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겨레21 1197호(2018.1.22)에 실린 “1년만 지켜봐달라 ‘위험의 외주화’ 꼭 끊겠다”(기사를 보시려면 클릭해주세요) 기사에 대한 김철주 회원의 브리핑입니다.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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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주(노동건강연대 회원)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17624월 출판된 그의 책 사회계약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구성원 하나하나의 신체와 재산을 공동의 힘을 다하여 지킬 수 있는 결합 형식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저마다 모든 사람과 결합을 맺으면 자기 자신 이외에는 복종하지 않고 전과 다름없이 자유로울 것. 이것이야말로 사회 계약이 해결해 주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사상은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주었고 현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기 위해 우리는 계약을 맺고 그 계약의 내용을 준수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사회계약론이 출간된 지 256년이 지난 2018년에도 계약을 맺지 않고 타자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방송의 외주제작현장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와서 일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상품권으로 임금을 대체하라며, 복종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위치며 광화문 광장에 나섰고 또 승리했다며 기뻐했지만 이러한 모습은 민주공화국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늦게나마 정부부처에서 이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니 다소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옥의 티가 있습니다. 기사에서 방통위가 표준계약서를 강제할 수 없다고 있지만 실제로는 강제할 수 있습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17조에서 근로조건의 서면명시를 하게 되어 있고 시행령 제6조에서 이를 어길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법만 잘 지키도록 감시하면 되는 일입니다. 어쨌든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정부부처가 없는 상황에서 호기롭게 1년만 기다려달라는 패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나아가 이러한 기세가 노동부에도 전달되어 노동부 고위 관료들도 앞으로 이러한 인터뷰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용광로에 떨어지는 노동자가 나온다면 내가 나이아가라 폭포에 뛰어 내리겠다.’ ‘앞으로 일하다가 실명되는 노동자가 나온다면 동굴 속에 들어가 평생 나오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