국가의 지정추모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4일간의 토론회도 정부가 주도한다. 이 자리에서는 효율적인 감독의 문제 등 노동자 권리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된다.

◇AIDS로부터 노동자 안전 제기하는 콩고=노동조합들은 가장 큰 문제를 AIDS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G8 정상회담 개최국인 독일로 편지쓰기 운동이 진행 중이다. AIDS의 문제를 보다 높은 수준의 결의로 해결할 수 있도록 끌어내기 위함이다.

그 외 많은 국가들에서는 크게 집중되는 사업은 없으나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에 관한 자국내의 현안문제들이 이 시기를 맞이하여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외치는 것은 “죽은 자를 추모하고, 산자를 위한 투쟁”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심지어 기업의 이윤이 최우선이 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결코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4.28에 밝히는 촛불에는 이러한 결의가 담겨있다.

2007년04월25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