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건강연대 기관지인 [노동과 건강]을 마지막으로 펴낸 것이 지난 2015년 봄이다.
여느 시민단체나 다 비슷하지만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꼬박꼬박 책을 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고 갑자기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느리더라도 꾸준히 기관지를 펴내자고 다시 결정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노동건강연대의 활동, 그보다는 그 활동이 담고 있는 현실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떠다니는 시대이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투쟁에 대한 기억, 기록은 여전히 부족하다. 신문기사 한 구석의 구구절절한 사연, 혹은 술자리에서 전승되는 무용담이 아니라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현장 기록, 정당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주장, 과거로부터 교훈을 찾을 수 있게 만드는 평가들이 더 많이 생산되고 읽히고 남겨져야 한다. 특히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들을 알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정의를 향한 투쟁, (아주 가끔의) 승리와 (많은) 패배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책이 노동건강연대 ‘조직원’을 위한 ‘내부문건’은 아니다.
노동건강연대에 ‘조직원’ 따위는 없다. 상근활동가와 각자 자신의 일터를 가진 회원들만이 있을 뿐이다. 회원들이 지닌 전문성, 회원활동에 쏟을 수 있는 시간, 노동자 건강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과 지식수준이 모두 같지도 않다. 회원 세미나, 실태조사, 언론 기고, 서명운동 등 회원 활동의 방식은 다양하다. 이 책은 그러한 다양한 회원 활동에 기초가 될 수 있는 ‘사실’과 ‘문제 인식의 틀’을 제공하는 역할도 맡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이 현재의 노동건강연대 회원 뿐 아니라 미래의 회원들, 많은 시민들에게 읽힐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나 자신’을 포함하여, 이 사회에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 더 깊게 살펴보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랜만에 발간하는 만큼, 풍성한 내용을 담아보려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