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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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 내줄 여유가 있어야지,
각자도생이다 그러면 노조 못 만듭니다
– 이남신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대담 정리: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기록: 류한소 / 시민건강증진연구소
8월의 첫날 아침, 길은 이미 달궈져 있었다. 이남신 소장이 일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실은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 3번 출구, 후텁지근한 공기가 지하 승강장까지 가득 차 있다. 아이스커피는 좀처럼 안 마시지만 더운 커피를 주문할 엄두가 나지 않는 여름날이었다.
이남신 소장은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정부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 측 위원으로 참여하였다. 노동․시민단체들이 구성한 ‘최저임금1만원 비정규직철폐공동행동(만원행동)’의 집행위원장이기도 하였다.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만원행동은 사회적 총파업을 진행했다. 대기업 정규직이 아닌 건설, 병원, 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수리기사들, 알바들이 나섰다. ‘파업’이라면 무조건 비난하고 보는 언론의 관성은 여전했지만, 몇 배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거리로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충분히 퍼져 나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터진 논란도 있었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이 최종 결정된 후 민주노총이 낸 성명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담고 있었다. 환영, 실망, 반발 등 각기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보여준 관심에 비추어 봐도 의아하였다.
최근에 일어난 일부터 질문을 하자고 생각하고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된 질문으로 시작했다. 우리는 첫 질문에서 좀체 나아가지 못했다. 답이 길어지고, 멀리 가는 듯해도 다시 돌아왔다.
최저임금 올라가면 노동조합 가입률도 올라가
전수경(전): 반갑습니다. 최저 임금 인상이 노동계 바깥에서도 큰 뉴스가 되었습니다. 논의과정과 결과에서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이고 내부적으로도 아쉬운 점은 무엇일가요?
이남신(이): 이번에 최저 임금이 시급으로 1,060원, 22만원 오른 것이거든요. 16.4%인데 어떻게 보면 어마어마한 인상률입니다. 노조가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 다 포함해서 두 자릿수 이상 인상은 굉장히 어려워요 현재로는. 근데 미조직 저임금 노동자들 거의 대다수에 적용되는, 어떻게 보면 국민임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추산해서 한 500만 정도로 저희가 보거든요. 그게 월 22만원이 올라간 거기 때문에 임금인상 폭으로 보면 역대급이라고 보이고요. 워낙 적용대상자가 넓기 때문에, 심지어는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도 영향을 받거든요, 기본급 수준에서는. 전 노동자들에게 즉각 영향을 미치는 인상이어서 저임금 노동자들 삶의 질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게 가장 중요한 것 같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노동조합 가입률을 높인다는 확신이 있어요.
노조라고 하는 건, 먹고 살 만해야 만드는 것, 자기 옆구리를 내어줄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되거든요. 나 혼자 산다, 각자도생이다 그러면 노조 못 만듭니다. 최소한 어깨 걸고 함께 갈 수 있는 정도의 동료를 생각하는. 경제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정도의 수준에 있어야 노조를 만들 마음도 생기거든요. 너무 힘들면 노조 못 만들어요. 저는 최저임금 대폭인상이 결국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과 관련해서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있었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무기로 쟁취하는 굉장히 중요한 관문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최저임금 대폭인상 관련해서 양대 노총이 역할을 잘 했어요, 촛불시민혁명 과정에서도 조직 노동이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굉장히 잘 받쳐 줬어요, 특히 민주노총이. 대표하지 않으면서 일을 하는. 그전까지 이거 참 못했잖아요. 꼰대처럼 구는 게 많아서.
이번 최저임금 같은 경우 양대 노총 공조가 잘 유지된 유일한 의제이기도 하고요. 이번 최저 임금 협상은 노동자 위원 추천권을 갖고 있는 양대 노총이 간만에 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임금이라고 하는 건 상대방이 볼 때가 정확해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계가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에서 인상률을 확보를 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무, 이런 것들이 그래도 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비정규직 문제를 보면 조직 노동은 죄인인데, 민주노총이 잘한 건 6.30 사회적 총파업을 했잖아요.
정말 말도 많았던,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무슨 파업이냐. 사실은 10만의 비정규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파업이었거든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최초예요.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최저임금, 비정규직, 노조할 권리를, 최저임금 1만원 요구로 총파업을 했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촛불 시민혁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노동자 당사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으면 안 올라가요. 임금이라고 하는 건 당사자 요구가 핵심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6.30 총파업은 결정적인 지렛대가 됐다 생각해요.
전: 인상의 파급력이 엄청난 거죠?
이: 엄청 크죠. 임금 협상이 그냥 정리가 되는 수준으로. 내년엔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 문제가 부각될 거예요. 실제로 폐업하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어요.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만, 인건비 상승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거고, 최저임금이 가속도가 붙기 어려운 정세가 펼쳐질 수 있거든요.
민주노총은 이미 작은 조직이 아니에요. 80만 조직이에요. 한국에서 민주노총보다 힘 센 조직이 없어요. 올바른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가? 최저임금에서 민주노총은 박수 받을 역할을 했어요.. 촛불시민혁명에서 최저임금 대폭인상까지, 대중조직으로서, 대중조직의 연맹체로서 민주노총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야 된다. 과도하게 근본주의로 치환하게 되면 주객전도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저임금, 미조직, 비정규직, 청년, 여성 노동자들을 중심에 두는 건강한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 당사자 중심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민주노총은 죽는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촛불이 민주노총을 지켰어요. 사내하청을 배제하고, 비정규직에 무심하고, 정규직화 반대하는 주요 노조들이, 촛불 아니었으면 그냥 적폐가 될 가능성이 높았죠.
너무 자기 프레임에 갇혀있는 것 아닌가
전: 촛불 말씀을 하셔서 제가 의아했던 것 몇 가지가 있는데, 촛불 때 성과 연봉제 폐지나, 특정인 석방을 위한 모금이 있어서 놀랐어요. (이: 저도 되게 불편했어요) 한쪽에서는 금방 일하다 나온 것 같은 20대 초반의 청년들도 있었거든요. 성과연봉제 이런 건 불편했지만, 사실 민주노총이 어디서든 이름 내세우지 않고 헌신하고 있는데 폐쇄적인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학교 비정규직 관련해서 전교조는 외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요.
이: 전교조, 공무원 노조가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서 사실은 반대하고 있죠.
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감각이 왜 이렇게 무뎌진 것일까요.
이: 어려운데요. 한편으로는 이해해요. 정규직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것이에요. 비정규직들이 공무원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공시생들이 주장하듯이 시험을 봐야 한다 이건 과도해요. 학교 비정규직,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이 공무원 해달라는 게 아니거든요. 공무원은 적용법도 다르고 채용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신분이 달라요. 노동법 대상도 아니잖아요. 그걸 원하는 게 아니고 공무직 수준의, 공무직이라는 이름의, 공무원과의 차별을 최소화한, 처우 개선. 근데 공공부문이 예산이 딱 정해져 있거든요. 처우 개선이 된다는 얘기는 이걸 나눠 먹어야 되는 것이에요. 어디서 나눠 먹겠어요? 가이드라인 보시면 맨 밑에 소심하게 한 줄이 있어요. ‘정규직 노동자의 연대를 통해’.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양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써 놓은 거예요, 양대 노총이 반발할까 봐 강조는 못하고요. 실제로 총액 인건비로 보면 그 전의 정규직이 가져갔던 임금의 몫 일부를 줘야 한다는 얘기예요. 고용보장을 넘어서서 처우개선까지, 무기계약직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정규직 임금 체계에 영향을 안 미칠 수가 없죠. 공무원을 시켜달라는 게 아니더라도 정규직 임금, 특히 복지에 영향을 미쳐요. 차별을 없애는 데 노조가 뭐라고 하기 어렵죠, 쪽팔리니까.
그렇지만 속으로는 ‘저거 되면 어떡하지?’ 그건 현대차 정규직도 똑같은 거예요. 사내 하청이 정규직 되면 정리해고 0순위가 되는데, 젊은이들이 정규직 되면 내가 먼저 잘리는데. 전에는 하청이 완충지대였지만 역으로 내가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고, 가족 생계비가 많이 들어가는 시기에 잘리게 되는. 대의로는 거부 못하지만 실제로는 다수가 반대하는, 경제적으로 보면 이해해요. 정년 얼마 남기고 잘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민주노조라면 그렇게 타협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 설득하고, 의견을 모으는 걸 포기한 게 민주노조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현장에 가 보면 하향평준화 돼 있거든요. 공무원 노조나 전교조에서 심각한 것은 현장 조합원들의 전반적 인식이에요. 바뀌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안 바뀝니다.
노조의 역할이 뭐냐 물을 수밖에 없어요. 노조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뭐가 다른 거냐. 이익단체 기능을 하는 정규직 노조가 계급조직으로 자기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도 비슷한 문제가 있어요. 정규직화 되고 나면 이기적으로 변하고. 민주노조라고 할 때의 정체성, 이익단체도 해야 하지만 계급조직으로, 사회적 약자인 저임금 미조직 이주노동자, 중소영세 노동자 이해를 앞에 두고 고민해야죠. 전노협 때 했던 것처럼. 지금 퇴행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역사 속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거예요. 그 초심을 찾아야죠. 공무원 노조나 전교조는 좋은 기회가 온 거예요. 성과 연봉제 폐지되고, 전교조 합법화도 시간문제에요. 이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신경 써야 한다.
이명박근혜 정부 때야 밥그릇 자체가 위태로우니까 싸우는 게 정당했어요. 지금은 아니잖아요. 이번에 비정규직 교원 처우 가이드라인을 보면 기간제 교사, 강사 다 탈락 위기잖아요. 전교조, 공무원 노조가 성명을 내는 게 맞는 거예요. 우리 같은 비정규단체가 내 봐야 그러려니 하는 거고, 전교조가 내면 파급력 있죠. 상급단체가 해야죠. 당사자 조합원들은 갈팡질팡할 수 있지만. 세월호 때 순직한 두 분만 예외적으로 되는 것 그게 의미는 있지만, 기간제 교사, 이 사람들 처지는 안 변한다,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기간제 교사, 강사가 학교 비정규직의 절반이에요. 전교조가 어떤 입장을 갖느냐, 공무원 노조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에 대해서 어떤 입장 가지느냐가 중요한데 입장을 안 내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보면 더 앞서 있는 거죠. 정부에 대해 비판적 성명이 나오면 좀 우스운 게 대통령을 앞질러가면서 압박을 해야지, 뒤 쫒아가지도 못하면서, 조금 문제 있다고 과도하게 비판성명을 내고. 전교조나 공무원 노조 같은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는 사회적 약자를 중심에 두고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겠다 싶어요. 성과연봉제 폐지되고 합법화 되고 박수치고… 그게 내 성과다 하는 것은 욕을 얻어먹을 일이라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어요? 그거야 말로 시혜적인 것 아닌가요. ‘전교조가 필요한 거구나’ ‘공무원 노조가 필요하구나’ 이런 걸 국민들이 느끼는 데서 역할을 해야죠. 이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올해 내로 가닥이 많이 잡힐 거 같거든요. 전교조나 공무원 노조가 더 이상 실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우리 것 다 됐어’ 하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이거든요. 저희가 지금 조사를 해 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설움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정규직 노조는 사회적 약자를 중심에 두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이: 건강한 활동가들, 간부들은 사실 고민을 해요. 비정규직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는데 주류가 아닌 거죠. 이것을 주류로 만드는 고민을 구체화해야 될 때가 아닌가. 더 이상 공공부문 정규직은 조직 확대가 될 게 없어요. 비정규직 노동자들 얼마나 조직하느냐가 공무원 노조나 전교조가 살 길이에요. 오히려 조직이 많이 축소됐잖아요. 그래서 저는 정규직 노조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비정규 문제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두고 과감하고 대범한 기획을 내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요.
전: 노동조합의 사회적 위상이 올라가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고민이 크시군요. 화재를 돌려서 메탄올 실명 사건과 불법 파견 문제 관련해서 여쭤볼게요. 저희가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메탄올로 실명된 파견 노동자 이야기 연재할 때 시민들이 너무 많이 호응을 해서 놀랐어요. 이 사건의 성격, 전개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부끄럽죠. 저희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제가 알기로는 아마 노동건강연대처럼 활동가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단체가 사실 없는 것이잖아요. 노동건강연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서 되게 빚을 졌다 이런 생각을 했고요.
비정규직 문제에서 가장 사각지대가 지방 공단이에요, 특히 영세사업장. 영세사업장은 정규, 비정규가 의미가 없어요. 정규직도 똑같아요. 비정규직 지위나 마찬가지고 폐업되면 일자리를 잃는 게 다반사여서. 그쪽은 실태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되어 있고 다만 비정규직 센터가 있는 지역에 불법 파견 문제, 특히 안산 시화공단이나 대구 성서공단, 이런 쪽의 불법파견 문제는 많이 파악이 되긴 했지만 압도적 다수가 불법 파견의 이주 노동자들이 많은 데거든요. 그런 점에서 어떻게 보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제대로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이 개인들이 실명하고… 그건 너무 치명적이잖아요. 한 분이 아니고 반복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던 거고. 심지어 제가 듣기로는 피해 당사자를 추적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있을 수도 있다면서요? 이주 노동자들 같은 경우는 알 수가 없는 것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한국 사회의 치부가 드러난 것 아니냐. 어떻게 보면 우리같이 비정규 운동한다는 사람들이 장님이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을 했고, 비정규 문제와 산재 문제, 우리가 매일 6명씩 죽는다고 통계로 강조하지만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비정규 문제와 연결되는데도 활동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요. 그래서 오히려 산재나 노동 안전 문제에 대해서 비정규 운동도 중요한 영역으로 보고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들었는데, 해결책을 찾는 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비정규직 문제의 사각지대는 지방 공단의 영세사업장
전: 그렇죠. 정부도 완전히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지경이에요.
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달려들면 좋은데 쉽지 않죠.
전: 실명 자체가 충격적인 것도 있지만, 그게 상징하는 게 지금도 지역이나 상담 조직에서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중앙 언론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지만 지역의 노동조합에서도 모르더라고요. 기본적으로 그때 지역 단체들이 사실은 거의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했었거든요.
이: 공대위 같은 게 꾸려지지는 않았나요?
전: 네. 공단 지역에 선전전을 해보고 싶었는데 노동건강연대가 선전물을 좀 만들어달라, 뿌려주겠다, 이런 식으로 해서. (이: 외주도 아니고) 없는 인력에 잘 하지 못했어요. 공단 지역에 공장 알바라고 해서 방학동안 단기간 알바를 많이 들어가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무법지대, 무정부 상태로 있는데(이: 현장실습 문제도 있죠) 이것을 지역의 비정규 노동운동이나 지역본부가 손을 못 썼다, 현장에서 이슈를 만들지 못했고 바닥이 약화된 느낌을 받았어요.
이: 그게 지역 편차가 있을 것 같긴 한데요. 피해 당사자들이 있던 곳이 부천, 인천이었잖아요. 근데 원래 부천, 인천은 가장 지역 노동 운동이 활발했던 곳이잖아요. 일반노조도 있었고. 지금은 아마 그쪽의 일반노조들이 많이 시들해져 있는 것 같긴 한데, 지역 네트워크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만큼… 어떻게 말해야 될까요? 산재 문제는 음… 비정규 운동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비정규 센터도 주로 결합하고 있는 곳은, 아시겠지만 성과 낼 수 있는 사업장들이에요. 주로 재벌 사업장, 공공부문 이런 데. 그리고 동질적이고 규모가 있고 사용자가 지불능력이 있는, 사회적으로 쟁점화되기 쉬운. 이런 곳에서 주로 노조가 만들어지고 싸우거든요. 우리가 주로 그런 데 가서. 그런데 정작 노동조합도 없이 완전히 파편화되어 있는 쪽은 우리도 몰라요.
전: 근데 이게 메탄올, 산재라서가 아니라 그 정도의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조건의 상징이잖아요.
이: 맞아요. 거기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저는 그 지점에서 아, 어떻게 평가를 해야 될까요? 조금은 저 자신도, 비정규센터도 그런 반성이 있는데. 성과주의 측면이 있다, 그런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어요. 단체가 존속이 되려면 10년 내내 성과가 안 나는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다보니 어쨌든 좀 티 나는 일,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쪽으로 치우친 활동을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다 보니 중소영세 사업장, 수도권이 아닌 지방은 거의 신경 못 쓰는 거예요. 그쪽은 노동 네트워크도 취약하고. 저는 이렇게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 비정규 운동도 양극화 되어 있다고 느껴요. 우리가 그렇게 양극화 극복을 절실하게 얘기하면서 정작 비정규운동, 우리 내부도 양극화 되어 있는 거 아니냐. 특히 산재문제는 의제로 보면 이게 완전 소수자 문제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비정규 의제 중에서도 정규직화 의제, 처우개선이나 이런 것들은 중요한 의제가 되어 있고 노사정이 다 집중하고 있는데 산재 부분은 노사정이 다 불편해하고. 이게 성과내기 쉽지 않으니까.
이런 문제다 보니까 인명이 걸려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홀대 받고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 자신도 이론적으로는 알겠는데 실천적으로 뭘 해야 되지? 하면 막막해요. 우리 비정규 노동센터가 뭘 좀… 예를 들면 지역 비정규센터 네트워크들이 있으니까 부끄러운 얘기지만 산재 관련해서는 사실 다뤄본 적도 없어요. 그냥 이런 일 생기면 연대성명 내고 지원할 일 있으면 소소하게 하는 것 외에는. 우리 사업 계획으로 논의한 적이 없거든요. 청소년 노동 인권이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런 건 우리가 공동사업으로 중요하게 논의해요. 산재는 한 번도, 이런 심각한 일이 발생했고 불법 파견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역량 자체가 너무 취약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노동조합도 없이 홀대받고 있는 노동의 현실, 우리도 잘 모르고 있어
전: 불법파견, 제조업체에 만연해 있는 불안정한 노동의 핵심인데 이것을 너무 기술적인 문제로 본 것은 아닌지… 노동건강연대는 사실 그런 관점으로 일을 하지 않아 왔는데도. 이게 불법파견 또는 계절공처럼 여름에 투입됐다가 개학하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는 학생들, 이런 문제랑 연관이 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아무데서도 가이드가 없는 거예요. 민주노총도 전문가나 의사처럼 접근하고… 노동부가 존재감이 없고 이번에도 딱 뒷짐 지고 전시행정(이: 이번 추경에서 유일하게 깎인 게 근로감독관 증원이에요), 정부의 책임이 막중한데 정부 책임을 묻는 의제가 안 만들어지더라고요. 노동이 안 나서니까.
이: 사실은 노동건강연대처럼 접근하고 같이 해야 하는데 그럴 파트너가 많지 않죠.
전: 산재로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것만 남았어요. 오히려 다음 스토리펀딩에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면, 지금 생산직 현장이 얼마나 엉망인지 아느냐, 이런 얘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영세든 대기업이든 기본이라도 지켜라, 근로기준법이라도 지켜라, 이런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너무 기본이 필요한 거죠. 사각지대에 대해서 노동조합이나 민주노총은 왜 이렇게 무심한가.
이: 하… 그러니까요. 그게 당사자 요구가 없으니까 그래요.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조합원들이었으면 그런 일이 없었겠죠. 유일하게 불법파견 당사자로 투쟁하고 있는 곳은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투쟁을 했고, KTX 승무원, 공공부문에 굵직한 불법파견 투쟁이 있었지만, 지역 차원의 영세업체들 불법파견에는 주목을 못하는 거예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불법파견 투쟁에는, 대부분 민주노조가 있어요, 정규직 노조가. 있기 때문에 자기 문제이기도 하고 이게 워낙 사회적 파급력이 큰, 핵심은 사용자에 맞서는 투쟁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든 산별노조든 싸울 수밖에 없고 의미 있는 투쟁이 되는 거죠. 중요한 건 영세 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 공단에서의 불법파견 문제는 주목도 못 받고, 조직되어 있는 노조도 거의 없고 그러니까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어서…
불법 파견은 복잡하지 않아요. 그냥 폐기해야 돼요. 파견법 폐기에 대해서는 좀 이견이 있어요.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현실 가능한 로드맵이 아니기 때문에 파견이나 용역인 경우 과도기적으로는 원청 사용자성이나 폐지를 얘기하는 것 보다는 고용승계나 처우 개선이나. 사실 파견법을 제대로 적용받는 노동자인 경우에는 사업주들이 부담스러워 하거든요. 최저임금 지켜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지켜야 하고 다 지켜야 하기 때문에 훨씬 부담스러워 한다고 해요.
저는 적법한 영역에서 보호될 수 있는 파견 노동자, 이 부분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근본적으로야 파견 철폐를 당연히 해야죠. 그건 중간착취니까. 사람 장사 그만해라 하면서 철폐 외치는 거야 저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불법파견 철폐가 핵심이다. 어쨌든 파견 자체는 필요할 수도 있거든요, 특정 직종에서는. 지금처럼 이렇게 양산되는 건 최소화해야 하지만. 근데 불법 파견은 철퇴를 가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큰 사업장 말고 작은 사업장의 불법 파견, 아웃소싱 형태로 되어 있는 이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지금 실태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정부가, 모든 요구는 실태로부터 나오잖아요, 먼저 실태조사 해야 한다. 물론 그 실태조사가 굉장히 어려워요.
영세 업체고 불법 파견이면, 협조도 안 될 거고 어마어마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할 텐데 저는 그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 하지 않으면, 지금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만들자고 하고 있는데 그 중소기업의 여러 가지 적폐들을 푸는 노력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저는 원하청 불공정 거래도 큰 일이지만 중소업체 자체의 문제도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서의 핵심이 불법파견이라고 생각하고, 이주노동 문제도 연관되어 있고. 이 부분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센서스 수준으로 전수 실태조사를 한 번은 해야 해요. 비정규 전체 실태도 전수조사를 한 번은 해야 되요. 이건 너무 큰 인력과 예산이 들기 때문에 나중에 차기 정권에서 하더라도, 일단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잖아요, 이건 용인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 엄밀하게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런 인력과 예산이 현재는 없겠죠.
올해 근로감독관이 원래 500명 증원 계획이었거든요. 그게 추경에서 200명으로 줄었는데 증원된 근로감독관들 중에 최저임금, 비정규직, 중소영세업체의 이런 불법에 대해서 전담을 하는 근로감독관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안 그러면 안돼요. 이게 항상 마지막, 후순위이기 때문에 다른 것 다 하고 시간 날 때 하는 거예요. 비정규나 최저임금, 산재는 준법적 수준에서도 절대 시정이 안 돼요. 노동부가 실태 조사를 하고 전담 태스크포스나 근로감독관 배치를 통해서 해야 되는데 그게 쉽지 않죠. 문재인 정부에서도 노동은 역시 후순위구나 느꼈죠, 근로감독관 정원부터 깎이는 걸 보면서. 하여튼 쉽지 않은 조건이긴 하지만, 지역 공단의 불법파견문제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두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부분에서 특히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은 어떤 입장인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좀 더 유연한 입장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있어요.
‘파견 철폐’ 이렇게 해버리면 아마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냥 오로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상의 노동자 개념, 사용자 개념 이걸 바꿔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하고 입법적 수준에서 이미 불법 파견은 엄벌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파견 철폐로 밖에 갈 수 없다면, 영세 업체 불법 파견 관련해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저는 파견으로 되어 있는, 용역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문제와 관련해서 근본주의적 입장보다는 좀 더 개량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입장으로 민주노총이 해야 하지 않을까.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해서 민주노총이 내부의 이런 저런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잘 판단한 것처럼, 이 부분도 자기 조합원 요구는 아니잖아요.
그러면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중심에 두고 해야죠. 그들이 파견 철폐가 핵심이겠어요? 당장 자기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이런 메탄올 실명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소한 최저 임금은 지켜지도록, 업체가 폐업하거나 용역 바뀌더라도 최소한 고용이 승계되는, 이런 정도가 보장되면 굉장히 큰 변화거든요. 근데 그런 얘기를 민주노총이 중요하게 하지 않아요. 파견을 그냥 두자는 거냐? 이렇게 접근하면, 용역 파견 그대로 두고 고용승계만 하면 된다는 거냐? 근본적으로 직접고용하고 정규직화 해야지, 그런 얘기 누가 못해요, 가장 쉬운 건데. 그건 옳은 얘기이긴 하지만 욕 안 얻어먹을 얘기지. 정작 해야 되는 일을 안 하는 거죠. 실천적인 대안을 갖고 좀 더 지금의 과제에 집중해서, 100년 후 과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영세사업장 지역공단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 관련해서 어떻게 할 거냐, 이게 사실은 너무 힘들어요.
우리 안의 성과주의 유혹을 버려야…
불법파견으로 받는 고통을 어떻게 할 거냐, 이게 더 힘든 문제
전: 일반적으로 비정규 노동운동하고 다른 의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수고용이 그럼 비정규냐, 이번에 최저임금 투쟁하면서 영세 자영업자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냐. 쁘띠부르주아로 볼 것인가 노동자로 볼 것인가. 저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우리가 영세 자영업자 문제를 하느냐, 노동자 문제에 집중해야지 반발하는 정파도 있는데, 저는 그건 좀 우리가 입장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 영세 자영업자들은 한때 노동자였고 현재도 준노동자이고 실제로 비정규보다 더 열악한 사람들도 있어요. 100만 원 미만의 소득이 태반이에요.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유럽 수준으로라도 사회안전망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그러니까 실업급여를 준다거나 이렇게 해야죠. 영세업체, 중소기업 이 문제에 대해서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로서 노동자와 함께, 이 부분도 그렇게 접근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조직화 대상으로는 굉장히 난감한 영역이에요. 그러니까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손 안 대는 거예요. 아무리 해봐야 별로 아웃풋이 없어요. 조직해도 금방 날아가고 지속가능성도 별로 없고, 폐업해서 없어지고 막 이러니까. 그리고 소수잖아요, 힘도 없고. 그러니까 노조로 만들기에는 굉장히 열악한 거예요.
아까 제가 우리 안의 성과주의를 얘기했는데, 불법파견에 산재 문제까지 겹치면 그건 정말 선뜻 하기가 쉽지 않은… 저는 솔직히 그게 이해가 되요. 진짜 난감할 수 있겠다. 근데 그게 운동이냐? 그럼 그건 운동은 아닌 거지. 저는 좀 위선일 수는 있다는 생각은 들고 다만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이 있거든요. 그럼 이걸 슬기롭게, 예를 들면 노동건강연대가 갖는 그런 문제의식들이 서로 삼투압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가 옳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몫도 중요하고, 비정규 센터 같은 노동단체의 몫도 중요하고. 예를 들면, 불법파견이나 산재 문제를 매개로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정규 관련해서는 많잖아요. 산재와 관련해서는 그런 네트워크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것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불법 파견이나 산재 문제를 엮어서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정부도 압박하고 그런 정도까지 되려면, 사실 넓게는 양대 노총, 최소한 민주노총이나 주요 산별 연맹들이 돈을 내놓든 사람들 내놓든 뭘 좀 해야 된다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고요. 그렇게 만들어진다면 저희 비정규 노동단체들도 산재나 불법파견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핵심 의제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주로 우리가 재벌 사업장의 다단계 하도급, 그것도 불법파견 문제거든요, 위장도급. 거기에 집중하고 있잖아요. 아예 노조 만들 엄두를 못 내고 노조 만들어봐야 별 메리트도 없는 이런 불법파견 영세사업장 어떻게 할 거냐, 결국은 사회적 네트워크 속에서 비정규 노동 단체도 어떤 측면에서는 의제 이동을 해야 한다. 더 열악한 지위의 불법파견 노동자 문제에 집중하는 게 비정규 노동단체의 몫이잖아요. 조직노동은 몸이 무겁다 보니까. 우리는 기동전 할 수 있으니까, 가볍게 가볍게. 우리도 어떻게 보면 불법파견 관련해서, 될 법한 사업장 투쟁에 집중하고 있는 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네요. 하여튼 만들어주세요. 열심히 할게요.
노조 만들 엄두 못 내고, 만들어도 의미없는 영세사업장,
양대 노총이, 돈이든 사람이든 뭘 좀 해야
전: 마지막 질문 드리면서 종합해 볼게요. 알바노조나 청년유니온이나 (이: 잘 하죠) 이런 조직들이 비정규 이슈를 대중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고, 새 정부가 이슈를 빨아들이는 걸 보면 그동안 청년이나 알바 이런 데서 제기했던 것들을 이번에 최저임금 만원처럼 흡수하는 것도 있잖아요. 이번 정권에서 비정규 노동운동이 어떤 활동 방향을, 어떤 흐름을 갖게 될까요? 노조를 많이 만드는 것, 조합원들을 많이 만드는 것, 또는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처럼 생활의제로 전선을 대중화하는 것이 있잖아요. 말씀 들으면서 아, 역시 노동조합이 중요하다, 비정규 노동운동도 최대 과제는 노조 확대겠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이: 일단 공약 이행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완성도가 높아 보여요. 그게 사실은 이게 민주노동당 공약이에요. 특히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 1만원 이건 예전의 진보정당 공약이에요. 그러니까 그게 문재인의 공약이라기보다 오랜 기간 민주노조 운동과 진보 정당이 투쟁해서 받아들이게 한 공약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걸 반드시 이행하게 해야 된다. 2005년에 국가 인권위원회가 사용사유제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반드시 그 두개를 비정규 보호법의 전제로 해야 된다고 얘기했거든요, 규모를 감축하고 차별을 최소화하려면. 근데 그걸 안 받아들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재벌이나 관료들의 반발에 타협을 한 건데, 그냥 기간제한 방식으로 간 것이거든요. 그러면서 실패했어요. 물론 이 두 개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이걸 한다고 해서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가 클지는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되지만. 한 번도 안 해봤잖아요.
비정규 노동문제는 다 실패했잖아요, 민주개혁 정부에서부터. 딴 거는 몰라도 이 두 개 공약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1만원 이건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챙겨야 된다. 딴 건 모르겠어요. 근데 이건 무조건 챙겨야 된다. 그 공약 이행을 비정규 운동이 감시해야 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 중의 하나가 통계 바꿔라. 지금 비정규통계가 30.8%로 뜨고 있잖아요. 우리는 44.3%고 누락까지 하면 55%인데 통계가 잘못됐는데 무슨 대안이 나오겠어요? 그래서 정부 통계가 갖고 있는 문제부터 바꿔라 요구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공약 이행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번째 과제고요.
노조는 다다익선이니까, 헌법상 기본권이기도 하고.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인상됐는데 우려가 되는 것은 영세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쪽 문제도 있지만 더 우려하는 것은 위반율이거든요. 지금도 230만이 넘는 최저 임금 미달 노동자들이 있는데 7,530원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딱 되잖아요. 그러면 위반율이 얼마나 될까? 아마 사용주들이 개기려고 다 위반해 버릴 수 있어요. 그럼 최저임금 못 올려요. 위반율이 그렇게 올라가 버리면. 그게 역설적으로 최저 임금의 발목을 잡는 것이거든요. 경총이나 전경련은 굉장히 전략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어요. 우리 다 불법할 테니 잡아가라 이럴 수도 있다는 거죠. 아주 막장으로 가면.
저는 정말 걱정되거든요. 16.3% 올랐는데 미달되면 어떡하지? 그럼 올린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걸 시정할 유일한, 강력한 기구는 노조 밖에 없어요.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들이 노조로 가입되면 절대 그럴 일 없어요. 그냥 고용노동부에 불법이라고 신고하면 되요. 그럼 시정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건 전부 체불임금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그런 지점에서도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들의 노조 가입률 제고가 관건이다, 여러 지점에서 관건이다. 불법 파견 문제도 연동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노동조합 만드는 과정 자체가 물론 너무 힘들기는 하지만, 최소한 전체 노동조합 조직률 20%, 비정규직 10%는 넘어야 하는데, 지금 2% 밖에 안 돼요. 이건 헌법 기본권이 아니에요. 최소한 10%는 넘는 수준, 전체적으로 20%는 넘는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국사회가 바뀔 것이거든요. 저는 그걸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반드시 해야 된다 생각하고요. 말씀하신 청년노조들 관련해서는 양대 노총 바깥에 세대별 노조가 있고 여성 노조가 있거든요, 노년 유니온까지 다 포함해서. 다 노조들인데 왜 양대 노총 바깥에 있지? 양대 노총이 대변을 못하는 거죠.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 여성노조, 노년유니온, 노후희망유니온, 시니어 노조 같은 이런 세대별 노조, 노동조합 바깥의, 노동조합 이름을 갖지 않은, 그러니까 유니온도 노조인데 기존 노조와는 다르게 하겠다는 것이잖아요?
특히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박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틀을 벗어나서 하고 있는 건데 저는 그게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노동조합 또는 노동운동 생태계가 풍부해졌으면 좋겠어요. 양대 노총으로는 대안이 되기 어려워요. 한국노총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노총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에 많이 가입되어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당사자 중심으로 현장을 대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느냐, 저는 아직 비관적이에요. 그래서 저는 실제 당사자를 대변하는 그런 외곽의 노조들이 굉장히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런 접점에서 민간단체를 포함해서 비정규 노동단체들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역시 중요한 것은 지역과 공단이에요. 여기서 물꼬가 트이지 않으면 말짱 황이에요. 이게 안 되면 기존의 양대 노총 수준의 이슈 파이팅을 벗어나기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저는 쉽지는 않지만 변방에서부터 노조 가입률 제고, 양대 노총 바깥의, 꼭 노조가 아니어도 되는데요. 여러 가지 자생적인 이익단체, 계급조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최저임금이 인상해 놓고 위반율 높으면 무슨 소용인가,
노조가 있어야 최저임금도 지킬 수 있어
전: 지난 10년을 봤을 때 정규직 노동 운동은 정체기거나 쇠퇴하고 있고, 비정규 운동은 정체기, 조직률이 2%라는 건 사실, 예전엔 1%라고 했었지만, 그 상태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군요.
이: 비정규 노조가 최근에 변신을 도모하고 있죠. 삼성전자 서비스나 희망연대 노조에서 보이듯이, 전체 계급적 요구를 중심에 두고 선봉적인 역할을 하고, 자기 사업장에서부터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예전에는 무조건 그냥 정규직화만 목표였잖아요. 저는 정규직화 요구는 계급적인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 요구이긴 하지만 운동과는 별 관련 없어요. 중요한 요구이긴 하지만 임금요구 수준이죠. 중요한 건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무가 뭐냐, 정규 비정규 따질 것 없이. 그건 당연히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를 좁히고 전체 노동자들의 권익을 제고시키는 데 노조가 지렛대 역할을, 최소한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걸림돌이 되면 안 되고. 지금 정규직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고. 비정규 노조들도 걸림돌이 안 됐느냐, 일부 됐죠. 자기 요구만, 정규직화든 뭐든. 그래서 저는 그걸 벗어나야 한다. 요즘 삼성전자 서비스노조가 180만 삼성그룹의 전체 미조직 노동자들이여 일어나라, 이재용 직접 교섭하자, 이게 정말 담대하고 멋있고 바람직한 요구거든요. 비정규 노조들도 진화한 거예요. 그냥 된 게 아니고 십수 년의 비정규 투쟁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서 희망연대 노조나 삼성전자 서비스지회가 그런 역할을 자기 과제로 지금 상정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 수준으로 비정규 노조들도 상향 평준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자기 사업장의, 일반적인 조합원 이해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안 되려면 비정규운동 스스로 자기 혁신을 해야 하고 비정규 운동 단체들도 자기 혁신을 해야죠. 지자체 예산 받자고 거기 매달리는 형국이 되어서는 그건 진짜 가망 없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민주노총보다도 더 난감해질 수 있기 때문에, 선순환 되어야죠. 노조 운동도 열심히 하고 비정규 노조운동도 거듭나고, 비정규 노동단체들도 자기 과제를 제대로 찾아가는. 지금 좀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무게중심을 이쪽으로 다시 바르게 가져오는. 이게 서로 어울려지고 아까 말씀하신 세대별 노조를 포함해서 소위 조직 노동 바깥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사실은 규모도 작고 영향력은 미미해요, 그러나 사회적 의제로는 주목받고 있는 거죠. 청년 의제나 여성 의제, 어르신 의제와 직결되다 보니까. 그래서 이 부분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문재인 정부 아래서 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이번 최저임금 인상처럼 할 수 있다.
옆구리 내줄 여유가 있어야,
각자도생이다 그러면 노조 못 만듭니다
이: 저는 기대는 있지만 아마 쉽지 않을 것이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공약에 대해서 응원하되 냉정한 비판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문재인 정부가 워낙 고공 지지율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잖아요. 저는 꼭 비판해야 된다는 강박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되게 매력 있고 멋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다만 비정규 문제나 소수자 의제, 성소수자든 이주든, 이런 의제들에 대해서는 취약한 건 사실이에요. 비정규 의제에 대해서도 간접 고용, 특수 고용에 있어서는 굉장히 취약해요, 공약도 그렇고. 저는 믿지 않아요. 조만간 헛발질 할 거다. 그래서 저는 문재인대통령이 핵심 공약은 직접 챙겨야 된다는 것이고요. 그런 점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도 조만간 위기가 올 것이다, 특히 노동문제 관련해서. 다만 참여정부처럼 노정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공멸하는 수준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정규 운동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특히 올해는 애정 어린 비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내년 이후에는 달라진 조건에서 좀 더 대안을 제시하면서 근본적인 비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그걸 염두에 두고 비정규 운동이 마지노선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건 진보정당이 집권해도 쉽지 않은 문제여서 그 지점과 관련해서는 예측 가능한 공약 후퇴나 상충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그런 일이 생기고 나서 화들짝 놀라면서 이럴 줄 몰랐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예상하고 우리가 어떤 대안을 줄 거냐. 정부 입장에서도 대안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공공부문 비정규직문제만 해도 어지럽거든요.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밀어 붙이고 있는 거라서. 우리 책임도 있어요. 잘 안 되는 게 그냥 대통령 책임이냐? 아니죠. 노조나 비정규 운동이 제대로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보니까 사실은 제대로 그것이 될 수 있는 그림으로 만들 수 없어서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라도 해야 되는데 우리가 이 부분이 너무 약해요. 저는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근본적인 입장을 벗어나서 현실적인 대안 중심으로.
안 되면 그냥 대통령 책임이냐,
그림이 되게 해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약해
전: 여기서 실력이 나타나겠죠.
이: 예전에 노동부 관료가 저 보고 민주노총은 너무 쉽대요. 민주노총은 무슨 입장을 낼지 뻔하다는 거예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으니까. 한국노총은 어렵다는 거예요. 디테일을 공격하니까. 민주노총은 디테일을 공격하지 않거든요. 프레임을 공격하지. 그건 편하죠. 저는 그런 것 벗어나야 되고 디테일 수준에서 한국노총이 아니라 진전된 대안들을, 근데 이런 걸 우리가 하기에는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건 사실이에요, 맞서 싸우는 데만 익숙하다 보니까. 그런 점에서는 비정규 운동들도 자유롭지 않거든요. 비정규운동은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만큼, 자유롭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것저것 해봤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정도?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비정규 운동은 그런 정도의 역할을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활용할 수 있는 건 활용하되 내부를 강화하는 이런 방식으로.
주객이 전도되면 그건 좀 곤란하다. 우리가 문재인 정부 들러리를 자처할 필요는 없고 또 되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하고요. 저는 그게 백지장 한 장 차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건 당사자들만 아는 거죠. 그래서 무게중심을 잃지 않고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지 않도록 계속 뒷받침을 하는 것까지 같이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전: 긴 시간 감사합니다.