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생명안전 시민넷 주간안전소식 안전넷에 2018년 1월 23일 기고된 글입니다. 

[안전 칼럼] 그 사장들이 감옥에 가면 좋겠다. 그런데 

전수경.JPG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지난 12월 말, 인천지하철 2호선. 처음 타보는 경전철은 좀 무서웠다. 맨 앞 칸에 올랐더니 유리창 밖으로 바로 선로가 다가온다. 객차만 있는 전철은 사람이 아닌 기계를 믿으라고 하는 것 같다. 지붕 없는 야외 선로를 달릴 때, 커브를 돌아 승강장에서 문이 열릴 때, 기관사가 없는 열차를 타는 불안함은 그저 예민해서였는지, 날마다 이용하는 동네의 승객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 날의 약속은, 몇 해 전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눈에 메탄올이 튀어서 병원에 가야 했고, 산재보험을 받은 적이 있는 청년과 만나는 자리였다. 열아홉 살, 알바사이트에서 공장알바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장 일을 시작했고 알 수 없는 액체를 페트병에 담아 뿌리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열아홉 살 알바 청년의 두 눈에 물방울 같은 것들이 튀었다. 운이 좋아서였나. 눈은 돌아왔다. 이제 이십대 중반이 된 그는 시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안경을 끼고 일상생활을 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청년이었다.
정작 문제는 그가 일하던 공장, 그를 진료한 병원, 그에게 산재보험을 내준 정부 누구도 그 청년의 일에 대해서 기록, 보고, 언론에 보도 등을 행한 적이 없으며,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난 2016년에 6명의 청년들이 시력을 잃게 될 때까지, 이런 일들이 더 일어났을 것이고, 묻혔을 것이다.
사용사업주 처벌현황.JPG
세상에 알려진 6명의 실명노동자들은 세 개의 휴대폰 부품 공장에서 일했다. 이 공장의 사장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이 표를 보고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흔히 감옥에 구속되어야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기에, 그것으로 보자면 세 명의 사업체 사장들은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80시간의 사회봉사는 무엇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이 사장들은 아마 평균적인 인식과 관행으로 사업을 한 영세사업주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드는 생각이 이 사장들을 감옥에 보내서 무엇을 할까 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지금은 그저 안경을 낀 평범한 청년의 이야기로는, 당시 정부, 공단, 공무원 비슷한 사람 아무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공장은 옮겨 다니고,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기도 한다. 사장들은 늘 하던 대로 한다. 정부, 정부가 권한을 갖고 책임을 갖고 청년노동자들을 보호할 방안을 찾지 않으면 같은 일, 비슷한 일들은 현재도 일어나고 있거나 예약상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파견법을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노동자 파견을 확대하는 법을 만들어내라고 한 적이 있다. 박근혜씨가 그 말을 했던 안산지역 공단의 2014년, 공장에서 메탄올로 시력을 완전히 잃고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간 노동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중국으로 간 노동자는 산재보험을 받고 갔다. 근로복지공단, 노동부가 당시 일처리를 한 기관들이다. 그들은 6명의 청년들이 실명한 사건이 보도될 때 숨어있었다. 노동자의 실명이 처음인 양 대대적인 특별근로감독을 홍보했다. 6명의 청년들은 2014년 당시 방하남, 이기권 노동부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고발이 억지스러운가. 그런 우려도 있다. 그런데 2014년의 노동부가, 정부가 제 할일을 했으면 그 시점에서 2년 후 6명 청년들의 실명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가정은, 가정만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