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메탄올 사건을 다룬 선대식 기자의 실명의 이유>가 출간되었다. 메탄올 사건의 처음부터 함께 한 선대식 기자의 책은 메탄올로 인해 실명한 6명의 노동자 삶을 살피고, 그들이 실명을 할 수밖에 없었던 파견노동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 책을 읽고 파견노동과 노동자의 건강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실명의 이유>에 대한 서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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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시각을 잃었을 때 벌어지는 일
??정우준(노동건강연대 활동가)
▲ “내 자식 눈 멀게 한 국가는 사죄하라” 2015~2016년 삼성전자·LG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은 청년과 피해자 가족,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파견은 위험의 외주화·사업주의 안전관리 소홀과 함께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이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 방하남·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덕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장을 고발하고 있다. | |
ⓒ 유성호 |
“그들의 삶은 특별하다.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누군가의 돈벌이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시력을 잃었다. … 우리 사회는 그들을 피해자라며 불쌍히 여겼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정부와 기업에 책임을 묻고 또 다른 피해자의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더 도울 일이 없을까요?”라고 말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용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 선대식, 실명의 이유> 6-7p
실명의 이유>는 2016년 1월 16일 병원 응급실에 온 한 노동자의 사연으로 시작된다. 원인불명의 사건으로 눈이 보이지 않았던 노동자는 이후 자신과 똑같은 일을 하다 다친 노동자들을 만난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휴대폰 만들다 눈먼 청년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실명의 이유>는 2015~2016년 삼성과 엘지의 3차 하청업체에서 삼성, 엘지 핸드폰을 만들다 메틸알코올(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6명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을 단순히 노동자가 메탄올이라는 독성 물질에 중독된 사건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파견 노동 확대와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을 유기적으로 엮어 작업현장의 변화와 고용형태가 어떻게 노동자 건강 문제와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오마이뉴스>의 기자이기도 한 저자는 직접 위장 취업을 통해 파견 노동의 민낯을 드러냈다.
작년 7월부터 노동건강연대와 함께하며 이 이야기에 작게나마 참여한 나에게 이 책은 파견노동, 메탄올 중독 외에 또 다른 측면으로 다가왔다. 저자도 밝혔다시피 이 책은 하나의 르포이자 고발인 동시에 한순간에 시력을 잃은 6명의 청년 노동자의 ‘용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들과 함께 걸었던 순간, 그들은 단순히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용기는 쉽사리 좌절당했다. 산재 노동자 재활에 책임을 가진 근로복지공단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노동건강연대가 6명 노동자의 재활에 함께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의 용기가 정부와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로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노동건강연대는 6명의 노동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가고, 식사를 하며 그들의 새로운 삶을 응원했다.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노동자에서 장애인이 된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 (저자 선대식) 표지. | |
ⓒ 북콤마 |
메탄올로 인한 시력 손상은 메탄올 피해 노동자들의 신체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엄청난 변화를 만들었다. 늘 다니던 길을 더 이상 다닐 수 없었고, 분신과도 같은 핸드폰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돌봐 줄 가족이 애초에 없거나 부재중일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적어진 것이다.
한순간에 시각을 손실하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인해 시각장애에 대한 정보조차 부재했다. 하지만 메탄올 중독 사건이 일어난 지 적게는 1년 반, 길게는 2년 반이 될 때까지 누구도 그들에게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산재 노동자의 재활서비스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전화 한 통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분투기‘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메탄올 중독에 책임 있는 어떤 기관의 도움도 받지 못해 좌충우돌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나는 메탄올 피해 노동자 6명과 함께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것들을 직접 찾아보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6명 모두 살고 있는 곳이 달랐고, 몸 상태와 현재 처한 처지도 달랐다. 기관을 찾는 것도, 필요한 서비스와 기기를 사는 것도 품이 6배로 더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6명의 노동자는 모두 사회로 첫 발을 내디뎠으며 주어진 자신의 조건을 새롭게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A와 B의 여정
동갑내기 친구인 A와 B는 부천에 살고 있다. 사고 이후 A는 한쪽 눈이 어렴풋이 보이고, B는 전혀 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친구가 되었지만 둘은 걸어온 삶도 성격도 달랐다.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